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딩, 턴
서유미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부부'라는 단어만큼 진부한 게 또 있을까.’ 누구도 호기심을 갖고 바라보지 않는 너무나도 익숙한 단어 부부. 말랑말랑하지도, 뜨겁지도, 아름답지도 않은 '부부관계'를 나는 굳이 소설로 읽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뜬금없는 호기심이 발동했다.

"사는 게 이런 건가, 다들 이렇게 사나, 둘러보게 되더라."

나도 그랬다. 찰나였을지라도 마음에 찌꺼기를 남기고 간 마찰은 누군가에게 털어놓기 참 애매하다. 지나고 보면 별거 아니었고, 오해였고, 그 순간이, 그 상황이 우리를 엇나가게 했던 일들이 대부분인데. 섭섭함이 쌓여가는 게.. 나만 이런가 싶어 주변을 돌아보지만 다들 그냥 굳이 들춰내고 싶어 하지 않는 것 같았다. 누군가에게 부부 사이가 예전 같지 않다고 말하면서도 “왜? 어떤데?”란 질문에 딱히 생각나는 갈등도, 말할 거리도 없다. (뭐지?;;)

"지나온 어떤 순간, 인상적인 장면을 꺼내 후후 불어 맛볼 수 있다는 건 인생이 베푼 행운임이 틀림없다. 그런 면에서 인생에는 언제든 뜨거운 물을 부은 뒤 우려먹을 수 있는 티백이 필요하다."

다행히도 나는 행복하고 즐거운 순간 중에서도 사소한 걸 잘 기억한다. 한때 내 인생의 티백을 꽉 채워주었던 남자. 지금의 티백도 사실 팔 할이 그 덕분이다. 생각해보면 부모 다음으로 가장 감사한 사람인데 난 늘 표현에 인색하다. (짠... 년.ㅎ)


"그때 우리도 일찍 와 있었잖아. 그런데 30분 내내 「사랑의 인사」가 흘러나오는 거야. 아, 결혼생활이 이렇다는 거구나. 내가 좋아하는 시디를 한 장 고른 다음 평생 들어야 하는 거구나. 그렇게 생각하니까 이해가 쉽더라고. 단순한 음악이 아니라 메.타.포.였던 거야."

결혼식 당일까지 가장 고민했던 “내가 과연 이 사람과 평생을 같이 살 수 있을까?”.
결혼식 새벽까지도 엉엉 울며 생각했다. “한 사람만 사랑할 자신이 없어. ㅜ.ㅜ”, “무덤도 아니고 난 그렇게 지루한 삶을 살고 싶지 않다고... ;ㅁ;!!! 난 자유롭게 연애랑 일만 하며 살고 싶다고!”

최후의 발악을 눈물과 함께 씻어내고 쿨하게 식장으로 갔고, 지금은 나의 우려와는 달리 지루한 게 그리운 삶을 살고 있다.
(결혼식 당일엔 그렇게 울어놓고는 막상 식 올리니 너무 재밌어서 남편에게 한번 더 하자고.... 아무튼 무사히 마쳤다는.ㅎ)

 

 

《홀딩, 턴》은 한 부부가 이별해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부부가 헤어지는 것이니 정확히는 이혼이 맞는 표현이지만, 소설이 헤어지는 과정보다는 두 사람의 감정에 충실하고 있어서인지 이별이라는 단어가 더 잘 어울린다.

부부든 연인이든 인간관계는 모두 저마다의 갈등이 있다. 개인적으로 갈등의 폭과 골보다는 주기가 더 관계에 크게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한다. 작고 사소한 일이어도 사사건건 부딪힌다면, 더군다나 그게 가족이라면 사는 게 이보다 더 괴로울 순 없을 것이다. 하지만
견딜만한 시련은 우리 삶에 장애물이 아니라 촉매제가 되어준다.


영화 <라붐> 속 'Dreams are my reality'의 감미로움에 젖어 있다 예전에 모르던 비밀을 발견했다. 헤드폰에서 흘러나오는 「리얼리티」의 감미로움에 젖어 있는 건 소피 마르소뿐이고 남자 주인공은 홀 안에 울리는 댄스 음악을 들으면서도 꿈꾸는 듯한 얼굴로 블루스를 추고 있다는 점이었다. 너에게 아름다운 음악을 들려줄 수 있고 우리만 다른 세계에 머물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는 표정이었다.

"현실 속에서 사랑에 빠져드는 게 사랑이구나."

남이 헤어지는 모습을 보고 이렇게 느낀다는 게 조금 미안하지만 ‘부부인 게 좋다~ 부부라서 좋구나~’ 생각이 들었다. 현실 속에서도 내 리듬에 맞추어 날 사랑해준 게 고맙고, 현실 속에서도 사랑할 수 있을 만큼 나 또한 자라있었구나 생각하니 좋았다. 

 

 



+
사실 소설 속에는 이런 질퍽하고 리얼한 공감 10000%의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이 이야기를 쓰지 못한 건. 찔려서 닷.!!

“결혼 후 처음 싸웠을 때는 한두 시간 동안 말하지 않고 지냈다. 그다음에는 반나절, 한나절로 길어졌다. .... 그러다가 일주일씩 말도 섞지 않은 채 각방을 쓰며 지냈다. 한번 선을 넘고 나자 그다음부터는 일주일은 버텨야 자신이 화났다는 걸 입증할 수 있는 상태가 되었다....
하나로 명명하기 어려운 이유들이 자잘하게 집 여기저기에 곰팡이처럼 번진 경우도 있다. ... 사랑에 빠지는 이유는 단순한데 함께 살 수 없는 이유는 구질구질하게 길었다. 그래서 말로 다 할 수 없는 그 사연들을 하나로 묶어 사람들이 성격 차이라고 명명하는 것 같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