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 빼기의 기술 - 카피라이터 김하나의 유연한 일상
김하나 지음 / 시공사 / 2017년 7월
평점 :
절판


 

 

굳이 이름 앞에 카피라이터라고 다섯자나 갖다 붙였길래 엄청 유명한 카피라이터인가 했다. 한데 "여보시게나~카피라이터가 긴 글도 잘쓴다네~~" 이런 추임새였나보다. 다소 싱거운 반전이 어쩐지 저자의 글과 통하는 느낌이다.

 

《힘 빼기의 기술》은 특별할 거 없는 소소하고 때론 싱거운 이야기를 담고 있다. 기억에 남을만큼 각별한 이야기는 없는데 왠지 피식 웃음이 지어지는 묘한 느낌의 책이다. 저자의 삶은 아주 평범하다. 직장 생활을 하고, 부모님이 계시고, 여행을 다니고,,, 특별한 게 없다. 누구나 겪어봤고, 겪고 있고, 한번쯤은 겪게 될 일들 투성이다. 그래서 기억에 남는게 없었나보다.

 

이 책은 마치 오랫동안 만나온 내 친구를 닮았다.
곱씹어 보면 수백번, 수천번은 만났고, 수만번은 연락을 하며 지냈는데 내가 기억할 수 있는 건 극히 일부이다. 기억에 남는 사건, 사고는 몇 안돼지만 서로의 속을 꿰뚫어 볼 수 있는 사이이다. 마음이 기억하는 순간들, 서로를 사랑한 시간, 함께한 세월, 서로이기에 터놓을 수 있었던 자랑 혹은 상처 등,, 적고보니 그럴싸하고 멋지지만 몇 안돼는 이 문장들을 긴 시간동안 함께 공유해 온 벗. 친구는 사건, 사고, 이벤트같은 걸로 기억하는게 아니다.

 

물은 바람이나 진동이 없으면 티가 나지 않는다. 친구란 그런 존재인 것이다. 가끔은 나를 물먹여 괴롭게도 하지만, 마음을 다해 내 모습을 비추기도 하고, 세상 가장 즐겁게 놀 수 있게도 해주는 존재.

 

고백하자면,, 저자를 조금 오해했다. "뭐 얼마나 힘 빼기의 고수길래 제목이 이렇지?" 싶었다. 책을 읽을 때까지만 해도 저자의 그런 면을 찾기 위해 조금 열심(?)이었다. 하지만 저자는 표지 속 여인처럼 힘빼기 기술의 고수임을 뽐내려 하지 않았다. 어쩌면 우리가 힘을 뺀 채로 마음 편히 떠다닐 수 있는 물이 되어주고 싶었던 건 아닐까 싶은 마음이 든다.
 

 

+
제대로 싱거운 <힘 빼기의 기술> '장수풍뎅이연구회'이야기

촛불집회가 한창이던 겨울, 뉴스와 SNS에서 장수풍뎅이연구회의 깃발이 화제가 되었다. 그리고 연이어 보나마나 없는게 분명한 온갖 연구회와 모임 깃발이 차고 넘쳤다. 한데, 누군가로부터 장수풍뎅이연구회가 진짜가 아니란 걸 알게 되었다. 그리고 "가짜"란 이유로 난리도 아니었다. 내 기억으론 뉴스에도 나왔던 것 같다. 우린 그 당시 비정상에 가까울만큼 화가 치밀어 있었고 "가짜"에 예민한 상태였으니까. 아무튼 난 그 때  "그럼 왜??? 왜 하필 장수풍뎅이연구회야??"란 궁금증이 마구마구 들었다.

 

나의 어렴풋한 생각이 이 책에 글로 정리되어 있었다. 저자는 장수풍뎅이연구회가 화제가 되고 뒤이어 비슷한 류의 깃발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난 게 '싱거운 맛' 때문이라고 말했다. 집순이연합이 파자마를 입고 촛불시위현장에 나온 것처럼 의미(집순이마저도 집에 앉아 있을 수 없을만큼, 급하게 나오느라 옷도 못 갈아입고 왔을만큼 촌각을 다투는 위기상황임)가 한눈에 보이는 것도 아니고, 애국이나 투쟁처럼 비장한 문구도 아니고, 센스가 돋보이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뭘 이렇게까지...'라는 느낌을 주었다.

 

열정(혹은 분노)에 찬물을 끼얹은 그들은 위험했고 대범했다. 결의에 차 비장했던 사람들의 마음이 조금은 수그러 들었고, 조금이나마 가벼운 발걸음으로 광화문을 오고갈 수 있게 해 주었다. 그리고 촛불집회는 누구나 심지어 아이도 갈 수 있는 곳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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