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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화와 함께 읽는 셰익스피어 20 - 4대비극, 5대희극 수록 ㅣ 현대지성 클래식 4
윌리엄 셰익스피어 원저, 찰스 램.메리 램 엮음, 김기찬 옮김, 존 에버렛 밀레이 외 그림 / 현대지성 / 2016년 1월
평점 :

윌리엄 셰익스피어(William Shakespeare 1564-1616)

영국 역사상 가장 위대한 극작가로 인정받는 셰익스피어. 그가 살던 16세기에는 문화적 부흥기로 그에게 많은 영감을 주었지만 동시에 글을 배우는 것이 모두에게 허락되던 시절은 아니었습니다. 글을 배우는게 당연한 지금과는 많이 달랐던 시대였고, 집안의 기울어진 가세 때문에 학력도 중등학교 수준의 '그래머 스쿨'이 다였습니다. 전문가들이 추측하기는 지방의 문법학교를 다녀 교육을 받았을거라고 하네요.
셰익스피어는 이렇게 녹록치 않은 여건에도 불구하고 작가이자 배우로 성공했고, 약 20년 간 희곡 39편, 154편의 소네트 등을 남겼습니다. 셰익스피어의 작품은 알고 있지만 그의 삶에 대해선 아는바가 거의 없습니다. 책을 보니 알려진 내용도 얼마 없긴 하더라구요. 왜인지 모르겠지만 셰익스피어가 사실은 모차르뜨처럼 가난하고 고흐처럼 고통 속에 휩싸여 힘들게 작품생활을 했을꺼라고(작품 느낌도 그렇지 않나요? 고뇌와 번민에 휩싸여 고통스러워하는 주연, 조주연들.) 당연히 그랬을꺼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요. 책에 따르면 결혼도 했고, 아이도 있고, 심지어 배우로도 활동하며 명성을 얻을만큼 유명했다고 하니 꽤 왕성하게 활동한 극작가였습니다. 극장도 소유한 것으로 보아 명성만큼 부도 따라줬나 봅니다. 이렇게 그에 대해 조금이라도 알고 초상화를 보니 왠지 눈빛에 생기가 돌고 링 귀걸이와 끝이 살짝 올라간 듯 보이는 콧수염이 유명인이니 이정도 멋은 부려줘야지~하는것 같습니다. ㅎㅎ
이 책에는 19세기 라파엘전파를 형성했던 존 에버렛 밀레이, 단테 가브리엘 로세티, 존 윌리엄 워터하우스를 비롯해 요한 하인리히 퓌슬리, 프랭크 딕시, 아서 래컴, 노먼 프라이스 등 여러 거장들의 작품이 담겨 있어 고전에 한층 생기를 불어 넣어 주고 있습니다.
"그가 이전보다 자기에게 관심을 보이지 않게 되었지만, 몰인정한 마음이 굳어져서 그런 것은 아니라고 믿었다. 그리고 그녀는, 마음을 짓누르는 심각한 우울증으로 손상된 그의 고결한 마음과 탁월한 지성을, 가장 절묘한 음악을 만들 수 있지만 화음이 맞지 않거나 함부로 다루어 귀에 거슬리고 듣기 싫은 소리만 내는 아름다운 종에 비유했다."
-햄릿

아버지 유령이 나타나 복수해달라는 간절한 요구에도 갈팡질팡, 전정긍긍하던 결정장애 햄릿은 햄릿 증후군으로,
이간질로 아름다운 아내를 죽이고 자신도 자살로 삶을 마감한 오셀로는 오셀로 증후군이 되어 이름을 남겼습니다.
둘의 공통점은 모두 증후군. ㅎㅎ 아니 사랑하는 사람을 자신의 잘못으로 잃게 된다는 점입니다. 오필리아와 데스데모나 모두 선하고 아름답습니다. 그리고 주인공을 온전히 사랑했지만 배신당하고 맙니다.

햄릿과 오셀로 모두 비극을 맞이하지만 전 이 둘보다 오필리아와 데스데모나, 코딜리어에 더 마음이 끌렸습니다.
사랑의 결말이 죽음인줄 알았더라도 사랑했을까요. 어쩌면 알았더라도 피할 수 없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 모두 그렇지 않나요?
악한 이를 사랑한단 이유 하나로 상대는 묵묵히 견뎌야 하고 인내해야 하고, 상처를 스스로 치유해야 할 때도 있습니다. 악하다는 말에 혹시 아주 격한 경우를 생각하고 계시나요? 우리 속에 내재되어 있는 선과 악을 생각해보면 선도 악도 이 비극 속에 대조대는 캐릭터들만큼 격한 존재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냥 어느 한순간 악해지기도 하고, 또 선해지기도 하잖아요.
고전에선 독으로 사람을 해치고 현대에선 말이 독이 되어 사람을 해칩니다. 사랑한단 이유 하나로 상대에게 악을 행하고 있진 않은지- 내가 햄릿과 오셀로가 되어 아름다운 짝을 해치고 있는건 아닌지... 오필리아와 데스데모나의 그림에 왠지 마음이 아팠습니다.
셰익스피어라고는 로미오와 줄리엣 밖에 스토리를 모르는 분이 계시다면 꼭 꼭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고전이 재미없다 하시는 분들은 4대 비극을 먼저. 그 중에서도 「리어왕」을 가장 먼저 읽어보시라고 추천드리고 싶습니다.
18세기 낭만주의자들이 "세상에서 가장 완벽한 극예술"이라고 칭송하는 「리어왕」은 아부와 아첨에 눈이 멀어 악한 두 딸에게 나라를 물려주는 어리석은 일을 저지르고는 두 딸에게 배신과 멸시를 당하자 뒤늦게 막내 딸의 진정한 사랑을 깨닫게 되는 어리석은 왕의 이야기 입니다. 그가 두 딸에게 수치를 당하고 광기에 휩싸여 폭풍우 치는 황야로 뛰쳐나가는 장면은 정말 압권입니다.
밤이 찾아 왔고 천둥과 번개를 동반한 지독한 폭풍우가 몰아쳤다. 그리고 그의 딸들이 아버지의 수행자들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뜻을 굽히지 않자, 그는 말을 대령시켰고 배은망덕한 딸들과 한 지붕 아래 머무느니 차라리 바깥에 무섭게 몰아닥치는 폭풍우를 맞는 편을 택했다. 그리고 딸들은 괴팍한 사람들은 사서 고생하는 법이라고 말하며 그런 역경 속으로 들어가는 아버지를 외면하며 문을 닫았다.
바람은 드세져 갔고, 비와 폭풍이 심해졌다. 노인은 자연의 세력들과 싸우려고 당당하게 나아갔다. 자연의 세력이 아무리 심해도 딸들의 몰인정함보다는 덜 했던 것이다. 주변에는 수 마일에 걸쳐 수풀이라곤 찾기 힘들었다. 어둔 밤 황야에서 맹위를 떨치는 폭풍우에 노출된 채로 리어왕은 떠돌아다니며 바람과 천둥에 맞서 싸웠다. 그는 바람에게 땅을 바다로 던져 버리라고 외쳤고, 바다의 파도에게 일어나 땅을 삼키라고 했다. 사람처럼 배은망덕한 동물의 자취일랑은 남지 않도록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