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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의 책
김희선 지음 / 현대문학 / 2017년 6월
평점 :

<무한의 책> 속 인물에 관한 내용입니다. 위 내용으로 볼 때, <무한의 책>은 어떤 소설로 분류할 수 있을까요? 분류가 어려운 소설이 있다 말로만 들었지 이리 만나긴 처음이었습니다.
파충류의 모습을 한 채 휴대폰에 깔린 '계시앱'으로 계시를 내리는 신이 나오지만 SF나 공상과학소설은 아닙니다. 미스터리도 아니에요. 그렇다고 그냥 소설이라고 하기엔 스토리가 무척 놀랍습니다.
4차원 무한궤도로 순간이동시켜 준 <무한의 책>은 문체도 구성도 스토리도 아주 자유분방하고 독특합니다. '읽기'가 어려울 것 같았지만 신기하게도 다른 소설에 비해 몰입하긴 아주 쉬웠습니다. 까닭은 아마도 목격담, 회고, 소설, 심문, 신문기사, 칼럼, 책인용문, 대화, 꿈, 편지, 문자메시지, 위키피디아, 참고문헌 등의 다양한 서술로 이루어져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과연 내가 이 산을 정복할 수 있을까?
책을 열었는데 무릎이 시큰거린다.
이 책을 읽으며 메모장에 쓴 첫 문장입니다.
제가 염려했던 것처럼 작품해설을 한 평론가 또한 이 책을 감당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니 만만치 않은 책임은 분명하지 싶습니다.
로버트는 그런 느낌이 '기시감'이라고 했는데, 그는 그것이 '세상의 모든 시간과 공간이 서로 맞닿아 있기에 일어나는 일'이라고 설명해줬다.
과거와 현재가 만나 미래를 만들어내기 위해 과거로 향하고, 미국과 한국이 교차하는 지점에 등장인물들이 있습니다. 과거와 현재, 미래가 중첩되고 뒤섞이는 비선형적 시간 속을 다니는건 아슬아슬하지만 짜릿했습니다. 이 기분을 뭐라고 표현해야 좋을까요. 파도를 타는 서퍼의 마음이 이럴까요?
파도에 몸을 맡기려면 몸에 힘을 좀 빼고 편하게 즐겨야 하는데 바짝 힘을 주고 제대로 즐기지 못한 것 같아 못내 아쉽네요. 얼마나 더 읽어야 책 속을 여유롭게 누비는 서퍼가 될 수 있는건지. (신기루는 아니겠지요?!)
<무한의 책>은 얼마나 많은 다른 인형들이 숨어 있는지 도무지 짐작할 수 없는 마트료시카 인형을 닮았다. 이야기 속이 이야기가 있고, 그 이야기 속에 다른 이야기가 또 있다.
각봉투⊃각봉투⊃각봉투⊃... 무려 아홉개의 각봉투에 쌓여 있던 소설 속 편지처럼 이야기가 펼쳐진다.
소설을 읽는 내내 저 또한 '인지적인 혼란'을 마음에 품고 있어야 했지만 가볍다 못해 살짝 저렴한 캐릭터들이 있어 실실 웃으며 읽다 책을 덮고 미간이 찌푸려 졌습니다.
'현재, 지금'을 살기가 생각보다 쉽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과거일을 수습하느라 허덕이고 있거나 미래를 준비한다는 명목하에 현재를 희생시키기 일쑤죠. 그러고보면 소설처럼 우리 삶도 쌩뚱 맞을 때가 참 많습니다. 너무 쌩뚱 맞아 고백하지 못할 뿐...
갑자기 궁금한게 생겼습니다. 작가들은 이런걸 다 계산 하고 작품을 쓰는 걸까요???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는 소시민인
나에게 전기충격기같았던 소설!
딴 생각이 절실한 내게 딱 맞았던 이달의 책!
평범한 분께 추천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