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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수업 - 따로 또 같이 살기를 배우다
페터 볼레벤 지음, 장혜경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6년 3월
평점 :

<나무수업>은 나무가 주연이자 조연이고 배경인 책입니다.
동물, 꽃, 자연에 관한 건 읽어봤어도 나무라니. 나무에 관해 이리도 할 말이 많다는게 책을 덮은 지금도 신기하게 느껴집니다.
나무만 나오는 책은 처음이라 더 그런거겠죠? ^^;;
나무를 매일 보고 지내고, 집에서 기르기도 했으니,, 친하진 않아도 알고 지내는 사이 정도는 되는 줄 알았어요.
나무가 "웬열!"할 소리죠.
<나무수업>을 읽는 내내 나무가 낯설게 느껴졌고, 나무에 대해 아는게 이토록 없었단 사실에 놀랐습니다.
사람에 비유된 나무 이야기를 기대했을 뿐인데, 뒤통수 한대 얻어맞은 기분입니다.ㅎㅎ
<나무수업>은 꽤 진지한 책이에요. 인문분야 책이지만 과학적이기도 하구요.
"난 왜 나무가 과학과는 거리가 멀다고 생각하고 지냈을까?"
나무는 살아있는 존재였던 것이었던 것이었던 것이었다아.....아...아...
"그동안 나는 왜 나무를 그저 흙, 물, 바람, 돌과 같은 존재로 여겼던걸까?"
"나무가 생명체란 건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이지만,
또 모두가 별 생각없이 나무를 물건처럼 취급한다."
「해프닝」이란 영화에 대해 아는 분이 계실런지 모르겠네요.
저도 우연히 보고는 내용이 몹시 충격적이라 기억하는 영화인데요.
기억을 더듬어 보자면, 나무가 사람을 위험한 존재로 인식해 호르몬? 독소?를 내뿜어 사람을 자살하게 만드는 어이없고 허무맹랑한 이야기였어요.
이 황당한 이야기가 ... 황당한게 아니란 거.. 아시나요? 전 이 책을 읽고 알았습니다.
40년 전 아프리카 사바나에서 나온 연구 결과랍니다.
아프리카의 기린은 우산 아카시아를 먹고 삽니다. 아카시아 입장에서 보면 이 대식가가 불청객이 따로 없습니다. 그래서 아카시아는 기린을 쫓아 버리기 위해 기린이 자신에게 입을 대자마자 곧바로 몇 분 안에 유독 물질을 잎으로 발송합니다. 그럼 기린은 그 사실을 알아차리고 다른 나무에게로 뚜벅 뚜벅 걸어가요.그런데 희한하게도 바로 옆에 있는 나무가 아니라 100m나 뚝 떨어진 곳까지 걸어간 다음 다시 식사를 시작합니다.
잎을 뜯어 먹힌 아카시아는 경고의 가스(이 경우 에틸렌)를 방출하여 주변 이웃들에게 적이 왔다는 신호를 보냅니다. 그 즉시 옆에 있던 나무들도 똑같이 유독 물질을 잎으로 내려보내 재앙을 방지하는 거죠.
이렇게 나무는 엄연히 숨쉬고, 먹고, 자고, 움직이는 살아있는 존재입니다.
아닌거 같다 생각 되시나요? 그렇다면, 꽃놀이 가는 길에 '청진기'하나 준비해보세요.
"나무에서 최고의 압력이 관측될 때는 봄에 잎이 나기 직전이다.
그럴 때 물은 나무에 청진기를 갖다 대면 소리를 들을 수 있을 정도로 힘차게 줄기를 타고 올라간다.
물과 양분, 즉 나무의 혈액은 뿌리에서 잎까지 초당 최고 1cm의 속력으로 쉭쉭 올라간다."
책을 읽던 내내 품고 있던 물음에 대한 답은 책을 덮기 직전에 찾을 수 있었습니다.
아주 초기부터 초록 식물들과 우리를 갈라놓은 진화의 역사 때문이다. 식물은 모든 감각이 우리와 전혀 다르게 배열되어 있기 때문에 지금 나무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짐작이라도 하려면 갖은 상상력을 총동원해야 한다.
우리가 식물을 이해하기 힘든 이유는 또 있다. 나무는 정말 너무 너무 느리다. 아동기와 유년기가 우리의 열배나 되고 전체 수명도 최소 우리의 다섯 배는 된다. 잎이 피고 순이 자라는 등의 적극적 동작들은 한 번에 몇 주나 몇 달씩 걸린다. 그래서 우리 눈에는 나무가 돌처럼 온 몸이 굳어 전혀 움직일 수 없는 존재처럼 보인다.
120살 먹은 나무는 인간의 기준으로 보면 이제 막 학교에 입학할 나이가 된 어린이다. 그리고 수령이 오래된 나무일 수록 성장 속도가 더 빨랐다. 나무는 나이 들수록 허약해지고 허리가 굽고 병약해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활기가 넘치고 능률도 높아진다. 숲을 기후 변화에 맞서는 수단으로 활용하고자 한다면 자연 보호 단체들의 주장대로 숲이 늙을 수 있도록 가만히 내버려 두어야 하는 것이다.
책을 읽는 내내 기계처럼 직역된 문장이 거슬렸습니다.
아주 초기라니... 흠..거기다 가끔씩 보이는 한페이지 가까이 되는 긴 단락에, 한 문장이 몇 줄씩되는 글들을 보고 있자니 나중엔 책과 내 사이를 방해하는 것같은 기분마져 들기도 했습니다.
드라마에서나 보던 사랑 훼방꾼을 책으로 마주할 줄이야! ㅋㅋㅋ
그래도 숲을 사랑하는 저자의 마음이, 숲과 나무에 대해 진지하고 깊이있는 대화를 시도하는 저자의 노력이 제게 와 닿았으니 해피엔딩인거겠죠?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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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쪽 하단에 나무는 분당 1센치미터의 전기 신호를 송출한다고 나와있는데, 바로 뒷장 23쪽에는 1초당 1센치미터의 전자 신호를 보낸다고 나와있어요.
의아해서 문의해보니 20쪽 하단의 내용은 부상을 당했을 때의 속도, 즉 통증 전달 속도이고요.23쪽은 메시지 전달 속도라고 하네요.
1쇄를 읽는 분들은 참고하셔요~ 2쇄부터 수정한다고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