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일흔에 봄을 준비했다 - 무공해 자연의 맛, 소박한 삶의 의미
원숙자 지음 / 유씨북스 / 2016년 6월
평점 :
품절


《우리는 일흔에 봄을 준비했다》 올해로 칠년째 농장을 꾸리고 있는 원숙자씨 부부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에요. 일흔에 준비하는 봄은 어떨까. 20대의 젊음과 30대의 젊음이 다른 것처럼, 30대인 제가 지내온 봄과 일흔의 노인이 보낸 봄은 많이 다르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그 긴 세월을 살아낸 고수시니까요. 

그런 고수가 농장초보가 되어 농삿일을 시작했답니다.

 

 

 

귀농을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저이지만, 하지만!! '일흔'이라니, 일흔이란 나이는 귀농과는 정~~말 어울리지 않다 생각했어요. 아니, 가까이해선 안될 이루어져선 안될 사랑처럼(!!) 느껴졌달까요.


죄송스런 얘기지만 "왜 다- 늙어서 사서 고생하시려 할까?"란 생각도 들었고 내 부모님이셨다면 도시락싸들고 쫓아다니며 말렸을거에요. 물론.. 텃밭정도의 수준에 예닐곱가지 정도라면 모를까. 세상에 농장이라니! 농사란게 새벽이면 새벽대로, 낮엔 낮대로, 밤엔 밤대로 할 일이 태산인데다 노력한만큼 월급이 나오는게 아니라 하늘이 휩쓸고 가면 일년치 농사도 함께 휩쓸려가는 '운'이 따라줘야 하는 아슬아슬한 거잖아요.


'운'을 운운하는 제게 저자인 할머니는 "흙에 뿌리 내린 깨알 하나가 수많은 깨알을 양산하듯이, 고추 한 포기가 많은 양의 고추를 주렁주렁 매달 듯이 뿌리는 대로 거두는게 아니라 뿌리는 것의 몇 천, 몇 만 배로 돌려주는게 자연의 섭리"

라며 다독이듯 말해주었어요. 그러게요. 자연이 주는건 생각지도 않고 거둬가는 걸 빼앗긴다 생각한걸까요. 제 생각이 틀렸던거죠?..


 

예전에 뉴스에서 농삿일을 하려면 50대 전에 시작 하라는 전문가의 조언을 들은 적이 있어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제 짧은 생각으론 밭일이 몸에 베기도 전에 건강이 축날 수 있으니 그런게 아닐까 싶어요. 그죠~?

아니나 다를까 이분들도 병원생활을 꽤 하셨더라구요.
 
아내는 '췌장양성신생물'에 '과민성혈관염', 남편은 '길랑바래 증후군(=급성원인불명다발성염 혹은 급성염증성다발성염)', '척추전방전위증'에 걸리는 등 고비도 많았어요. 성치 않는 몸으로 몸쓰는 일을 한다는게 젊은 사람들도 쉬이 할 수 없는건데 참 끈기나 근성이 대단한 분들이시구나 싶었어요. 

그러면서 동시에 농장생활을 계속 꾸려가는 모습이 왠지.. 뭐랄까요.. 사람이 자연스레 흙으로 돌아갈 준비를 하는 느낌이 들었달까요.

 

 

"땅을 파고, 씨앗을 뿌리고, 열매를 거두면서, 새소리 들으면서, 논에서 들려오는 저 개구리 소리.. 한번 밭에 앉으면 서너시간이 후딱 지나간다. 그만큼 자신의 존재조차 망각하며 밭일에 몰입하게 된다. 흙과 사람이 하나가 되는 거다. "

 

 

절반쯤 읽을 때까진 어떻게 밭을 꾸려야 하는지농삿일이 한해동안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이해하며 읽고 있었는데 
어느 순간 귀농이 아닌 노년과 자연에 관해 적어둔 할머니의 일기장을 읽는 기분이 들었어요. 

이젠 시골에 혼자 남아 홀로 밭일을 맡아 하고 계시는 외할머니가 계셔서 더 찡했는지도 모르겠어요.


치열했던 삶을 살포시 내려놓고, 조용하고 부지런히 다음 세대를 위해 밭을 일구며 흙을 다듬고 그렇게 흙과 지내다 흙으로 돌아가는 우리네 할머니, 할아버지의 이야기 《우리는 일흔에 봄을 준비한다》였어요.

계절은 3월 말 이른 봄.

대부분의 밭이 아직은 잠자듯 조용한데 유독 마늘밭만 파란 잎들이 10센티미터 정도 솟아 있다. 들과 산에 봄의 전령이 산수유와 생강나무의 노란색 꽃이라고 한다면, 밭의 봄의 전령은 마늘잎이다.

산수유와 생강나무 노란 꽃에서 화사한 신부의 분 냄새가 난다고 한다면, 연녹색 마늘 싹에서는 풋풋한 아기 냄새가 난다. 천지에 봄이 움트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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