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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연 : 나를 깨우는 짧고 깊은 생각
배철현 지음 / 21세기북스 / 2016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한해에 같은 저자의 책을 두권 읽는 일이 생각보다 별로 없는데 올해는 어쩐 일인지 배철현 교수님의 책을 두권이나 읽게 됐네요.
『심연』은 인문(철학) 에세이에요. 고대와 현대, 동서양을 막론한 철학, 종교학, 언어학, 문학,
예술 등을 넘나들며 우리에게 생각할 거리를 선사합니다.
저자는 자신의 '심연' 즉 내면을 들여다 봐야 한다고 말합니다.
고독을 통해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발견하고,
불완전한 나를 끌어안되
과거의 나를 과감히 버리는 용기를 갖도록 말이지요.

책의 시작을 알리는
프롤로그부터 왠지 마음이 찡했어요.
"지금 당신은
행복한가요?"
인생이 본래 행복과 불행의 연속이라지만,
아슬아슬하게 느껴질만큼, 이래도 되나 싶도록 행복했다가 한순간 나락으로 추락한 전.. 아직..
밑바닥에서 헤어나질 못하고 있어요.
어떻게 해야 올라갈 수 있을까요?
몇 번이나 떨어지길 반복해야 할까요?
올라갈 순 있을까요?
이 밑바닥 속 가장 무서운
괴물은 바로 '무기력'이 아닐까 싶어요.
그냥 놓아버리고 싶은 무기력함이 질퍽하게 제 다릴 물고 놓아주지 않을 때면 등골이 섬뜩해지면서
정신이 번쩍 들기도 해요. 하지만 말 그대로 무기력해져 있을 때가 더 많으니.. 조금 더 욕심을 덜어내고 천천히 그리고 신중히 제 마음을
다잡아야 할 거 같아요.
저자의 표현을 빌려 예상치 못했던 '괴물'의 등장으로 내 존재 가치에 대해 그 어느 때보다 깊이
성찰 중에 있어요.
'나는 과연 '가치'있는 존재인가?, 그렇치 못하다면 '가치'있게 살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며
무얼 하고 있는가?' 부터 '그렇다면 나는 다시 행복해도 되는가?'까지... 말이지요.

심연을 들여다 보길,
어두운 숲 속길을 두려워 말길.
이 밑바닥에 그리고 이 어두운 길을 인내하고
나면
결국 우리에게도 '에피파니'의 순간이 올 것이다.
나를 믿어보자. 못믿겠다면 생존장비라도
믿어보자.(책에서 말하는 생존장비도 결국은
'나'이다.ㅎ)
실패가 두려워 아예 숲속으로 들어가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는 사람이 되지 말자.

배철현 교수는 자기 심연 속 괴물을 극복하는 방법으로
타인을 부러워하거나 흉내내기가 아닌 자신의 약점과 열등감을 들여다보고 파악하는 열정을 통해 '용기'를 얻으라 말합니다. 내 기대에 한참 못미치는
나를 받아들이고, 내 이상과는 아주 딴판인 현실을 직시하고 받아들이는 것 또한 큰 용기가 필요한 거 같아요.
그죠~?
지금의 위기를 용감하게 헤쳐 나가
먼 훗날 나만의 삶의 안무를 갖을 수 있길
그리고
우리 모두 멋지게 춤출 수 있는 날이 오길
간절히★ 바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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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만약 올 해 초 쯤 읽었다면 서평이 무척 달랐지 않았을까 싶어요.
문장이 어떻고 철학적 사유의 깊이가 대단하다는.. 그런 책에 대한 해석이 주를
이뤘을거같아요. (물론, 얼마나 학문을 갈고 닦으면 이런 글을 쓸 수 있을까 배철현 교수님의 놀라울 정도의 방대한
지식을 엿볼 수 있는 것도 좋았어요.) 왜냐면 전 사는게 그냥 마냥 니나노 즐거웠고, 남들 다 겪는 정도의 위기 외에는 겪어본 적이
없다 생각하기에.. 내가 어떤 존재인지를 깊이 생각해 본 적이 없었어요. 해서.. 사는게 마냥 즐거운 분들껜 추천드리고 싶지 않네요.
내 생각이 철학적이네 인문학적이네 그런걸
따져볼 필요없어요. 내용은 무겁지만 글이 무겁고 어렵진 않아 철학, 인문학이 낯선 분들께서도 읽기 좋으리라 생각들어요.
더불어 삶에 대한 진지한 태도를 갖고 계신 분 혹은 저처럼 심연의 밑바닥 혹은 태풍의 눈 속에 살고 있는
기분이 드는 분께 추천드리고 싶어요.
인생의 고비, 쓴 맛 앞에 분노하거나 억울해하고 계시다면 책 한권 읽으시면서 내 마음 속 파도를
잔잔케 가라 앉히고 차분한 마음으로 나를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시길 조심스레 권해봅니다. 힘내요 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