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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쟈와 함께 읽는 문학 속의 철학
이현우 지음 / 책세상 / 2017년 12월
평점 :
독서 내공(=문학 이해도)에 따라 레벨을 나눈다면 상위 레벨로 올라갈수록 오래된 책을 읽는 것 같다. 이런 인식 때문인지 고전은 쉽게 다가가기 어렵다. “도전”하려고 “작심”해야 가능하다. 고전이 아니라 고전을 소개하는 책마저도 나는 쉽지가 않다. 나 같은 레벨은 이런 책을 꾸주-운히 읽어야 고전 언저리를 기웃거릴 수 있다.
처음에는 도스토옙스키의 창작 세계로 가는 이정표가 된다는 《지하로부터의 수기》가 궁금했다. 늘 꿈은 당차다. ㅎㅎ 하지만, 역시나 나는 볼테르의 《캉디드 혹은 낙관주의》가 가장 인상적이었다. 이미 볼테르의 작품을 아는 사람들은 여기서 "풋!"하고 코웃음을 쳤을지 모르겠다.
나처럼 처음 들어본 이들을 위해 《캉디드 혹은 낙관주의》를 설명하자면 이 작품은 “악의 문제”를 다룬 콩트다! ㅎㅎ 정말 대단하지 않나?! 현실성 없는 스토리로 외면받기도 하지만 카뮈의 《페스트》와 도스토옙스키의 소설에도 영향을 끼친, 코웃음으로 날려 버리기엔 아까운 작품이다.

《캉디드 혹은 낙관주의》 외에도 페미니즘의 뿌리가 된 《안티고네》, 《율리시스》의 초석이 된 《젊은 예술가의 초상》 등... 《문학 속의 철학》에 담긴 책은 대체로 무언가의 뿌리가 되고, 누군가의 사상이 된 정말 옛날 작품이다. 그래도 재밌다.
당대의 라이벌 볼테르와 루소의 반대를 위해 반대하는 유치한 모습(이를 번역하면 ‘개혁이냐 혁명이냐’ 정도라고.)이나 팬들의 싸움을 유발한 시인 바이런과 테니슨의 이야기는 이십 년 전 H.O.T와 젝키 팬들의 몸싸움을 떠올리게 했다.
그리고 니체에 대해 오해하고 있었던 사실.
“여자에게 가려고 하느냐, 채찍을 잊지 말라."
이 문구 하나로 니체가 여성을 혐오했다고 말하는 이들이 많았다. 어디서 주워들은건진 모르겠지만 이 말 외에도 여성 혐오를 드러내는 말을 많이 했다고 하던데 그건 일단 미뤄두기로 하고-
이 문구는 니체의 여혐 사상을 드러내는 문구가 아니다. 이 문구 속에는 니체가 흠모했던 여인과 그의 삶을 에워싸고 있는 여성들이 얽혀 있었다.

그는 여자를 사랑했지만, 어린 시절부터 강한 여성들에 둘러싸여 치이며 자라느라 자신을 잃지 않기 위해 가끔은 거친 말을 뱉어야 했다. 그래야 자신을 잃지 않을 수 있었다. 자기 정체성을 확보하기 위한 몸부림이었다고 생각하니 니체도, 로렌스(채털리 부인의 연인을 쓴 작가)도 다르게 보인다.
채찍을 준비한 까닭이 무엇인지, 채찍을 누가 쥐게 될 것인지 앞뒤 생각없이 한 문장으로 사람을 재단하는 것은 정말 아주 위험한 행동이다. 좀 더 알고 판단해도 급할 거 없는 문제니까 차근히 알아보고 생각해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