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내일 죽는다면 - 삶을 정돈하는 가장 따뜻한 방법, 데스클리닝
마르가레타 망누손 지음, 황소연 옮김 / 시공사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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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내일 죽는다면 나는 오늘 무엇을 해야 할까? 그동안 하지 못한 걸 시도하는 분들도 계실 거고 차분한 마음으로 죽음을 받아들이는데 하루를 쓰는 분들도 계시겠지요. 혼자 무언갈하는 분들도 있겠지만 그래도 상당수의 사람들은 아마 사랑하는 사람들과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데 쓰지 않을까 싶어요. 매일 싸웠던 가족에게, 오랫동안 마주 앉아 식사 한 끼 하지 못했던 가족에게로 돌아가 함께할 수 있는, 사랑했다 말할 수 있는 하루가 주어진다면 .. 그건 축복이 아닐까 싶습니다.

우리 스스로가 이별을 받아들일 수 있게
마음을 다지는 시간을 갖는 동시에 내가 떠난 뒤 남게 될 가족을 위한 마지막 배려로 내가 가진 물건들을 하나하나 정리하는 게 바로 데스클리닝이랍니다.

 

일 년 전, 저와 아이가 병원에서 생활할 때, 몇 번 집에 들른 날이 있었어요. 집에 가서 두어 시간이라도 혼자 쉬라고 남편이 시간을 내 준 건데요. 사실.. 쉬는 게 되나요. 그냥 울다 빨래 돌리고, 울다 빨래 널고, 울다 짐 싸고 씻고 병실로 돌아오면 두세 시간이 금방 지나갔죠. 적막하고 텅 빈 집은 마치 누가 사는 곳이 아니라 물건을 보관해두는 창고 같았어요. (남편은 이런 집에서 어떻게 첫째랑 지냈을까요...) 냉장고는 텅 비어있고, 가스레인지 위에 냄비는 쌓여있고, 밥솥은 일을 멈춘 지 오래고, 버릴 쓰레기조차 없는... 먼지는 없었지만 오랫동안 주인의 온정을 느끼지 못해 마른 나무 같은 느낌이랄까요..

가족을 보내고 집에 돌아왔을 때도 비슷한 느낌이겠죠? 물론 빈자리가 훨씬 크고 버겁겠죠. 아이와 함께한 긴 병원생활이 정리되면서 저도 데스클리닝을 조금씩 실천하고 있었어요. 안쓰는 물건은 버리고, 나누고, 책도 나혼자 품고 있지말고 나누고, 선물하고.. 책욕심이 많았던 저로썬 큰 변화가 아닐 수 없었어요. (데스클리닝과 대청소의 차이는 마음가짐 아닐까 싶어요.ㅎㅎ)

 

 

적막한 집에 혼자 있을 때, 오랫동안 입지 않았던 아이 옷이 들어있는 서랍을 열고 "아이가 이 옷을 입을 날이 다시 올까? 만약 이 아이가 이대로 병원에서 생을 마감한다면.. 난 이 옷을 어떻게 해야 할까? 버릴 수 있을까? 아마 죽을 때까지 품고 있겠지?.."란 생각을 한 적이 있었어요. 늘 환자복을 입고 있으니 일반 옷을 입을 일이 잘 없었고, 퇴원복을 늘 챙겨두고 병원에서 지냈지만 해열제를 두 시간 간격으로 먹어도 39-40도였으니 환자복조차도 안입고 지낸 날이 많았어요. (지금은 우리 가족 중 옷이 가장 많아 기분 따라 골라 입는 복덩이로 잘 자라고 있어요. 사준 옷 아니라서 복덩이ㅋ :))

그때 문득
"내가 죽으면 남편이 정리할게 너무 많아 힘들겠다. 내가 그 짐을 좀 덜 수 있게 생전에 조금만 더 부지런 떨어봐야겠다."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 뒤로 쟁여두는 버릇이 많이 고쳐졌는데 자꾸 멀쩡한 걸 내다 버리는 절 보며 남편이 구박을 하네요. 책을 보니 가족과 데스클리닝에 관해 이야기하라는 조언이 있던데 저도 넌지시 얘기해봐야겠어요.

가는데 순서 없다니 누가 먼저 가든 남겨진 이에게 더 상처가 되는 일은 없었으면,, 슬픔, 아픔, 죄책감, 눈물 한 방울이라도 덜어줄 수 있다면- 싶은 분들께 의미 있는 책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사실 책의 내용은 크게 특별하다거나 몰랐던 걸 깨닫게 해주진 않아요. 제 곁을 스쳐 지나간 생각을 다 잡아주고 좀 더 체계적으로 계획을 세울 수 있게 도와준 정도. 요것만으로도 읽을만하지 싶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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