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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어디선가 시체가
박연선 지음 / 놀 / 2016년 7월
평점 :
"글쓰기" 혹은 "작문"분야를 가만 들어다보면 참 다양한 모습을 품고 있다 생각이 들어요. 소설 속의 글과 기사, 잡지의 글이 다르고, 작가, 기사란 직업이 있는가 하면 교수도 꽤 글(책)을 많이쓰는 직업 중 하나잖아요~
글쓰기에도 다재다능이
가능할까요?
영화 <동갑내기 과외하기> 정말 재미있게 봤는데 이 작품이
데뷔작이랍니다!
드라마도 여러편 썼고, 한참 방영중인 <청춘시대>도 박연선 작가
작품이더라구요. 그녀의 작품들로 봐선
분명! 나이많은 아줌마는 아닌데! 이런걸 두고 타고 났다고 하나봐요. 장편소설도 요 책이 처음이라는데 참 첫 발부터 홈런이닷! 싶도록 재미진 소설이 나왔지
뭐에요~

표지
참 묘하다.
표지 속 두 여인은 손녀 강무순과 그녀의 할머니 홍간난 여사.
그리고 빼놓을 수 없는
꽃돌이를 포함한 쭈구려 앉길 엄청 좋아하는 두왕리 사람들.
캐릭터도 묘하다.
해가 똥구녕을 쳐들 때까지 자빠져 자는
강무순. 일찍 일어나는 새는 벌레를 잡을지 몰라도 일찍 일어난 강무순은 할 게
없다.
날이 밝기도 전에 일어나 밭 한 고랑쯤은 거뜬한 힘이 장사인 팔순 노인네 홍간난 여사는 아침드라마와
장을 사랑한다.
그리고 X "오늘 아침에 눈 떴을 때는 상상도 못했다. 오늘 죽을 거라고는.
정말이지 특별할 것 없는 하루였다." (난 이게
강무순일거라 생각했다.)

내용도
묘하다.
소설은
시작부터 시체들이 줄줄이 나옵니다.
할아버지 장례를 시작으로, 동네 할베의 자살같은 임종과 강무순이 토막낸 지렁이까지...
표지 속 네 구의
시체는 얼마나 끔찍한 일을 겪었길래 시작부터 시체가
즐비한걸까?!
삼수생 강무순은 할아버지 장례를 치르러 갔다 강제로 시골에 남게
됩니다. 인터넷은 커녕 핸드폰도 잘 켜지지
않고, 88올림픽 때도 전화가 개통되지 않았다는 오지. TV라곤 새벽2시면 끝이 나는 공중파방송만 나오는 곳.
충남 운산군 산내면
두왕리.
잠이 많은 탓에 가족에게 버려진(할머니댁인데 버려졌다니 표현이
이상하지만..) 강무순은 그렇게 첩첩산중 적막강산의 귀양살이를 하게 됐어요. 실제 두왕리와 얼마나 비슷한진 모르겠지만, 우리 외갓댁과 너무
비슷해 섬뜩했어요.
우연히 여섯살 강무순이 남겨두고 간 보물지도를 발견한 스물한살의 강무순은 이 지도로 보물상자를 발견하곤 엄청난 일에 휩싸이게 됩니다. 그녀로
인해 십오년전 같은 날 사라진 네 소녀 실종사건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게 되고 이 일의 배후에는 동네사람들이 자신들도 모르게 얽혀
있었어요.
"실타래라는 게 말이여. 처음부터 얽힌 데를 찾아서
살살 풀어야 하는디, 그냥 막 잡어댕기다 보면 야중에는 죄다 얽혀갖고는 어디가 얽힌 줄도 모르게 되지 않디? 딱 그짝이란
말이지."
나도 비슷한 생각을 하던 참이었다. 스도쿠 같다고.
숫자 하나가 잘못되면 가로줄이 망가지고, 세로줄도 망가지고, 판 전체가 엉망이 돼버리는 스도쿠.
이렇게 쓰고보니 영화 <이끼>가 생각나네요. 하지만 읽고보면 전~~~혀 다르다는거!
한국형 코믹 미스터리 스릴러 추리극이라고 해야 할까요. 유치하게 대놓고 웃기거나 수준 낮은 개그를 하진 않으니 안심하셔도 되구요.
우리나라 특유의 시골스러움을 안다면 아주 재미있게 읽으실 거에요~!!
<광해, 왕이 된 남자>의 황조윤 작가의 추천평이 아주
딱이었어요.
"눙치듯 간결한 문체와 특유의 삐딱한 감성으로 직조한 박연선의 흥미진진 매혹적인 미스터리
추리극. 하지만 반전 주의. 그 기억의 끝자락은 전혀 미스터리하지 않은 현실의
스산함과 맞닿아 있다."
그렇다고 방심하진 마셔요~~~!!
뜬금없는 한줄평
구미호(박연선 혹은 홍간나 여사)가 재주
부리며 무덤을 널뛰는 것 같다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