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독, 필사 - 고종석이 가려 뽑은 생각의 문장들
고종석 지음 / 로고폴리스 / 2016년 3월
평점 :
품절


필독,필사

생각의 문장들

이 책에는 인문학 에세이부터 자연과학 서적, 문학작품(소설), 유명인의 연설문에 이르기까지 고전 63편의 명문장 영어와 한글이 담겨 있습니다.

첫 번째 노트 : ‘모두가 행복해지기 전에는 아무도 완전히 행복할 수 없다’에서는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시민 불복종, 알랭의 《종교론》, 존 스튜어트 밀의 《자유론》, 버지니아 울프의 《자기만의 방》까지 사회, 정치 분야의 명저로 읽어본 이는 적어도 누구나 들어봄직한 책에서 발췌한 문장들을 모아 놓았습니다.

두 번째 노트 : ‘세상의 지식은 세상 속에서만 얻을 수 있다’에서는 생텍쥐페리의 《인간의 대지》, 잠언과 성찰성경까지 삶의 진실을 아포리즘(깊은 체험적 진리를 간결하고 압축된 형식으로 나타낸 짧은 글. 잠언,격언 따위)으로 포착한 문장들을 모았다. 모두 인간과 삶에 대한 깊은 통찰이 빛나는 명문들입니다.

번째 노트 : ‘발화가 없는 곳에는 참도 거짓도 없다’에서는 뉴턴, 데카르트 등 뛰어난 학문적 업적을 남긴 학자들의 책에서 발췌한 문장들을 모았다. 뉴턴과 클로드 베르나르같이 평소에 쉽게 접하기 힘든, 과학적 능력뿐 아니라 인문학적 소양까지 ‘탑재’한 과학자들의 글을 만날 수 있습니다.

네 번째 노트 : ‘유령 하나가 유럽을 떠돌고 있다’에서는 마르크스와 엥겔스, 링컨 등이 남긴 뛰어난 선언문과 히틀러의 연설문에서 발췌한 문장들로 구성했다.

다섯 번째 노트 : ‘우리는 끊임없이 과거로 밀려가며 앞으로 나아간다’에서는 단테의 《신곡》,《햄릿》,《실낙원》,《오만과 편견》,《안나 카레니나》,《폭풍의 언덕》,《두 도시 이야기》,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율리시즈》, 《소송》 피츠제럴드의 《위대한 개츠비》까지 친숙한 작가들의 대표 작품 속 문장들을 발췌해 놓았습니다.

 

 

 + 작가의 덧
1846년 소로는 인두세 납부를 거부했다는 이유로 경관에게 붙들려 하루 동안 감옥에 수감되었다. 소로가 인두세 납부를 거부한 것은 노예제도를 묵인하고 멕시코와 제국주의 전쟁을 일으킨 미국 정부에 대해 항의하기 위해서였다. 이 사건으로 소로는 개인의 자유와 대립하는 국가 권력의 의미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되었고, 2년 뒤 콩코드 문화회관에서 이 경험을 바탕으로 한 강연을 했다. 다시 1년 후 소로는 강연문을 수정하여 《시민 정부에 대한 저항》이라는 글을 발표했으며 이 글은 그의 사후《시민 불복종》으로 널리 알려졌다. 소로는 위 문장에서 자유는 특정한 사람들에게만 주어져서는 안되고, 모든 사람이 자유롭지 않는 한, 누구도 자유롭지 않음을 말하고 있다.

+ 《시민 불복종》중에서 개인적 덧.
우리는 먼저 인간이어야 하고 그 다음에 국민이어야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법에 대한 존경심보다는 먼저 정의에 대한 존경심을 기르는 것이 바람직한 일이다.

+작가의 덧
앰브로즈 비어스는 《악마의 사전》으로 유명한 19세기 미국 최고의 풍자 작가이자 단편 소설 작가이다. 보수주의자와 자유주의자에 대한 정의가 재밌지 않은가. 보수주의자는 현재를 좋아하는 사람이다. 현재는 바로 최선의 결과니까. 자유주의자는 현재를 악이라고 생각해서 고치고 싶어한다. 하지만 고쳐진 상태도 뭇사람들에게는 그저 또 다른 악일 뿐이다.

 

 

 

 + 작가의 덧
《공산당 선언》은 인류 역사상 가장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준 팸플릿이다. 이 책의 영향을 받아 약 70년간 전 세계 3분의 1에 달하는 국가들에서 마르크스를 추종했다. 이 선언문의 내용이 옳든 그르든 역사상 수많은 사람들을 매혹시킨 것은 사실이다. 독자들도 그 매혹을 느껴봤으면 한다.

 

 + 작가의 덧
독일에서 히틀러는 여전히 꺼내서는 안 될 금기다. 히틀러의 자서전인 《나의 투쟁》은 2015년까지 독일에서 금서였고, 독일 16개 주 정부 및 연방 정부 법무장관들은 이 자서전을 저작권 효력이 상실되는 2016년 이후에도 비판적인 주석을 단 학술용 서적으로만 출판이 가능하다고 합의했다. 그의 연설문을 이 책에 넣은 이유는 독자들이 세상에는 악마적 천재도 있다는 사실을 알았으면 해서다. 히틀러는 항상 해 질 녘에 연설을 했는데, 감상적인 분위기에서 청중의 마음을 움직이려는 계산에서였다고 한다. 

 필사의 목적이 필사인가.

책 속의 한 문장이 주는 임팩트는 몹시 강하다.
안나 카레니나’의 첫 문장, “행복한 가정은 모두가 비슷비슷하지만, 불행한 가정은 다 제각각으로 불행하다”처럼 누구나 한번쯤 들어봤을 법한 인상적인 소설 속 문장부터 내가 잘못 읽었나 재차 확인하게 만드는 이름, 히틀러의 연설문까지 다양한 글들이 담겨 있었다.

필사를 하면 할 수록, 원본이 궁금해 졌다. 왜 이 문장을 꼽았는지도 궁금했다.
아이처럼 그저 퍼주는 밥 반찬을 입만 벌려 받아 먹을 것이 아니라 스스로 차려 먹을 준비도 해 보아야 하지 않겠나 생각이 들었다.

"와~ 좋다~~~"하고 감탄만 하며 필사  할 것이 아니라, 끌리는 문장의 책 몇권이라도 글쓴이의 입장(혹은 주장)과 주변 상황(역사적 배경)을 파악해보려는 노력은 필요하지 않을까?(싶어 시민불복종을 읽으려다 첫술에 체할까 싶어 월든을 먼저 빌려와서 읽어봤다. 생각과 동시에 실천하는 추진력 따봉b!)

책 속의 한 문장이, 순수한 문장인지, 저자가 덧붙인 책에 대한 생각이 그 만의 생각은 아닌지, 고전을 쓴 저자들의 의도와는 달리 편집, 재생산 된 문장은 아닌지, 스스로 따져보는 시간도 꼭 가져보시길 권하고 싶다. 『필독, 필사』 속에 담긴 책들은 하나같이 한 문장으로 정리되고 잊혀지기엔 너무 아까운 책들이 많기 때문이다-
물론 그러기엔 갈길이 멀다. 한. 참.
참... 멀다. 

혹시 필사가 유행이니 나도 한번 따라해보자는 심산으로 이 책을 고르진 마시길. 우선 책을 좋아하는 특히 고전에 거부감이 없는 분께 권하고 싶다.
필사가 좋아 이 책을 눈여겨 보고 계신 분이라면, 먼저 저자와 목차를 먼저 보고 선택하시길 권하고 싶다. 저자가 나와 (정치적으로) 성향이 비슷하거나, 시대와 문학을 바라 보는 시각이 유사하거나 내가 원하고 지향하는 바라면 문장과 함께 곁들여있는 고종석 선생님의 책에 관한 참견 한문장이 꽤나 공감될 것이다.
그리고,  「한겨레신문」, 「시사저널」,  「르몽드 디플로마티크」를 구독해 본 적 있거나 좋아하는 분이라면 - 추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