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수상한 비타민C의 역사 - 아주 작은 영양소가 촉발한 미스터리하고 아슬아슬한 500년
스티븐 M. 사가 지음, 김주희 옮김 / 한빛비즈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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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북쪽으로 항해하는 동안 불가사의한 질병으로 고통받았다. 항해일지에는 향후 수백 년에 걸쳐 뱃사람들을 괴롭힐 그 질병이 최초로 분명하게 서술되어 있다. "수많은 선원이 여기서 병에 걸려 손발이 붓고 잇몸이 부어올라 음식을 먹을 수 없게 되었다." 

낯선 고통에 괴로워하던 선원들이 죽기 시작했다. 탐험가들은 그러한 질병을 경험한 적이 없었으며 질병의 이름도 원인도 몰랐다. 다가마의 함대는 카보베르데에서 출항한 지 거의 6개월 만인 1498년 1월 22일 모잠비크에 정박했다.

그곳에는 풍부한 과일, 특히 오렌지가 강가에 자라고 있었다. 선원들은 과일을 먹고 빠르게 회복했다.

(p.34-35)








훗날 이 병은 괴혈병이라 불리게 된다. 우리 몸에 비타민c가 3개월정도 부족하면 생기는 병으로 무기력해지다가 잇몸을 시작으로 온 몸이 붓고 아프다 사망에 이르게 된다. 대항해시대의 시작으로 장거리 항해가 많아지면서 괴혈병이 생겼다. 


사람들은 이 병에 대해 여러가지 추측을 내놓았다. 야채를 먹지 않아 걸린 병이다, 선원들이 비위생적이고 비도덕적이라(?) 그런 것이다, 배 위의 공기가 나빠서 그렇다… 등 여러 주장을 내놓았지만 모두 근거가 부족했다. 




당시는 과학적 사고의 탄생 이전 진통을 겪는 시기였다. 데이비드 흄이 “관찰이나 실험의 도움 없이 한 사건을 결론짓거나 어떠한 원인과 결과를 추론하려 한다면, 그것은 잘못된 일이다.”(p.60)라고 주장하며 인류가 새로운 과학적 사고방식을 갖게 된게 1748년이니 괴혈병이 심각했던 천오백년대부터 천육백년대에 실험 결과 없이 추론을 주장하는건 그리 이상한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탐험가 바스쿠 다가마와 그의 선원들은 1498년에 신선한 오렌지를 먹으면 괴혈병이 낫는다는 사실을 인식했지만 영국 해군이 선원에게 감귤류 즙을 의무적으로 공급하기까지 300년 넘게 걸렸다. 또한 이 병이 영양결핍 질환이라는 것을 이해하는 데는 그로부터 100년이 더 소요되었다.

p.23



괴혈병은 20세기가 되어 비타민 결핍증, 각기병, 구루병, 펠라그라 등 다양한 형태로 아직도 인류를 아프게 하고 있다. 인류가 과학적 사고를 하고 영양성분을 발견하기 시작한 역사가 그리 길지 않다는 점도 놀라웠지만 아직 숙제가 끝나지 않았다는 점이 상당히 충격적이었다. 


책은 이후에 비타민c의 발견부터 시행착오를 거쳐 효과가 어떻게 입증되어 왔는지 차분히 설명한다. 놀라웠던건 비타민c에 관한 조사가 시간의 흐름에 따라 19세기까지 활발하게 이어졌다는 점이다. 


가장 흔하게 접할 수 있는 영양 성분으로 결핍이 아닌 과용을 걱정해야 하는 시대를 살고 있는 이들이 있는 반면 한 편에선 비타민c 부족으로 성장에 영향을 받고 질병으로 아파하고 있다니 인류의 영양불균형도 해결해야할 숙제 중 하나이다. 책의 마지막 장 제목이 “당황한 독자를 위한 지침”이라 의아했는데 책을 덮고도 이 당혹스러운 느낌은 쉽게 가시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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