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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화가 내게 묻다 - 당신의 삶에 명화가 건네는 23가지 물음표
최혜진 지음 / 북라이프 / 2016년 6월
평점 :
절판
내가 미술관에서 얻고 싶은 것은 '교양'이 아니라 '관계'이고,
하고 싶은 것은 '감상'이 아니라 '대화'였다.
몇 주 전 제 마음에 들어온 명화가 있었어요. (http://keyathena.blog.me/220738372312)
이 작품을 보자마자 제 인생에 한손에 꼽히는 명화로 단박에 자리매김했지요.
그 때 느꼈어요.
아! 작품이란게... 이런거구나! 이렇게 느껴야 하는 거구나!라구요. 어느날 갑자기 내 삶에 훅 들어온 이 명화 한 장은 어떤 영화나 소설보다 제게 많은 말을 걸어주었고 깊이있는 대화를 나누어 주었어요.
어떤 일이 벌어졌을 때 당사자에게 도움이 되고 위로가 되는 말은 뭘까요? 여러분은 위 그림 속 남자에게 다가가 어떤 말을 해 주고 싶으신가요?
"자! 어떤 고난도 당신은 이겨낼 수 있습니다! 당당하게 헤쳐나가세요!"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용기를 주는 수많은 말들을 해줄 수도 있겠지만 전 왠지 이 작품 속 남자에게 해 줄 수 있는 말이 바로 생각나지 않네요.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아요. 대신 곁에 있어주고 싶은 마음은 간절해요. 곁에 서서 같은 곳을 바라보고 함께 생각해주고 싶달까요. 그리고 먼저 말 걸어주길 기다려주고 싶은게 제 마음이에요.
여러분은 어떠세요?
《명화가 내게 묻다》 는 이런거, 이렇게 를 참 풀어놓은 책이에요. 명화를 보고 풀어놓은 자신의 이야기, 생각을 매우 솔직하게 터놓고 있는데 얼마나 솔직한지 가끔은 제가 다 뜨끔하고 얼굴이 붉어지는 것 같았어요. 책 내용 조금 적어 볼께요. 조금만 읽어도 금방 느끼실 수 있으실거에요.
workers on their way home, Edvard Munch
Q : 바쁜 일상이 자랑스러운가요?
A : 휑한 얼굴로 퇴근 중인 아저씨께
취재를 하다가 자기만의 속도로 사는 사람들을 만나면 이상한 양가감정이 들었다.
승진 전쟁 대신 귀농을 선택한 젊은 농부를 만나기도 했다. 자족하는 삶이 부러우면서도 동시에 '승진할 자신이 없어서 타협하듯 택한 회유책은 아닐까'하는 의혹이 의뭉스럽게 피어올랐다.
정규직 구하기를 포기하고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유지하며 여가를 즐기는 생활 방식을 선택한 프리터족을 인터뷰할 땐, 자기 시간을 어디에 쓸지 스스로 결정하는 자유를 누려 좋겠다고 머리로 생각하면서 동시에 한심하다는 느낌이 마음 한편에서 작게 꿈틀거렸다.
그저 보통 사람들이 하나같이 얽매여 있는 경쟁 구도에서 빠져나왔다는 사실, 일을 덜하기로 선택했다는 사실만으로 그들을 은근히 비하하는 태도가 나에게도 뿌리내려 있었던 것이다.
작가의 솔직함이 느껴지시나요? 어떠신가요?
이 책을 처음 읽을 땐 명화처럼 곱고 단정한 글을 생각했었어요. 표지도 딱 그래보이지 않나요? 단정한 드레스를 입은 목선이 고운 여성이 책상 앞에 앉아 있는 모습은 뒷모습이지만 단아하고, 벽에 비치는 햇살도 따뜻하게 느껴지는게 핑크빛 표지와 어우러져 단정한 품새를 하고 있잖아요~
잔잔한 호수같은 책일거라 기대했는데 왠걸.
솔직함과 직설로 훅훅 쨉을 날리는 솜씨가 보통이 아니다 싶더니 이미 글을 꽤 오랫동안 써오셨더라구요.
명화를 사적으로 볼 수 있단 것도 좋았지만 작가가 제 또래 30대 중반이라 공감가는 내용이 많았던 것도 한 몫했던거 같아요. 피끓는 20대 초반부터 사회생활을 시작해 치열한 어른들 틈에서 겪고 배운 고난과 교훈들, 그리고 결혼생활. 30대가 넘어서 드는 삶에 대한 생각들. 저와 생각이 비슷한게 많아 더 좋았던걸지도 모르겠어요.
명화를 사적으로 보는게
(결코 미술에 관한 지식이 없어서 무식해서가 아니란걸 뛰어넘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려 준 책 《명화가 내게 묻다》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