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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스쿨버스 운전사입니다 - 빈털터리 소설가와 특별한 아이들의 유쾌한 인생 수업
크레이그 데이비드슨 지음, 유혜인 옮김 / 북라이프 / 2017년 9월
평점 :
절판

이 책을 쓴 작가인 크레이그는 "작가"가 되는 것만 생각하며 자랐다. 작가는 글만 쓰면 되는 줄 알았을 정도로 편협한 시각을 가지고 있었지만 운 좋게 작가가 되었다. 하지만 운은 한 번으로 끝이 났고 출판사는 그의 두 번째 글을 책으로 내지 않는다는 조건 하에 돈을 지불하며 계약을 종료했다. 하루하루 "작가"라는 꿈과 멀어지면서도 그는 무엇이 문제인지 깨닫지 못했다.
그런 그에게 두 번째 운이 찾아왔다. 생계를 위해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다 우연히 스쿨버스 운전기사가 된다. "특수아동" 스쿨버스 운전기사가 된 크레이그는 취직 후 가장 먼저 "장애"를 구글링할 정도로 지식이 전무했다.
그가 등하교 시켜주어야 할 아이들은 취약 x 증후군, ADHD, 보행장애, 과다행동장애, 불안장애 등을 가지고 있었다. 아이는 8명인데 장애는 16-20개쯤 되는 것 같았다.
세상에 장애의 종류는 넘쳐나고 경도에 따라 개인차에 따라 증상도 몹시 다르다. 뇌에 문제가 있는 특수 아동을 다루기 어려운 건 우리가 생각하는 보통의 범주를 벗어나 예측하기 어려운 행동을 한다는 점이다. 또 중복 장애인 경우도 많은데 특히 자신만의 룰과 패턴을 가진 강박장애도 흔해서 아이를 오랫동안 봐 온 사람이 아니라면 맞춰주기가 어렵다. 갓난 아기들이 일정한 패턴의 일과 속에서 안정감을 얻는 것처럼 장애 아동들도 똑같다. 아주 작은 차이가 있다면 이 틀이 손톱의 때만큼이라도 흔들리면 장애 아동들은 폭풍우에 휩쓸린 조각배마냥 정신이 안드로메다로 날아가버린다. 그런 예민한 아이들과 작가는 쿵작이 아주 잘 맞는다. 요즘 말로 “케미”가 좋달까.
이런 아이들을 다루려면 뭔가 특별한 교육이 필요하겠다, 특수 아동을 데리고 운전을 한다니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을까, 긴장의 연속이겠다 싶지만 십 대 때 붙잡아 둔 정신연령 덕분에 의사소통이 아주 원활했고 시종일관 유쾌했다. 예를 들자면 이들의 대화는 이런 식이다.
"오늘 저녁에 뭐 하니?"
"오토바이 수리하려고요."
"호 오토바이 샀어?"
"네"
"그럼 있다 집에 가면 볼 수 있겠네."
"어제 팔았어요."
"크 아쉽게 됐네~"
장애를 가진 아이를 다루기 위해 필요한 건 전문가 수준의 특별한 스킬 같은 게 아니다. 가깝게는 장애가 없는 아이들과 마찬가지로 아이의 특성과 기질을 빠르게 파악하고 애정으로 보살펴주고, 멀리서는 편견 없는 시선으로 똑같이 바라봐 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몰라서 어렵게 느껴질 뿐.
얼마 전 특수학교 설립 논란이 있었다. 특수학교 설립을 반대하는 부모들 앞에 한 엄마가 무릎을 꿇었다. 다름이 주는 공포, 혐오가 이리 컸구나. 장애가 죄가 되는 세상을 다시 한번 눈으로 확인하고 나니 마음이 많이 아렸다.
이런 와중에 이 책을 추천하면 돌팔매질을 당할지도 모르겠지만, 그래도 추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