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엣지>라고 들어 보셨나요~~? 전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는데요. "세상에서 가장 똑똑한 웹사이트"이자 "미래를 여는 열쇠"라는 웹사이트치곤 다소 과해 보이는 칭찬을 받는 '엣지'는 1981년에 만들어진 리얼리티 클럽이 모태인 꽤 오래된 녀석이더라구요.(www.edge.org)
뉴욕이나 맨하튼에서 열리는 예술가들이 모이는 모임이나 종교인들이 모이는 사교모임들과는 조금 다르게 '엣지'는 진화생물학, 유전학, 컴퓨터과학, 신경생리학, 심리학, 우주론, 물리학같은 과학분야의 개념들을 이야기 하는 곳이에요. (엣지의 질문에 답하는 사람이 모두 과학자는 아니지만 책 속의 글로 봐선 과학자라 해도 손색없는! 난이도를 보여주더라구요. ) 엣지는 해마다 질문을 하나 선정해서 회원들이 그 질문에 답을 다는 전통이 있습니다.
『이것이 모든 것을 설명할 것이다』는 2012년의 질문에 대한 멤버들의 답변을 묶어 놓은 책이에요.질문은 바로"당신이 가장 좋아하는 심오하고 우아하고 아름다운 설명은 무엇인가?"
위 질문에 대한 명인들의 답이 궁금해 책을 읽겠다 마음먹었지만, 서문에서부터 턱 걸렸어요.과학에서 가장 큰 기쁨을 느끼는 순간은 단순한 원리 몇 개로 이뤄진 어떤 이론이 심오한 수수께끼에 대한 답을 제시해 줄 때가 아닐까 싶다. 이러한 설명은 '아름답다'거나 '우아하다'고 이야기한다. 역사적 예로는 요하네스 케플러가 행성들의 복잡한 운동을 단순한 타원으로 설명한 것이나, 닐스 보어가 원소 주기율표를 전자껍질로 설명한 것, 제임스 왓슨과 프랜시스 크릭이 이중 나선으로 유전자 복제를 설명한 것을 들 수 있다.
이 책이 읽고 싶었던 이유는 (모두 엣지 회원인진 모르겠지만) 답을 한 분들 중 워낙 유명한 분들이 많아서 그 분들의 생각이 궁금했기 때문이었어요. 좀 더 솔직하게 말하자면 똑똑한 사람들의 생각이 말이지요. ㅎㅎ답은 겹치는 것도 있었지만 정말 다양했어요.가장 많이 언급된 건 '다윈'이었어요. 그 다음으론 '단순함'이었어요. 그 외에도 아인슈타인, 프로이트, 프톨레마이오스(우주의 이치를 발견한 그리스인)같은 인물과 개인, 생명, 뇌, DNA, 구, 우주, 군론, 후성유전학, 판구조론, 기준좌표계(뇌리에 남을만큼 정말 독특한!), 양자론, 실재론, 원자, 힉스 매커니즘(전자 따위의 기본 입자들이 어떻게 질량을 갖는지), 케이지패턴(제어된 우연성), 오컴의 면도날과 대사증후군까지-다양한 답만큼 읽는 재미가 쏠쏠했지만 사실 쉽지많은 않았음을 고백하고 넘어가야 할 것 같아요. 과학이란 분야와 그들의 직업적 특수성이 여실히 담긴 함축된 글(위 질문의 답에 단순함을 꼽았으니 짐작이 되실런지..)로 인해 처음엔 눈따로 머리따로 이해따로 책에 적응하기까지 얼마나 버벅거렸는지 몰라요. 그러다 어느 순간부터 주문에 걸린 듯 묘하게 빨려들기 시작했어요."아주 작은 것"이라고 답한 물리학자 제레미 번스타인의 이야기입니다.20세기로 넘어올 무렵 플랑크는 작용 양자 개념을 도입하면서 이것이 새로운 자연 단위들을 낳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예를 들면, 플랑크 시간은 플랑크 상수의 제곱근에다 중력 상수를 곱한 뒤 광속의 5제곱으로 나눈 값이다. 이것은 우리가 이야기할 수 있는 가장 작은 시간 단위이다. 그런데 과연 이것이 '시간'일까? 그는 이를 측정할 시계를 만들려 시도했다. 그는 양자 불확실성을 사용해 그것이 스스로 만들어낸 블랙홀에 잡아먹히고 만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그러니 측정은 불가능하다. 플랑크 시간은 시간이 아니다. 혹은 시간을 초월한 존재인지도 모른다.플랑크 시간이 심오하고 아름다워 보이기 시작합니다. ㅎㅎ"태양은 왜 아직도 빛날까?"바트 코스코는 태양은 왜 불처럼 타버리지 않고 아직도 빛이 나는지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태양은 태양 안에서 열핵 수소폭탄 폭발이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는데 이 수소폭탄 재료 물질이 아~~주 많기 때문에 빛이 납니다. 하지만 결국 언젠간 수십억년쯤 뒤엔 모두 소멸될거에요. 그럼 우린 어떻게 될까요? 수십억년 뒤엔 태양없이 사는 법을 과학자들이 만들어 낼 수 있을까요? 걱정마세요~ 태양이 적색거성으로 변해 지구를 삼킬 때쯤엔 우주의 모든 별도 다 타거나 폭발해 없어지고 우주는 절대 영도에 아주 캄캄한 암흑 천지일 뿐일테니까요. 인류에게 '종말'을 설명하는 만큼 바트 코스코는 이 질문이 더할 나위 없이 심오하고 아름다운 설명이라고 말합니다.
"아이의 입에서 나오는 질문"하늘은 왜 파랄까? 모든 어린이가 한번쯤 묻는 이 질문은 레오나르도 다빈치, 뉴턴, 케플러, 데카르트, 아인슈타인까지 대부분의 위대한 과학자들이 던졌던 질문이기도 합니다. 우리가 숨쉬는 공기에는 색이 없는데, 어떻게 대기에는 색이 있을까요?아리스토텔레스는 가까이 있는 공기가 투명하고 하늘에 있는 깊은 공기가 파란 이유는, 얕은 물은 투명하지만 깊은 물이 검어 보이는 것과 같다고 했어요.(아이에게 써먹어 보고 싶을 만큼 문장이 멋지지 않나요?ㅎ)하지만 공기가 왜 '파란색'인지는 한참 뒤에서야 밝혀졌는데요. 하늘이 파란 이유는 공기를 이루는 기체 분자들이 파란색을 만들어냈기 때문이었어요. 공기 중의 기체 분자들이 상호작용하여 스펙트럼 중 파란빛이 더 많이 산란되어 우리 눈에 도달하고, 우리 눈은 파란색에 민감하게 반응하도록 설계되어 있어서 하늘이 파랗게 보였던거죠.이런 사소한 듯 보이는 질문에 가시 스펙트럼의 색들, 빛의 파동설, 햇빛이 대기에 입사하는 각도, 산란의 수학, 질소와 산소 분자의 크기, 심지어 사람의 눈이 색을 지각하는 방식에 이르기까지 자연과학의 많은 분야가 동원되니 아이의 질문이라고 함부로 가볍게 여겨선 안될 듯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