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기, 철학자의 생각법 - 사유의 풍경으로 걸어 들어가다
로제 폴 드루아 지음, 백선희 옮김 / 책세상 / 2017년 11월
평점 :
절판


 

향긋한 커피숍들이 앉아서 차 한잔하고 가라고 100m마다 손짓하는 시대에 걷기라니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건지 궁금했다.

 

고대부터 현대까지 철학자들은 성찰하는 말을 서서 이동하는 몸의 활동과 공통된 것으로 삼아왔다. 철학은 언제나 ‘걷기 상태’에 있었다. 고착화된 채 머물러 있는 게 아닌 유동적으로 진화하는 상태.  

 

난 생각은 앉아서 하는 거란 편견을 가지고 있었다. 걷는다는 건 목적지가 있을 때 혹은 건강을 위해 하는 행위 정도로만 생각하고 있었다. 사고의 폭이 어쩜 이리 좁을까 자책하고 나니 ‘내 삶이 언제 이렇게 빡빡해졌지?’싶은 씁쓸함이 밀려왔다. 질문에 대한 답(=여유롭게 걷는 게 힘들어지면서부터)은 이미 알고 있었지만, 나에게 위안이 된 건 답이 아니라 책 속의 글이었다. 자유로워진 줄 알았는데 질병이 갉아먹고 간 자리가 모두 메꿔지기까진 시간이 더 걸리려나 보다.

 

"언제나 묶여 있어 꼼짝없이 바보가 된 그들은 풀려나 일어서서 몸을 움직여 진리를 향해 나아가야 한다."


우리의 균형을 분산시키고 이내 다시 결집시키는 걷기. 모든 걷기는 안정된 상태에서 위험을 감수하며 시작되고, 넘어질 위험을 무릅쓰며 중심을 이동시킨다. 그리고 그 위험은 다른 다리의 상반된 개입으로 이내 모면된다. 한 발을 뗌으로 불안정해지고, 그 불안정에 맞서 균형 상태를 다시 회복해내기를 반복하는, 알고보면 굉장히 놀라운 행위인 것이다.

 

단순한 걷기 속에 숨어있는 철학자들의 성찰은 쉬운 듯 어려웠지만, 나도 이젠 걷는 사람에 속하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해졌다. 18세기의 것을 21세기에도 느낄 수 있을까.


"걷기에는 내 생각을 활기차고 생기 넘치게 만드는 무엇이 있다. 나는 제자리에 멈춰 서서는 거의 생각을 할 수가 없다. 내 몸이 움직여야만 정신이 깃든다." (루소)

루소는 몽테뉴처럼, 니체처럼, 그리고 다른 많은 이들처럼 걸으며 생각하는 사람, 발에 정신이 깃든 사람, 자연 속을 거닐며 생각을 걷는 사람에 속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