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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서문
버크.베카리아.니체 외 27인 지음, 장정일 엮음 / 열림원 / 2017년 12월
평점 :
‘언제부터 서문에 눈길이 가기 시작했을까?’ 추측해보면 요 최근 몇 년새 꽤 강렬한 서문을 여러번 만나면서가 서문의 중요성이 각인된게 아닐까 싶다. 그 전엔 목차와 같은 급(?)으로 취급해 책을 소개하는 정도로 여겼다.
물론 책을 읽기 좋게 가이드해주고 저자가 하고 싶었던 중요한 메시지를 암시해놓는 중요한 페이지라는 건 인정하지만 글로서의 가치를 부여해본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위대한 서문》은 내 인생의 파란꽃(노발리스의 장편소설로 낭만적 동경을 상징하는 표현으로 쓰인다.)이 가득한 책이다.
세상 유명하지만 읽어본 사람은 본 적 없는 <군사학 논고>를 시작으로, 어른책(?)으론 읽어본 적 없는 걸리버 여행기, 제 자식 버린 걸 안 뒤로 안티가 된 루소의 <인간 불평등 기원론>, 최근 본 유일한 영화 서프러제트로 개인적으로 관심이 많은 여성 참정권에 큰 영향을 끼친 <여권의 옹호>, 사디즘의 창시자 사드의 <사랑의 범죄>, 어렸을 때 뭣도 모르고 읽었던 <죽음에 이르는 병>, 읽었다는 것만 기억하는 <종의 기원> 등 쟁쟁한 작품들이 가득 담겨 있다.
그 중 내 마음을 가장 끈 건 <여권의 옹호>였다.
20세기 최초의 여권운동가였던 메리 울스턴크래프트를 처음 알게 됐다. 얼마 전 본 영화 <서프러제트>로 그 당시 여성참정권을 위해 싸웠던 여성운동가들에 관심이 많았는데 그녀의 글을 보니 또 마음이 마구 뜨거워졌다. (참고로 영화 <서프러제트>는 에멀린 팽크허스트의 책 <싸우는 여자가 이긴다>가 원작인데 영화에서 그녀는 정신적 지주 역할 정도만 한다.)
여성이 남성의 소유물 정도로 취급되던 당시 여성과 남성은 동등한 이성을 가졌고, 남성과 동등하게 교육받을 권리가 있다고 외친 그녀의 글 덕분에 지금의 내가 있고, 여권이 이만큼 자리잡을 수 있었다. 페미니즘을 다룬 요즘 책은 몇 읽어봤는데 이리 오래된 책이 있을 줄은 몰랐다. 더이상 추가하지 않으리라 다짐했던 독서목록에 책이 또 한권 추가됐다. (언제 줄어들꺼니ㅜ_ㅜ)

작품으로도 유명하지만 글 잘쓰기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울 저자들의 서문을 한데 모아놓다보니 무엇하나 버릴 글이 없었다. 하지만 날 오라 손짓하는 매력적인 사공들이 너무 많았던 탓일까. 다소 갈피를 잡기 어려웠다. 몰입해서 읽으려면 끝나고, 읽으려면 끝나는 데다가 작가들의 개성이 워낙 뚜렷해 어쩔수 없단 걸 알면서도 아쉬움이 남았다.
한번에 몰아 읽지 않고 관심있었던 저자 혹은 책을 골라 먼저 읽었더라면 이런 아쉬움은 없었겠지? 부지런히 읽는다고 읽는데 아직도 책을 읽는게 이리 서툴다. 내년엔 좀 덜 읽어볼까 했는데. 나를 너무 과대평가했나보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