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벌이로써의 글쓰기 - 작가로 먹고살고 싶은 이들을 위한 33가지 조언
록산 게이 외 지음, 만줄라 마틴 엮음, 정미화 옮김 / 북라이프 / 2018년 2월
평점 :
절판


'찰스 디킨스는 글자 수로 돈을 받았다.'
《두 도시 이야기》의 모든 단어가 불필요하게 집어넣은 군더더기 같았고 모든 문장은 쓸데없이 과도한 묘사로 가득 차 있었다.

콜린 디키는 중학생 때 본 찰스 디킨스의 작품을 이렇게 기억했다.

글자 수로 돈을 받은 첫 번째 작가는 구두쇠로 유명한
그리스 시인 시모니데스였다. 시모니데스 이전 시인들은 후원에 의존했다. 숙식을 지원받는 대신 부유한 후원자들의 미덕을 찬양하는 글을 써주고 후원자의 일상적인 말동무나 가정교사가 되었다.

시모니데스는 이런 분위기를 바꿨다. 글을 써서 돈을 벌었고 회계장부를 기록했을 만큼 꼼꼼했지만 이 때문에 구두쇠로 평가절하 받아 지금은 이름이 이름조차 낯선 이가 되었다.

 

"나는 돈 때문에 울고 있었다. ... 화려한 드레스와 화장품은 많았다. 그러나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메뉴판의 가격을 보면서 사이드 메뉴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인 양, 서브웨이 샌드위치를 숭배하는 양, 맥도날드 아침 메뉴에 살짝 빠져 있는 양 행동하는 것뿐이었다."


이 책의 별명을 지어보자면
‘인간극장 작가편’이 적당할 것 같다. 생계를 유지하는 모습이 아주 리얼하다. 책 속의 작가들은 강연이나 교육 뿐만 아니라 아르바이트, 목공일까지도 불사한다. 자신들의 세계를 돈으로부터 지키기 위해 예나 지금이나 작가에게 주어진 선택지는 딱 둘이다. 돈 없이 굶던지, 투잡(혹은 그 이상)을 뛰어 돈을 벌든지 둘 중 하나다. 책에는 돈을 외면할 수 없는 현재를 살고 있는 작가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는데 포장되어 있지 않은 솔직한 모습의 자유분방함이 좋았다.

이렇게 솔직하게 자신의 궁상맞은 모습을 드러낼 수 있다니 한편으론 대단하단 생각도 들었다. 특히, 목공일을 했던 한 작가(따로 표시해두지 않아 이름을 못찾겠다.)가 인상깊게 남았다. 머리 쓰는 일과 몸 쓰는 일 의 균형이 잘맞아 보였다.

난 머리를 쓰는 일과 몸을 쓰는 일 사이의 균형을 중요하게 여긴다. 노동만 하면 사색할 여유를 잃게 되어 삶의 질이 떨어지고, 머리만 쓰면 스트레스와 활동 부족으로 건강을 해친다. 그래서 노동이 주 업무인 주부인 나는 책 읽기를 게을리 하지 않으려 발버둥친다.

 

 

 

 

 

돈 때문에 갈등하고, 결국에는 돈 앞에 무릎 꿇게 되는 사람은 작가만이 아니다. 하지만 설득력 있는 글로 공감을 이끌어 낼 수 있는 능력을 지닌 이들이 절대 다수인 이 분야는 확실히 유리한 것 같다. 적어도 자신들의 고민과 갈등을 터놓을 수 있는 재주가 있으니 말이다. 작품의 '뒷면에 바코드가 찍히게' 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용기를 가졌으니 이만 하면 된거 아닐까. :)

"이 책은 작가가 벌이는 예술적·경제적 투쟁에 대한 이야기지만 창작에 대한 영감과 공감, 인내의 이야기에 더 가깝기도 하다. 글쓰기에 대한 엄청난 애정을 품고 때로는 예술가로, 때로는 장사꾼으로 살아가며 경력을 쌓고 있는 작가들에 의한, 작가들을 위한 책이라 하겠다."

위 글에 냉정하게 몇 자 덧붙이자면, ‘인터넷이라는 거대한 글상자 안에 뛰어들어 너도 나도 글로 소통하는 요즘, 몇 자 써봤다고, 책 냈다고(책을 쓴 사람은 저자이다.) ‘작가’ 자리를 기웃거리는 이에게는 보내는 경고장’이라 해도 될 것 같다.

어느 분야든 소비자와 생산자의 입장차이는 몹시 크다. 덕후일 때는 몰랐던 뒷 일을 보고 꿈을 접는 이도 많다 들었다. 그 환상을 깨고 현실을 직시하는 것이 꿈을 이루는 첫 관문이 아닐까.

덕후 중 하나로서 작가의 자리는 쭉- 신성한 것으로 남았으면 좋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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