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을 수 없는 일이야 현대지성 클래식 16
싱클레어 루이스 지음, 서미석 옮김 / 현대지성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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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을 수 없는 일이야》는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때를 배경으로 하고 있어 정치적 갈등의 골이 깊던 시기였다. 전쟁으로 인한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 살육을 목격한 자들의 도덕적·정서적 혼란과 두려움에 정치적 견해가 합쳐져 지금보다 더 복잡했다.

 

덕분에 책을 읽기 참~ 어려웠다. (ㅜ.ㅠ) 섬세하게 심리를 묘사하는 스타일이 아니라 행동과 말을 드러내 우리가 상상하도록 하는 글이라 더 어려웠다. 백페이지까지는 여러 인물들의 정치적 액션을 이야기하고만 있어 “뭐지?”하는 생각도 들었다.

 

좋게 해석해보자면 사람마다 정치적 성향이 다르고, 이 성향이 또 한 끗 차이만 달라도 아주 다른 액션을 불러일으키니 이 다양성을 보여주고자 함일지도 모르겠으나 어쨌든 나는 읽기가 어려웠다.

“이런 글이 어떻게 상을 받았지?” 의문이 들 즈음부턴 다행히도 흥미진진해진다.

 


《있을 수 없는 일이야》는 두 남자가 주인공이다. 한 명은 민주당 후보자였던 버즈 윈드립인데 대통령을 거쳐 각하가 된 파시스트이다. 그리고 또 한 남자는 침묵하던 절대다수 중 하나이자 신문사의 편집장인 도리머스인데 혁명가라 하기엔 너무 굼떠서 답답했다. 좀 더 열정적이길 기대했는데 이렇다 할 속 시원한 액션이 없어 화가 날 지경이었다. 가족까지 잃은 남자가 제 목숨이 위험해지자 그제서야 정신을 차리는 모양새라니!! 차라리 남편을 잃고 분노에 사로잡혀 지라시를 뿌리고 조종술과 폭파술을 배워 제 한 몸 열정적으로 불사른 메리를 보고 있는 게 더 나았다. 모든 혁명을 행동으로만 판단할 순 없겠지만.

 

또 하나 나를 의아하게 만들었던 건 버즈 윈드립이 만든 세상이었다. 그가 하나씩 바꿔가는 세상이... 참 아이러니하게도 그럴싸했다. 실업률 0%를 이뤄내고, 범죄를 저지른 자들을 쿨하게 처벌하는 모습에 마음 한 켠이 시원하기도 했다. 물론! 잠시였다. 조금만 더 들여다보면 보이는 진실은 감추려야 감출 수 없었다. 실업률 0%를 위해 하루 일당 1달러에 노동자들은 팔려갔고, 죄를 짓지 않은 사람들이 예방 차원에서 처리되었다.

 

"민주주의에 안전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수백만 명을 죽음으로 내모는 파시즘에 잡혀 사는 게" 당연히 좋을 리 없지만, 파시즘이 만든 세상의 이점을 보다 보니 반대로 민주주의를 악용해 세상을 어지럽힌 이들이 떠올랐다. 아무리 좋은 것도 악인의 손에 들어가면 결국 나빠지게 마련이다. 그리고 나쁜 것을 손에 쥔 악인은 말 그대로 공포의 대상이 된다. 하지만, 가장 큰 피해자는 결국 그 자신임을 38선 건너 있는 지도자는 알라나.

 

이 책을 읽으며 지금의 미국과 비교하지 않을 수 없었다. 돈 되는 일이 아니면 숨도 안 쉬는 사람을 대통령으로 뽑는 걸 지켜보면서 어이가 없었다. 권력을 잡으면 사유화할 게 뻔한데 그걸 알면서도 뽑았다면, 같은 편에 붙어 콩고물이라도 얻어먹겠다는 심보 아닌가. 미국은 어쩐지 도리머스 같은 (조용할지라도 어쨌든 무엇이 옳고 그른지 분간은 할 줄 아는) 혁명가보다 최고 피해자가 될 수밖에 없었던 버즈의 운명과 닮아 있다.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고 재조명된 고전 두 권(한 권은 1984) 중 하나였다는데 읽은 사람은 없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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