-
-
뉴 보이 ㅣ 호가스 셰익스피어 시리즈
트레이시 슈발리에 지음, 박현주 옮김 / 현대문학 / 2018년 2월
평점 :
백인 아이들만 가득하던 한 초등학교에 흑인 아이가 처음으로 전학을 왔다.
백과 흑까지는 아니더라도 나와 아주 다른 외모 혹은 정 반대의 성향을 가진 사람들만 가득한 낯선 곳에 간다면 누구라도 긴장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인데, 이 아이의 내공은 어디서 그리고 어떤 경험에서 나온 건지 주눅드는 모습은 1도 찾아볼 수 없다. (지금 나는 정장을 빼입은 직장인 무리 틈에 스타워즈 악당(?)이 그려진 맨투맨 티를 입고 이 글을 쓰고 있다. 뭔가 빨리 정리하고 일어나야 할 것같은 느낌..ㅎㅎ) 이 아이에게 도대체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걸까. 아이의 당당함마저 마음이 아렸던 건 내가 엄마라서일까 아니면 아이가 흑인이라서일까.
"미미는 운동장과 그 속에서 노는 애들이 실처럼 아무렇게나 서로 교차하다가 이제는 그 실이 한 방향으로 향하도록 배열되고 있다는 감각을 느꼈다. 어떻게 저런 관심을 견딜 수 있을까?"
편안함과 당당함이 뒷모습에서도 느껴질만큼 남다른 아우라를 내뿜는 뉴 보이, 오는 등교 첫 날임에도 불구하고 여유로웠다. 친구들 사이에 흐르던 긴장감, 흑과 백의 경계심은 예상보다 빠르게 녹아 사라졌다.
"그날 아침 흑인 소년이 운동장으로 걸어 들어온 순간, 이언은 무언가 바뀌는 느낌을 받았다. 지진이 나면 이런 기분일까, 땅이 재배치되면서 믿을 수 없게 변했다. ... 단 한 번 공을 어마어마하게 멀리 차고, 단 한 번 소녀의 뺨을 만진 것만으로 질서가 바뀌었다."
꽃길이 펼쳐질 것 같았던 이 학교에서의 생활은 첫눈에 반한 디와 급속도로 가까워지면서 꼬이게 되고 오와 디의 말캉말캉한 핑크빛 우정은 하루만에 끝이 나고 만다.
특별한 것 하나 없는 모난 아이, 이언은 교묘한 음모로 학교와 친구, 종래에는 자신마저도 피할 수 없는 큰 상처를 남기고 만다. 그 날, 그 소용돌이에서 살아남은 사람들 조차도 이전의 삶으론 돌아가지 못하리라.

하루라는게 믿기지 않을만큼 긴장감 넘치는 《뉴 보이》는 셰익스피어의 《오셀로》를 각색한 작품이지만 셰익스피어 프레임을 제하더라도 손색이 없다. 주인공 오처럼.
오는 전학생 그리고 흑인이라는 프레임을 거부한다.
전학생은 모름지기 어눌한듯 순진해야하고, 도움이 필요할 땐 가장 낮은 자세로, 불쌍한 강아지 코스프레도 기꺼이 감수할 수 있어야 한다. 흑인은 또 어떠한가. “뭔가를 훔치거나, 누군가를 털거나, 돌을 던지거나.” 모가 나고 거칠고 과격한 행동이 흑인의 몫이지 똑똑한건 어울리지 않는다.

어디에도 속하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당했지만,
오는 프레임을 피할 수는 없었다.
선생들의 형식적이었던 ‘동등한 대우’는 몇마디 말 뿐이었다. 누구나 할 수 있는 친절로 포장된 말. 결정적인 순간에 사고의 민낯이 추하게 드러나는 모습을 보니 오물이 가라 앉아있는 물같이 역겹게 느껴졌다. 누가 조금만 휘저어도 금방 구정물이 되고 마는. 그런 물.
그런 사람은 되지 말아야겠다.
기억하자.
얕은 지식은 결정적인 순간엔 도움이 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