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성장에 익숙한 삶과 결별하라 - 저성장 시대, 성공지향의 삶에서 벗어나 행복하게 사는 법
우경임.이경주 지음 / 아날로그(글담) / 2015년 12월
평점 :
성장에 익숙한 삶과 결별하라
저성장시대, 성공지향의 삶에서 벗어나 행복하게 사는 법
"삶의 진정한 알맹이는 필요를 확장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신중하고 자발적으로 포기하는 데 달려 있다.
"
-간디
우리나라는 이제 저성장 시대에 접어들었습니다. 올핸 더 나아지겠지, 올핸 부동산이 좀 더 오르겠지 언제까지 기대 속에 하루 하루를 버티며 살던 과거를 벗어나 이제 현실을 받아 들여야 할 때입니다. 이 책에는 저성장 시대임을 어떻게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하는지, 삶에 적응해야 하는지 조목조목 알려줍니다. 그리고 이를 몸소 실천한 부부의 심플라이프 혹은 삶의 전환 프로젝트가 내게 어서 동참하라 손짓합니다.
부모 세대의 경제 성장은 가히 기적이라 할 만한 수준입니다. 6.25 전쟁 후 1953년 한국의 1인당 국민총소득(GNI)은 67달러에 불과했습니다. 60여년이 지난 2014년에는 2만 8180달러로 420배가 뛰었습니다. 역사적으로 유례없는 성장을 우린 '한강의 기적'이라 부르며, 지금도 제 2의 한강의 기적을 바라는 이들이 많습니다. 성장이 당연하고, 오늘보다 내일이 나아지리란 사실을 믿어 의심치 않았습니다. 그러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은 이미 1990년대에 연평균 경제성장률 2%, 2000년대에는 1%에 머물렀습니다. 미국, 유로존, 일본 등에서는 마이너스 성장도 나타나 저성장 시대에 들어섰습니다. 한국도 2011년부터 2.85%로 경제성장률이 떨어지며 저성장시대에 접어들었습니다.

아시아개발은행(ADB)은 "한국은 연평균 경제성장률 4% 이하의 저성장시대에 진입했는데 사회 시스템은 여전히 고성장 시대의 모습 그대로"라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60년간의 경제성장으로 우리의 가치관과 생활방식 모두 고성장시대에 맞추어져 있지만, 현실은 저성장시대. 익숙한 삶의 방식과 사회구조가 엇갈리기 시작하니 불안해질 수 밖에 없습니다. 삶의 패러다임을 바꾸지 않는 한 이런 불안함과 조바심, 걱정은 사그라들지 않을 것입니다. 저성장을 새로운 경제 질서로 받아들이고 사회 시스템과 개인의 체질을 바꿔야 할 때가 온 것입니다.
무작정 저성장을 두려워 할 필요는 없다. 우리보다 앞서 발전한 나라들을 살펴보면 선진국으로 진입하면서 거치는 자연스러운
단계다. 아이가 어른이 되면 성장이 멈추듯 경제도 마찬가지다. 저성장을 어떻게 체화해나갈 것인지 우리 스스로 되물어봐야 할
때다.
이
책을 쓴 부부는 1년간 회사를 휴직하고 미국에서 생활하하게 되면서 소비에 대해 점검해 볼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1년 뒤면 다시 한국으로
돌아갈 테니 집을 꾸밀 이유도 없었고, 좋은 가구나 차도 짐처럼 보였다고 한다. 과연 우리도 이 부부처럼 간소하게 살 수 있을까? 우리 중
누구도 스스로 소비가 과하다거나 사치스럽다고 생각하는 경우는 드물 것이다. 모두 다 쓰는 스마트폰, 다들 하나쯤은 있는 명품백이니까. 하지만
넓은 집과 비싼 차를 사기 위해 빚을 지고, 노동시간을 늘려, 가족과 보낼 시간이 줄었다면 이것이 과연 합리적인 선택인가 하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봐야 한다.
1989년 분당 신도시 청약 열풍은 그야말로 광풍이었다. 585명 추첨하는 모습을 TV로 생중계 했다. 이날 청약자 2만 5천명을
포함 5만여명이 몰려 들어 43: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그 뒤로도 일산 등 수도권 신도시 개발이 이어지면서 부동산 광풍은 30년 가까이
계속됐다. 하지만 이젠 달라졌다.
언론에 자주 오르내리는 강남의 은마아파트(102.47㎡)의 시세를 보면 알 수 있다.
2004년
1월 매매가 6억 5백만원이
2007년 1월 매매가 11억 2천5백만원으로 5억 2천만원이 치솟았다.
2008년 후반부터는
8~10억대
2011년 11월 이후는 7~8억대를 기록하고 있다.
시간이 갈 수록 집을 구매할 청년 인구가 줄어드니 부동산 거래 건수는 매년 최저치를 기록하고 집값이 더이상 오르지 않을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전망도 어느정도 일치하고 있다. 하우스 푸어도 전국적으로 32만 가구정도 된다고 한다. (소득 - 비소비성지출과 최저생계비 = 잔액
< 부채 상환액)
"일단 일과 소비라는 쳇바퀴를
굴리기 시작하면 거기서 내려오긴 커녕 속도를 줄이기 조차 쉽지 않다."
우리나라보다 앞서 저성장을 경험한 나라에서는 이미 변화가 시작됐다. 자발적 가난을 경험하고, 물건을 소유하는 대신 빌려쓰며, 느리게 살기를 즐긴다. 남에게 보이는 것보다 내가 느끼는 만족을 더 중요하게 여긴다. 성공이나 성취보다 성숙을 추구하는 삶이다.
허황된 부자의 꿈보다 현명한 가난함을!
실천할 것이 거창하고 복잡하지 않다. 상황에 맞게 자발적 가난을 실천하면 되고, 스스로 용인할 만큼, 즐거울 만큼의 실천이면 족하다. 닐 부어맨처럼 루이비통을 불태우지 않아도 된다. 비싼 식당이 아닌 집에 친구를 초대해 저녁을 먹고, 피트니스 센터 대신 동네를 뛰면서 운동하는 것이다. 돈을 쓰고 안쓰고의 차이는 있지만 식사나 운동을 통한 궁극적 즐거움에는 동등한 가치가 있다.
물건과 마음이 가장 잘 정리된 상태는 아마 여행하는 순간이 아닐까. 트렁크 가방 한 개에 필요한 것을 고르고 골라 넣으면 더 이상의 물건은 필요치 않다. 트렌드코리아에서 김난도교수가 고른 올해의 키워드 중 결정장애가 있었다. 지갑에 들어있는 카드가 몇개나 된다면, 우린 수많은 것들 중 꼭 필요한 것 하나를, 그저 그런 여러 개보다 하나라도 제대로 고르는 훈련이 필요하단 신호 아닐까.
글쓴이는 집에서 요리를 하게 되면서 일부러 불편하게 사는 방법에 대해 고민해 봤다고 한다. 여기에 '자발적 불편'이라 이름을 붙였다. 생활을 불편하게 만들면 몸을 더 움직어야 하지만 불필요한 소비는 줄어들 수 밖에 없다. 김치냉장고를 살까 말까 고민하다 차를 가지고 가서 장을 한꺼번에 보지 않고, 들고오기 무겁기 때문에 충동구매도 하지 않게 되니 자연적으로 김치냉장고는 필요치 않게 된다. 일회용 또한 마찬가지이다. 쇠젓가락을 쓰면 매번 설거지하는 노동력이 필요하지만 나무젓가락은 나무를 자르고 가공하는 노동력이 포함되어 있다. '나만의 세상'이 아니라 '세상 속의 나'를 고민해야 하는 이유이다.
누구나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기 원하지만 꾸준한 실천이 어렵다. 의지가 쉽게 꺾이지 않도록 환경 자체를 다소 불편하게 바꾸어 놓는다면 실천이 가능하다. 가구배치를 바꿔 가족간의 대화시간을 늘리고, 휴지통을 줄여 걷는 시간을 늘리고, 차를 없애면서 생활패턴이 완전히 바뀌게 된 것이다.
누군가 동료들과 보조를 맞추지 않는다면 그것은 다른 북소리를 듣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 북소리가
박자에 맞든 종잡을 수 없든 간에 자신의 귀에 들리는 북소리에 맞춰 걷도록 하라. 사과나무나 떡갈나무처럼 빨리 성숙해야 할 이유는 없다. 남들과
보조를 맞추려고 자신의 봄을 여름으로 바꿔야 하는가?
이 책에서 종종 인용되는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월든> 속 글이다. 부부는 이 구절이 아이를 키우는데 절실하게 와 닿았다고
한다.
잘잤다며 웃는 얼굴로 일어나던 아이가 어느 날부터 제대로 눈도 뜨기 전에 학원에 안간다며 소리를 질러댔다. 아이가 나날이 나빠지는 것이
눈에 보였지만 한달 즈음 버텼다. 힘들다고 그만두게 하면 아이에게 잘못된 습관이 든다며 처음 고비를 넘기면 적응한다는 조언과 교육을 포기할 수
없는 마음에 버텼다. 아이가 눈물 젖은 목소리로 '예쁜 아기 곰'을 부르는걸 듣곤 그제서야 아이가 눈에 들어왔다. 학원을 끊고 처음엔 만화책에
빠져 빈둥거리다 스스로 시간을 채워나가기 시작했고, 딱 1주일이 되던 주말 아이는 욕조에서 물장난을 치다 엄마에게 사랑한다고 고백했다고
한다.
나도 비슷한 경험이 있다. 작년, 4살인 우리 큰 아들에게도 '공부'가 심어졌다. 처음엔 놀이, 공부 쌤쌤. 근데 언제부턴가 앉아서
만들고, 색칠하고, 책읽고, 한글이나 영어, 숫자 관련된 학습지나 카드를 보고 노는게 공부처럼 와닿기 시작했고, 공부는 놀이와 다르다는 것을
인지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공부보다 놀이가 좋아지기 시작했다. 내가 무언갈 해주면 공부, 자동차나 로봇, 레고를 갖고 놀면 놀이라는 생각도
드는지 내가 숫자를 가르쳐 주려 하자 몹시 싫어하는 눈치였다. 억지로 조금 하더니 공부 끝~ 나 이제 놀아도 되냐며 의자에 스프링이라도 달린 듯
튕겨져 나갔다.
(왜 색칠놀이가 공부인지 모르겠지만!! 앉아서 하는게 모두 공분아니라며 잔소리하고 싶지만!! 입 꾹 닫고)
난 학습은 시키지 않기로 했고- 아이가 원하는 대로 맞춰주기로 했다. 책을 갖고 오면 읽어주고, 미술상자를 만지작 거리면
만들기할 걸 주고 절대 해보란 말은 하지 않기로 했다. 물론 실천은 어렵지만 노력 중이다. 이렇게 자기가 원하는대로 마음껏 놀고 나면 아이는
밤에 달라진다. 잠들기 전 꼭 안고 얼굴을 쓰다듬으며 뽀뽀도 해주고 사랑한다며 오늘 고마웠다고 수고 많았다고 말해준다. 자꾸 자꾸 들어도 눈물이
핑도는 말이 아닐 수 없다.
멀게는 도미니카 공화국에 있는 아리스멘디에게, 가깝게는 내 두 아들에게도 지혜롭고 행복한 삶을 대물림해주고
싶다.

"가진 것보다 덜 원하면 부자이고, 가진 것보다 더 원하면
부자이다."
- 알렉산더 폰 쇤부르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