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고 있는 소녀를 보거든
캐서린 라이언 하이드, 김지현 / 레드스톤 / 2016년 3월
평점 :
절판


 

회색빛 도시 LA의 한 작은 연립형 APT.

이 아파트에는
지하에
그레이스엄마
1층은 나의베프
빌리, 사람싫어 레일린
2층은 떼 아모(사랑해요) 펠리페, 빌리싫어 래퍼티
3층은 무릎아파
힌맨부인

이 삽니다.

 

언제부턴가 아파트 입구 계단에 10살도 안되어 보이는 소녀가 매일 나와 몇시간씩 혼자 앉아 있는 것을 빌리가 목격합니다. 걱정반, 호기심반으로 빌리는 이 소녀에게 말을 걸어보기로 결심합니다.

헌데
빌리는 장장 12년동안 외출이란 걸 해본 적이 없는 남자.
한때는 브로드웨이 댄서로 화려하게 잘나가던 시절이 있었지만, 언제부턴가 심해진 공황장애로 문 밖으로 나가질 못하고 있었죠. 부들부들 떨며 겨우 발코니로 기어나가 소녀에게 조심스레 말을 걸어봅니다.

"
안녕하세요!" 고성능 확성기에서나 나올 것 같은 크고 높은 목소리에 빌리는 펄쩍 뛰어오를 정도로 놀랐습니다.

쩌렁쩌렁한 목소리만큼 당찬 소녀인 그레이스는 당당하게 도와달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세상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죠. 이웃사람들 모두 자신의 삶에 누군가가 끼어든다는게 탐탁해 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어린아이가 도와달라니.. 당분간은 서로 시간과 역할을 나눠 그레이스를 돌보기로 합니다.

같이 산다던 엄마는 어떻게 된거냐구요?
같이 살고 있어요. 아파트 지하에요-!

그레이스의 엄마는 약물 중독자입니다. 한번 그 약을 복용하면 아주 오랫동안 잠에 들어 도대체 일어나질 못해요. 그리고 깨어나면 다신 약을 먹지 않겠다 약속하지만 그 말을 하고 돌아서선 약을 먹고 오는 엄마를 보며,, 그레이스는,, 엄마의 반복된 거짓말과 배신에 상처받고, 자신의 선에서 해결할 수 없는 문제임을 깨닫고 다른 이에게 당당하고 솔직하게 엄마와 함께 살 수 있게 도와달라고 말합니다.

 


"내가 집 안에 있으면 아무도 내게 문제가 있다는 걸 알지 못해요. 그러면 아무도 절 도와줄 리 없죠."

 

 


그렇게 빌리는 같은 아파트에 산 지 6년만에 처음 이웃을 만나자마자 집으로 사람을 들이게 된겁니다! 그리고 빌리의 집은 이제 평화로운 안식처에서 사 람들이 부지런히 오고가는 교차로가 되고 맙니다. ㅎㅎ 이런 빌리가 과연 외출에도 성공할 수 있을까요? 이를 극복해나가기 위해 노력하는 빌리의 모습이 마지막장까지 코믹하고 따뜻하게 펼쳐집니다.


엄마의 방조행위가 계속되는 동안 그레이스는 급속도로 달라집니다.
등교길에 함께하는 펠리페에게 스페인어를 배우고, 빌리의 집에 와서는 탭댄스를 배우고, 레일린의 미용실에서 머리도 하고, 네일과 패디큐어도 받습니다. 학예회 때 탭댄스를 추겠단 소식을 들은 래퍼티는 그레이스에게 깜짝선물을 해주고, 힌맨 할머니는 정성스레 드레스도 만들어 줍니다.

하지만, 이런 행복을 방해하는 한 사람이 있었으니 바로
엄마입니다.
엄마는 딸을 빼앗긴것 같은 불안함에 딸을 집에 가두고 맙니다. 다른사람과는 대화는 커녕 눈길도 주지 못하게 막습니다. 그렇게 빛나고 싶어하던 그레이스는 하루 하루.. 다시 시들어 가고 맙니다.


"나는 빛나고 싶어요."

 


중독자들이 달라지려면 가장 소중한걸 잃어야 한다는 건 어디서 들은건지,, 그레이스는 엄마를 변화시키기 위해 엄청난 작전을 짭니다.
과연, 그레이스는 엄마가 자신을 잃게 할 수 있을까요?? 그리고 다시 엄마와 함께 할 수 있을까요??? 교내 학예회 무대에 서는게 가능할까요?

 

 

 

 

한 아이를 키우는데 온 동네가 든다는 말이 있습니다. 육아는 품앗이란 말도 있죠. 

저흰 양가에 아일 맡겨본 적 없이 키우고 있는데요(심지어 제가 응급실 갈 때도 온식구가;;). 이렇게 말하면 다른 엄마들이 모두 경악을 합니다. 그리고 안쓰럽게 보지요. 그런 반응이 딱히 기분나쁘거나 하진 않습니다. 얼마나 힘든지 몸소 겪어서 알기 때문에 그렇게 반응하는거다 생각합니다. 생명을 책임지는 일이란게 힘들고 어렵고 부담스럽고 하루라도 벗어나서 자유로워보고 싶고- 그런거니까요.


가끔 아주 가끔, 제 두 아들도 버겁구요, 구체적으로 알아보진 않았지만, 부모없는 아이들이 입양가기 전까지 돌봐주는 엄마들이 있잖아요. 뭐라고 부르던데 지금은 생각이 나질 않네요. 그걸해보고 싶단 생각을 해요. 네네 미쳤지요;;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돈도 없고, 방이 여유가 있는것도 아닌데 말이죠,, 걱정마세요. 어디서 로또라도 굴러들어오면 해보고싶다.. 정도에요~


이 소설을 읽을 때도 그랬고, 표지 속 그레이스의 모습이 떠오를 때마다 자꾸 상처받는 아이들이 떠오릅니다. 요 몇일은 동네를 다니면서 자꾸 아이들을 흘깃흘깃 보게 되네요. 이 책을 읽게 되는 분들 모두가 아마 저와 비슷한 현상을 겪게 되시지 않을까 싶어요.
 
어제도 실종됐다던 아이가,,, 영혼 없는 몸으로 돌아왔습니다. 아이에게 삶은 끔직했습니다. 집은 지옥이었고, 엄마, 아빠는 악마였습니다. 어딘가에 또 이런 아이가 있겠죠? 몇이나 될까요? 열명? 백명? 천명? 그럼 우리 동네에는 몇이나 있을까요? 그 많은 아이들이 다 먼~ 동네에만 있을까요?
 
매일 접하는 아동학대 뉴스에 세상이 암울하고 무서워보이지만,
소설 속 당차고 똘똘한 그레이스와 책임감 강한 이웃들의 모습이 그래도 현실에 더 가깝지 않을까... 하고 희망해 봅니다.


부디, 그레이스처럼 도움을 원하는 아이들이 거리로 나왔을 때 어른들이 절대! 다신! 놓쳐선 안될 것입니다.
기억해주세요.
그레이스를 지킨건 평범하다 못해 제 코가 석자였던 이웃이였어요. 우리도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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