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강
핑루 지음, 허유영 옮김 / 현대문학 / 2017년 8월
평점 :
절판



잔인하게 살해된 중년의 부부 그리고 부부를 살해한 젊은 여인. 그녀를 네티즌들은 '사갈녀'(뱀과 전갈처럼 남에게 해를 가하는 여자)라 불렀다. 핑루는 신문에서 본 사건을 모티브로 이 소설을 만들어냈다.

소설은 범인인 '자전'과 피해자 '훙루이', 이 두 여자의 이야기가 번갈아 나온다. 자전은 범죄를 저지른 후 과거를 되돌아보는 시점으로 이야기하고 있고, 훙루이는 죽어가면서 과거를 되돌아보고 있다. 두 이야기가 교차되는 지점마다 '훙보'라는 한 남자가 있다.

"그녀는 자신이 옷을 갈아입을 때마다 남편이 고개를 슬쩍 돌려 외면한다는 것을 알고 깜짝 놀랐다. 내가 썩은 고깃덩이 같아?"

아내에게 다정한 남편, 능력 있는 사업가로 보이는 이 남자는 마치 달빛에 반사되어 환하게 빛나던 강과 같았다. 내게 아름다움을 일깨워준 사람, 내게 빛을 나누어준 남자가 햇빛을 받아 검고 탁하고 더러운 민낯을 드러낸다면 우린 어떤 선택을 해야할까. 선택을 할 수나 있을까.


"사람의 마음이란 참 이상한 것이다. 경보음은 사람을 위험에서 도망치게 만들까, 아니면 위험을 향해 달려들게 만들까? 사냥꾼이었던 우리의 먼 조상들은 맹수가 덮치기 직전 눈에 핏발이 서고 아드레날린 분비가 급증하면서 순간적으로 몽둥이를 집어 들고 맹수에게 있는 힘껏 반격했다."

이미 덫에 걸린 그녀들에게 주어진 건 무언갈 선택할 수 있는 권한이 아니다. 그가 건네주는 선택지대로 움직여야만 하고, 그럴 수 밖에 없다. 목에 칼이 들어온 것도 아닌데 그녀들은 그렇게 너무나도 쉽게 조종된다. 보이지 않는 족쇄, 그녀들을 옭아맨 사슬은 그렇게 서서히 그녀들의 숨통을 끊어놓는다.


《검은강》은 돈을 노린 단순 범죄로 포장되어 있지만 사실은 아주 복잡하고 난해하고 생각보다 더럽다. 《검은강》속 살인사건은 가해자를 죄인으로 단정 짓기엔 무리가 있다.

표면적으론 두명의 피해자와 한명의 가해자로 편이 갈려 있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두 여자는 결국 남자와 함께 순장되었다. 속지 색 그대로 회색 지대 같은 사건이 아닐 수 없다. 어쨋든 가령취나는 쓸모없는 자식이 죽었다니 다행일 따름이다.

 

+
사람이 나이가 들면 피부의 대사 능력이 떨어져 각질에서 분비된 피지가 산화된 후 불포화알데하이드로 변하는데 이것이 바로 비릿한 체취를 일으키는 기체분자를 만들어낸다. 이런 냄새를 전문용어로 '가령취'라고 부른다.
무슨 말인진 몰라도 모두가 아는 그 냄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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