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 최고의 책
앤 후드 지음, 권가비 옮김 / 책세상 / 2017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내 인생 최고의 책》은 에이바가 남편의 외도로 25년간의 결혼생활에 종지부를 찍으며 이야기가 시작된다. 친구의 권유와 마지막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가입한 북클럽을 통해 인생의 갱년기가 돼서야 자신에게 상처가 많음을 깨닫고 이를 스스로 치유해 나가는 1년간의 과정을 1~12월까지 차근차근 그리고 있다.

남편의 외도 이전에 에이바에겐 동생과 엄마를 잃은 상처가 있다. 에이바가 7살 때, 함께 정원에서 놀던 동생이 나무에서 떨어져 즉사하고, 채 일년도 버티지 못하고 엄마는 강물에 뛰어들어 자살한다. 사고 당시 두 자매를 돌보던 이모는 연락두절이 되고, 유일한 가족인 아빠는 엄마를 사무치게 그리워하다 치매(혹은 정신병, 아님 둘다)에 걸려 요양원에서 지낸다.


북클럽 첫 참석에서 내년 주제가 <내 인생 최고의 책>임을 알고 급히 추천한 《클레어에서 여기까지》는 사실 에이바가 자신이 겪은 일과 쏙 빼닮은 스토리 탓에 그동안 읽지 않으려 애쓴 책이었다. 살아있는 자신을 두고 죽은 여동생을 따라 자살한 엄마를 어떤 딸이 이해할 수 있을까. 자신의 상처를 다시
들추고 싶지 않아 피했던 책을 추천하게 된 에이바는 과연 이 책을 다시 읽을 수 있을까? 책은 문학이 가진 치유의 힘을 반복해서 묻고 답하며 이야기를 이어 나간다.

다른 멤버들이 추천한 책은 <안나 카레니나>, <오만과 편견>, <위대한 게츠비> 등으로 책을 읽지 않는 사람들에게도 익숙한 책들이다. 그에 반해 에이바가 추천한 책은 절판된지 이미 오래되어 도서관에서도 구하기 어려우니 다른 책을 읽자는 멤버들의 성토가 이어지자 당황한 에이바는 덜컥 작가를 초빙했단 거짓말을 하고만다. 그리고 어쩔수없이 작가 찾기에 나서며 이야기는 예상치 못하게 전개된다.



또 다른 주인공인 에이바의 딸 메기는 약물 중독에 섹스 중독자이다. 하룻밤 잠자리 상대를 찾다 만난 한 남자에게 사랑을 느끼곤 자발적으로 그가 마련해준 거처에 감금되기도 하고, 약물을 과다 투여해 병원에 실려가기도 한다. 여러차례 반복되는 고비를 넘기고서야 자신의 삶이 잘못됐단걸 깨닫게 된 메기는 새로운 삶을 개척하고자 마음먹지만 내가 보기엔 여전히 변변찮아 보였다. 그래도 엄마에게 물려받은 문학 DNA가 있으니 희망은 있어보였다.

변화를 결심하고 프랑스로 유학을 간 딸이 다시 약물에 빠져 학교를 자퇴하고 남자와 어딘가로 떠나 실종되자 에이바는 혼돈에 빠지게 된다. 하지만 에이바는 딸에게 받은 실망과 상처를 되갚지도 내색하지도 않고 유연하게 대처한다. 쉼없이 고민하고 걱정한 속내를 쉽게 드러내지 않는 모습이 물 위를 떠다니는 백조같이 우아해 보였고 에이바를 닮고 싶단 생각이 책을 읽는 내내 들었다.


표지나 제목을 보면 에이바가 중심을 이루고 있고 북클럽이 주된 장소가 될 것 같지만 실은 그렇지 않다.
에이바 못지 않게 중요한 등장인물도 여럿 있었는데 이들에게 가장 중요한 곳은 결국 '삶'이 있는 장소였고 책은 삶을 살아내는 나(=보석)를 빛나게 해준 가공사였다. 기억하자. 가공사는 보석을 다듬을 뿐 만들어내진 못한다. 결국 내가, 우리가 보석인 것이다.




+
소설을 읽는 내내 에이바처럼 늙고 싶단 생각을 많이 했는데... 표지처럼 머릴 잘라버렸다. 헐.

의외의 전개로 흥미진진하고 쫄깃한데다 마지막은 상상치 못한 방법으로 감동을 안겨 나를 깜짝 놀래킨 책



+
《클레어에서 여기까지》

딸 하나를 잃고 셋이 된 가족이 여행을 가다 길을 잃었는지 차에서 아빠가 내려 잠시 사라졌다. 그새를 못참고 차에서 내린 엄마와 딸은 근처에 있던 오두막을 발견한다. 딸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엄마는 암흑처럼 어두운 지하에 이끌려 들어가게 되고 그곳에서 죽은 딸의 영혼과 마주하게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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