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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삶을 살든, 여자가 절대 포기하지 말아야 할 것들
박금선 지음 / 갤리온 / 2016년 1월
평점 :
품절
어떤 삶을 살든,
여자가 절대 포기하지 말아야 할 것들
200만 대한민국 여자들의 삶에서 찾아낸 인생의 기술 50가지
[박금선 지음]

전 책을 읽기 전에 꼭 표지에 적힌 글과 작가에 관한 내용을 꼼꼼히 읽어보는 습관이 있습니다. 두번, 세번 읽어요. 표지에는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내용이 압축 표현되어 있어 몇 안되는 문장이지만 내용을 혼자 상상 혹은 유추해 볼 수 있어서 이구요, 작가가 누구인지, 이 사람이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간략하게 적힌 글을 보고 작가의 성향과 말투 등을 상상하곤 합니다. 그리고 책을 읽으면 좀 더 몰입도 잘 되고 글쓴이의 입장에서 책을 읽다보니 이해도 더 잘 되어 전 늘 습관처럼 이렇게 읽습니다.
제가 주절이 주절이 제 책읽는 습관을 말한 이유는, 글쓴이가 누구인지 아는 것이 이 책을 읽는 데 필요한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이 책의 저자는 박금선 작가입니다.MBC 라디오 <여성시대>에서 22년째 프리랜서 작가로 일하고 있는 분이십니다. 책의 내용으로 보아 지금은 50대 이신 것 같은데요. 저희 어머니가 60년생으로 올해 쉰여섯이 되셨으니 엄마 또래이지만 저희 엄마와는 아주 다르게 사셨어요. 직장생활을 하며 겪은 고충들을 보면 지금 엄마들의 삶과 아주 많이 닮아 있습니다. 요즘의 제 삶과도 겹치는 시기라 그런지 한줄 한줄 공감되는 내용이 참 많았습니다.
작가는 공부를 선택한 남자와 결혼해 생계를 위해 아이를 낳고 보름만에 복귀해 낮엔 바깥일하고 저녁엔 집안일하고.. 가장의 역할에 프리랜서, 두 아이의 육아까지...하..... 읽기만 해도 정말 숨이 탁 막혔습니다. 저도 프리랜서로 지내봤고, 지금도 두 아이 키우며 가끔 일을 하지만 프리랜서라 그러면 다들 뭔가..자유롭게 일한다고 생각들 하시지만, 실수 한번으로도 일이 끊기니 완벽하게 어제보다 더 좋은 결과물을 만들어 내 생존할 수 있으니 스트레스가 보통이 아니에요. 프리랜서 방송 작가들끼리는 '프리댄서'라고 부른다네요.ㅡ.ㅜ 안데르센이 지은 <빨간구두>의 주인공처럼 혼자 춤만 추다 지쳐 나가떨어진다는..아무도 받쳐주지 않고 기댈데도 없는 처지를 빗대어 그런데요. 프리랜서 일에 육아만 해도 버거운데! 헌데 가장노릇이라니 이 무슨.... =3 지난 얘기니 하는 말이지만.. 정말 형벌아닌가요 ㅜ.ㅜ 악몽인가요.. 전 정말 그렇게 살라 그러면 감당 못할거 같은데, 작가도 결국엔 우울증에 걸려 치료를 받기도 했더라구요. 가장으로서의 책임감과 빚에 쫓겨 힘든 날도 있었지만 지금 되돌아보면 부족함과 모자람이 열심히 살게 한 원동력이 되어 주었다니.. 저도 훗날 공감할 수 있는 중년이 되어 있으면 좋겠네요. 아직은- 허덕임에 버거운 두아들맘.
『어떤 삶을 살든, 여자가 절대 포기하지 말아야 할 것들』책은 소주제가 50가지나 됩니다. 다 읽고보니 이렇게 많이 나누지 않았어도 좋았겠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집중해서 읽으려고 하면 끊기고 다시 반복되는 듯한 느낌이 드는 곳이 한두곳쯤 있었던것 같습니다. 여러 사연들이 있어 다른 사람들의 사는 이야기를 읽을 수 있어 좋았지만 인용구가 너무 많아 조금은 내용이 흐트러지는 느낌도 조금 들었습니다-만 깊이 집중하지 않아도 충분히 읽을 수 있는 내용들이기에 책을 읽는데 방해가 될 정도는 아니었어요.
이 책은 수영장 벽에 붙은 사다리를 타고 물 밖으로 나오듯 결정적인 순간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뭔가 삶에 결정적인 순간이 있었다거나, 큰 사건이 있어서 그걸 어떻게 돌파했는지를 다루는 거창한 책이 아닙니다. 그저 어떻게 살았는지, 얼마나 힘들었는지 어떻게 견뎌왔는지..나는 이랬고.. 누군가는 이러했더라..라며 담담하게 이야기해줍니다.
그럼에도 이 책을 권하고 싶은 이유는, 책 속에 담긴 깊은 진심이 느껴지는 위로와 다독임 때문입니다. 두어달 전부터 계속 몸이 아파서 심신이 지쳐있는데다, 겨울이라 외출을 못해 더 마음이 무거워져 친정엄마가 요즘처럼 보고 싶었던 때가 없었던거 같습니다. 친정엄마같은 따뜻하고 푸근한 손길로 등을 쓰다듬어 주는 것 같은 이 책이 바쁜 우리엄마 대신 절 위로해 주네요. (물론 현실적인 조언들도 있어요. 그건 아래 기억하고 싶은 글을 보시면 짐작하실 수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분명 책에는 수많은 말이 적혀 있지만, 수많은 말 대신 손길 하나로 전해주는 것 같은 위로를 책을 통해서도 느낄 수 있어 좋았습니다. 아이러니하죠? 하지만 사실인걸요. 표지가 이 따뜻함을 다 표현해주지 못한것 같아 아쉬울 따름입니다.
부디 서점에서 만났다면 띠지를 들어 표지에 적힌 글을 꼭 읽어 보세요. 아마 책을 손에서 놓고싶지 않으실거에요.^^
- 기억하고 싶은 글 -
기러기들은 커다란 브이자 모양을 만들어 날아간다. 과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브이자에는 엄청난 에너지 역학이 숨어있다고 한다. 선두로 날아가는 기러기가 날개짓을 하면 맞바람과 부딪쳐 상승기류가 발생하는데, 이 덕분에 뒤에서 나는 기러기는 혼자 날 때보다 70% 이상 힘을 덜 들이고 날 수 있다는 것이다. ...맨 앞에서 나는 리더는 바람과 맞서랴, 무리를 이끌랴, 힘이 많이 들어서 한동안 리드를 하다가 뒤로 이동해 한숨 돌린다. 그러면 두번째로 날아가던 기러기가 리더가 되어 무리를 이끈다. ... 기러기 부부처럼 한쪽이 힘들어하면 자리를 바꿔줄 수 있는 부부가 되겠다고. 그러면 뒤따라오는 아이들은 혼자 날 때보다 힘이 훨씬 덜 들이며 살아갈 수 있을 테고, 그렇게 번갈아 리드하다 보면 지치거나 원망하는 일오 줄어들 거라고. 돈 문제에서도 꼭 남편이 더 많이 벌어야 하고, 돈 벌 방법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는 법도 없으니, 그 문제도 '번갈아'를 적용해 보기로 했단다.
P. 45
가야지 가야지 생각만 하다 뒤늦게 벚꽃놀이를 나선다면 이미 져 버린 꽃이 더 많아 실망이 클 것이다. 그런데 그늘진 구석을 보면, 이제 꽃봉오리를 맺어 가는 나무도 드문드문 있다. 다른 나무보다 늦게 꽃봉오리를 맺은 나무는 다른 꽃이 다 진 후에 홀로 피어서 늦게나마 벚꽃을 보고 싶어하는 이들을 기쁘게 해준다. 그때 우리는 칭찬한다.
"기특하기도 하지. 늦게라도 꽃을 피웠네."
늦게 피어나는 꽃나무에게 해 주는 것처럼 진도가 늦은 어린이와 후배에게도 칭찬하고 감탄해 주면 좋을텐데, 우리는 자꾸 그 사실을 잊는다.
P. 67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을 결심한 당신에게.
- 남자의 이야기를 인내하며 들어주라
- 결혼은 공격하지 않겠다고 맹세한 것이다.
- 시댁 일은 공적인 일이다, 공적으로 처리하라.
- 밥 냄새만 나는 여자는 질린다?
- 딴 주머니를 차라?
- 아내의 자리, 스스로 정하라.
- 그에게 큰 동그라미를 그려주라.
아기와 함께 지내는 건 기쁨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고민도 많아지는 일이다. 늘어진 끈으로 머리를 질끈 묶다가 거울 속 흐트러진 자신의 모습에 속이 상한다. 잘나가는 골드미스 친구의 전화라도 받으면 하루 종일 심란하고, 부잣집에 시집가서 육아도 폼 나게 하는 친구를 보면, 그게 꼭 부러워서는 절대 아니지만 왠지 모르게 배도 아파 온다. 그러다 보면 ‘나라는 여자는 어디로 간 걸까….’ 하는 푸념이 절로 떠오른다.
하지만 분명한 게 있다. <여성시대> 인생 선배들이 입을 모아 말하길 “양보와 희생이, 인생을 한꺼번에 제일 많이 배우는 과정”이라고 했다. 우리는 그동안 학습이나 연애에서 한 번에 진도 팍팍 나가는 것을 매우 좋아했다. 그러므로 육아를 통해 인생 진도를 팍팍 나가는 중이라고 좋게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다. 유아기 자녀에게 매달려 꼼짝도 못하는 이 시기를, 세상에서 가장 값진 것을 짧은 기간 내에 압축해서 배우는 ‘일류 코스’라고 생각한다면 모든 게 멈춘 듯한 시간들도 슬기롭게 잘 헤쳐 나갈 수 있다.
- ‘나라는 여자는 어디로 간 걸까?’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