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문학 기행 - 방민호 교수와 함께 걷는 문학도시 서울
방민호 지음 / arte(아르테) / 2017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잡학박사들의 여행을 방송하는 예능 프로그램이 한창 인기이다. 지적인 수다도 좋지만 그동안 외면받았던 유적지가 새롭게 조명을 받고 있다.

<서울문학기행>은 그동안 우리가 모르고 무심하게 지나쳤던 서울 곳곳에 숨어있는 역사와 문화를 알려준다. 서울에 숨어있는 문학보물찾기랄까. 사실 '서울'에 이렇게 문학적인 보물들이 숨어있는 줄 몰랐다. 왠지 안어울리지 않는가? 옛스러움을 시골과 연관지어온 편견 탓이겠지만.

 

각 장의 시작은 모두 길을 찾아 나서는 걸로 시작된다. 서울역(과거 경성역) 주변, 청계천, 을지로입구역 주변... (어느 길로 가는게 더 좋은지(빠른지가 아니다)도 차근차근 설명해 주신다.)

내가 커피를 마시고 쇼핑을 하며 친구와 셀카를 찍던그 길에서 어떤 이는 조선의 미래를 걱정하며 죽어갔고, 내가 출근하고 맛집을 찾아 점심시간마다 돌아다니던 그 길에서 어떤 이는 풍류를 즐겼고, 어떤 이는 대한민국에 살며 고3쯤되면 모두가 외울 수 있는 시를 썼다. 놀랍지 않은가?

"옛날에도 사람이 살았지."라고 막연히 떠올리는 것과 윤동주가 시를 쓴 하숙집을 마주하는 것과는 정.말. 천지차이다.

이 책을 쓴 교수님의 내공은 책을 몇장만 읽어도 단박에 알아챌 수 있을 정도로 어마어마하다. 시나 소설이 품고 있는 이야기를 하나 하나 보따리 풀어놓듯 내어놓는데 조곤조곤한 글을 그냥 읽어도 내공을 느낄 수 있을 정도이다.

작가의 삶, 역사적 배경을 비롯해 작가가 살면서 읽었던 작품들이 켜켜이 쌓여 한폭의 작품으로 완성된다. 내가 읽었다면 그냥 스쳐지났을 한 문장, 한 문장을 뜨문 뜨문 남아있는 족적을 따라가며 어떤 출처를 가지고 있고, 어떤 생각으로 쓰였는지, 당시 작가가 어떤 상황이었는지 다방면에서 접근하고 해석해준다.

윤동주의 <자화상>으로 정지용을 존경했단 사실을, 이상의 <날개>를 일본 소설과 그리스 신화, 니체까지 모두 소화한 뒤 배출한 작품이란 걸 알아가는 과정이 무척 재미있었다.
(이런걸 할 수 없기에 고전 특히 국내 문학작품은 내게 그림의 떡이면서 동시에 가장 기피하는 분야이다.)

이광수의 <유정>과 <무정>에 이어 불륜(아닐지도 모르지만)으로 알려진 모윤숙과의 관계, <사랑>이란 작품, 그리고 이 둘과 얽힌 나혜석의 이야기를 읽으며 그동안 보수적인 시각으로 작가를 검열하고 작품을 본 나의 시각이 정답이 아니란걸 깨달을 수 있었다.

샛길로 빠져 연산군의 탕춘대를 들여다만 봐도 너무 재미진 삼천포마저 의미있게 만드는 이 책이 어찌 이제 이 세상이 나온건지.

이 책에 담긴 노고와 애정이 얼마나 각별한지 책을 읽는 내내 느낄 수 있어 더 손이가고 귀하게 대하게 된다.

감사한 책 <서울 문학 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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