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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 수도 있는 사람
전민식 지음 / 답(도서출판) / 2017년 9월
평점 :
이름조차 생소한 열대어들 수백마리가 투명하다 못해 시린 수족관 안에서 유영하고 있었다.
자주색 몸을 가진 열대어 한마리가 죽은 채 수면위로 떠올랐지만 다른 열대어들은 죽은 물고기에 관심이 없는 듯 돌아다녔다.

월간지 객원기자 용주,
동호회 리더이자 박물관 큐레이터 수인,
카센터를 운영 중인 기성,
의류업체 영업사원 영미.
소설 속 주인공들은 모두 2,000cc이하 차량 카레이싱 동호회 사람들이다. 멀리서보면 그럭저럭 괜찮게 사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이들은 들여다 보기만 해도 질릴 정도로 답답한 삶을 살고 있다.
객원기자라니 그럴싸해보이지만 용주는 그냥 수입이 불규칙한 그래서 미래도 불투명한 비정규직이다. 월 수입 몇십만원이 전부인 카센터 사장은 알바만도 못하다. 영미는 회사를 위해 의류를 납품할 할인점 팀장에게 살신성인!하려 하지만 주변은 그저 방관하고 침묵하고 외면한다.
한달살이 인생을 사는 이들에게 유일한 기쁨이자 도피처가 되어주는 것이 카레이싱이다. 카레이싱이라니 세상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멋지게! 세상에 되갚아주는 시원한 홈런포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아주 완-전히 반대이다.
등장인물들은 하나같이 차 안으로 꽁꽁 숨어 빠른 속도, 우리에게 주어진 것 이상의 속도로 현재를 벗어나고 싶어하는 겁쟁이들이다. 그렇다고 미래로 가고 싶어 하는 것도 가고 있는 것도 아니다. 달리면 달릴수록 차 안에 갇히고 과거에 발목잡혀 아무리 달려도 제자리를 벗어나지 못한다.
조건없이 내 판단과 선택으로 결정된 사안들은 오롯이 내 책임이기 때문이다. 자유를 얻어 불안해진 이들은 다시 불안을 피해 세상 그늘 밑으로 숨어 든다.
각각의 캐릭터가 품고 있는 아픔은 결국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아 와 닿았지만 캐릭터들이 한데 버무려지지 않고 따로 노는 느낌이 들었다. '의도한 건가?' 싶었지만 하나로 모이는 꽤나 그럴싸한 결말에 비해 의리도 우정도 느껴지지 않아 아쉬움이 남았다. 드라마에 너무 길들여져 우연이든 억지든 서로 얽히길 내가 바란걸까? 조미료 반스푼이 아쉬운 소설에 내가 문제인지 작품이 문제인지 의아할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