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한 줄도 읽지 못하게 하라 - 누가 왜 우리의 읽고 쓸 권리를 빼앗아갔는가?
주쯔이 지음, 허유영 옮김 / 아날로그(글담) / 2016년 12월
평점 :
절판


문화계 블랙리스트가 한동안 꽤 화제였습니다. 기사 제목만 보곤 "음, 그럴 만도 하지."라고 생각했습니다. 헌데 기사 내용을 보고 뜨악했습니다. 
문화계 블랙리스트에 오른 사람 수가 정확히 9,473명입니다.
걸 어떻게 모았을까요?! 얼마나 눈에 쌍심지를 켜고 찾은 걸까요?? 정말 보통 집착으론 할 수 없는 일이 아니란 생각이 듭니다. 그죠??

왜 악인(!)들은 '문화'에 집착하는 걸까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진실을 싫어하는 악한 권력자들은 항상 작가들의 입에 재갈을 물려 왔습니다. 진실을 두 눈뜨고 마주할 용기가 없으니 그냥 없애버리는겁니다. 우리의 사상, 우리의 생각을 소리, 소문 없이 잠식하기 위해서겠지요. 문화 특히 공연과 출판물은 사람들이 개방적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에 거부감 없이 뇌리에 각인시키기에 딱! 일 거란 생각이 듭니다. 압박, 조종하기도 어렵지 않을 거예요. 푸시킨의 시처럼 언제라도 찍어낼 듯 기세등등한 도끼가 통치하고 있으니 몸을 사리게 될 수 밖에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가는 자신이 살고 있는 시대의 아픔을 노래하고 시대의 무게를 짊어져야 할 임무가 있습니다. 펜을 무기로 시대를 기록하고 갈등을 풍자하며 사회의 부조리를 꼬집으며 시대를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깨우침을 주고 후손에겐 다시 되풀이되지 않도록 가르침을 주어야 합니다.
작가란 그런 존재여야 합니다.

 

 

『단 한 줄도 읽지 못하게 하라』에는 여러 시대에 금서로 묶여 있었던 명작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금서의 내용은 물론 금서로 지정된 배경부터 작가의 기대와 좌절 그리고 고충 등의 숨은 이야기까지 모두 들을 수 있었던 만큼 읽는 내내 마음이 무척 무거웠습니다.

십자가를 진 채, 힘겹게 겨우겨우 생을 살아낸 작가들은 죽음마저도 평안하지 못 했습니다. 판매가 금지되어 생계가 막히기만 하면 차라리 다행. 루슈디는 3년간 쉰 번이 넘게 거주지를 옮기며 경찰의 보호를 받아야 했고, 세상과 단절된 채 살며 늘 죽음을 준비한 채 지내야 했습니다. 그 유명한 빅토르 위고 또한 정부를 비판했단 이유로 20년이나 망명 생활을 해야 했습니다.  

장 자크 루소 또한 자신의 노후를 지켜줄 종신연금이 되어줄 거라 믿었던 《에밀》로 인해 이단으로 몰리고 경찰에 쫓기는 신세가 되었습니다. 《에밀》이 금서로 지정된 건 자연주의를 넘어서 종교와 사회의 규율을 부정하고 귀족화된 교육을 반대했기 때문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그야말로 '재앙이 된 국가'가 따로 없는 요즘이지만, 사실 우리나라에도 금서 조치는 꾸준히 있어왔습니다.
멀리 갈 것 없이 2008년에도 '불온서적'23권이 공개되었고, 2011년에도, 2015년에도, 바로 며칠 전이었던 2016년에도 국방부는 군 마트에서 판매를 금하는 도서를 선정했고, 한국 정부는 올해 새 학기 배포를 목표로 열심히 한국사를 입맛대로 만들고 깎아내고 포장하느라 바쁜 게 바로 우리의 현실입니다.

악인들의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책을 금지하고 불태워 없애도, 우리의 사상과 이념은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전 우리가 쫓고 있는 사상, 마음속에 심어진 이념은 우리의 본성처럼 지워질 수 없는 거라 믿고 싶습니다. 물론 더 바르게 서야 하고 더 굳건해지도록 노력해야겠지만요.

문화 방화자들이 일으킨 방화의 역사가 보기 싫은 흉물의 모습을 하고 있을지라도 우린 돌아봐야 합니다. 그들과 함께 역사에 불타오르진 못할지언정 적어도 생존자로서의 최소한의 역할은 해야 하지 않을까요? 혹시, 더러워질까 두렵나요? 그럼 용기를 가지세요. 조반니의 말처럼 우린 절대 더럽혀지지 않을 거에요. 

 

비열한 자들은 이 말에 담긴 진정한 의미를 절대로 이해할 수 없다. 아무리 좋은 말도 그들의 귀에는 들리지 않는다.
반대로 인격을 갖춘 사람들은 저열한 말을 들어도 그 인격이 더럽혀지지 않는다. 진흙이 찬란한 햇빛을 더럽힐 수 없고, 땅 위의 더러움이 아름다운 하늘에 오점을 남길 수 없는 것과 같다.
조반니 보카치오, 《데카메론》중에서

 

+
어디서도 보지 못한 "도서 검열 기관"(로마교황청, 영국의 궁정 검열관, 미국의 공공 도서관)의 이야기와 연도별로 정리된 금서이야기숨은 꿀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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