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망 독서 - 마음이 바닥에 떨어질 때, 곁에 다가온 문장들
가시라기 히로키 지음, 이지수 옮김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7년 6월
평점 :
절판


 

작년 여름 더 정확히는 한참 힘들 때, 지인으로부터 한권의 책을 선물받았다. 제목은 밝힐 수 없지만 내용은 대략 신앙+희망+소망이 따뜻한 느낌의 일러스트와 버무려져 있었다. 책을 선물 받곤 어리둥절 했다.
"그 분은 이 책이 지금 우리한테 도움이 될거라고 생각한거야??"
마음 속으로 "지금 이 책은 우리에게 쓰레기나 다름 없다고!"외치고 있었지만 다행히 입밖으로 나오진 않았다.
 
누구도 깊은 절망에 빠졌을 땐 "절망하지마" 따위의 책은 읽지 않는다. 깊지 않은 몇일이면 털고 일어날 수 있는 정도의 절망엔 도움이 될지 모르지만 끝이 보이지 않는 막막한 절망 앞에선 섣불리 희망을 노래해선 안된다.

심연 깊숙이 내려가 바닥을 찍어야 다시 올라올 수 있단걸 사람들은 안다. 물론 이걸 알기까지 몇차례의 고비와 경험이 필요하다. 저자는 이런 이들을 위해 시행착오를 조금이나마 덜어주고 싶은 마음으로 이 책을 썼다.

저자는 대학 졸업을 앞두고 불치병 판정을 받고 13년간 병원생활을 했다. 13년.
내가 아이랑 병원에 있는 몇개월 동안 딱 한 아이가 이 저자와 비슷한 연차로 병원생활을 하고 있었다. 물론 제법 자란 뒤론 학교에 다니며 병원을 학원처럼 드나드는 수준으로 줄었다지만 암튼 중학생인 그 소녀는 뇌가 2/3가 없는 채로 다리가 부러져(몸이 약해 골절을 달고 살고 뼈에 철심도 이미 여러번 박은 상태였다.) 병원에 있었다.

아무튼 병원에 오래 지내면서 장기 투숙환자를 여럿 만날 수 있었는데 지금 기억을 더듬어보면 다들 누구도 TV를 보지 않았다. 아이를 돌보느라 정신이 없기도 했지만 뉴스조차도 아주 동떨어진 다른 세계 이야기로 느껴져 이질감이 아주 컸다. 다른 엄마들도 모두 나와 같은 느낌이지 않았을까 싶다. 저자 또한 나와 같은 경험을 했다. 그리고 TV 대신 글자라면 평생을 멀리하던 사람이 책을 집어들었고 고전까지 독파하게 된 절망을 책으로 극복한 아름다운 이야기다. (병도 치료된 것 같았다.)

저자는 절망 중에 희망섞인 책보다 절망을 다룬 책, 영화, 드라마를 추천한다. 정확히는 '절망을 품고 있는 이야기'를 추천한다. 이열치열이랄까. 저자는 특히 새드엔딩, 배드 엔딩이 많은 고전을 즐겨 읽었는데 까닭은 엔딩을 향해 치닫는 절망 이야기 속에서 구원과 답을 찾을 수 있었기 때문이고, 절망에 몸부림치는 주인공의 고뇌와 갈등, 평소같으면 "뭥미"싶었을 문장이 깊게 와닿기 때문이다.
 
어느 정도의 절망을 품고 있는지, 개인이 어떻게 느끼고 있는지에 따라 이 책이 와닿을 수도 있고 와닿지 않을 수도 있지만 나 또한 저자와 같은 생각이다. 한가지 특이한 점은 이 절망에서 회복되고 다시 책을 읽으면 내가 이 문장에 왜 밑줄을 그었는지, 심지어는 어떻기 이 문장을 이해했는지 기억나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는 거다.

그러니까 결론은,, 나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면서 희망을 가지라 말하는 앵무새같은 책보단 나와 같은 병실에서 지내며 아이들 이야기로 눈물콧물 지새던 동지였던 이름 모를 엄마들의 '이야기'와 과거의 나와 현재의 나를 아는 이웃들의 안부와 평범하기 그지없는 소소한 '이야기'가 더 크게 와 닿았다는 거다.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