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세 살 우리는 우리학교 상상 도서관
문경민 지음, 이소영 그림 / 우리학교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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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덕시간에 성선설과 성악설에 대해 배운 적이 있다. #성선설 은 주장한 "인간은 선하게 타고 났다."는 맹자의 주장이고, #성악설 은 순자가 인간의 본성은 악하다고 주장한 것이다. 무엇이 정답이든 인간은 사회에 나와 서로 엉키고, 깎이며 서로 물들고 둥글게 변한다. 정답을 찾기엔 인생이 너무 바쁘다.





루미와 보리는 집에서도 노트북 카메라를 켜 서로를 보며 공부할만큼 친하다. 유치원부터 친하게 지낸 둘은 부모들도 모두 서로 잘 아는 사이이다.


루미 아빠는 삼진기업을 명예퇴직하고 자격증 시험을 준비하며 아픈 엄마를 대신해 11개월 쌍둥이 동생들과 루미를 돌보고 있다. 루미는 그런 아빠가 안쓰러워 집안일과 동생들을 돌보는 효녀이다. 마음 씀씀이가 넉넉한 루미의 고민거리는 가족이 아니라 친구 보리였다.


보리는 작고 말랐지만 몸이 날렵해 운동을 곧잘하는 씩씩한 태권소녀이다. 보리 아빠는 아직 삼진기업에 다니고 있다. 이혼 직전, 아빠는 회사 핑계로 지방에 가게 되었고 엄마는 간호사라 밤낮이 바뀌며 출퇴근해 얼굴을 보기 어렵다. 외동인 보리는 늘 혼자라 외롭다.


루미는 보리를 즐겁게 해주기 위해 노력하지만 크게 도움은 되지 않는다. 오히려 외로움만 더 건드리는 꼴이 된다. 보리는 친구들의 웃음, 행복을 보며 자꾸 모가 난다. 그러다 같은 반에 전학온 세희를 만나면서 완전히 달라지고, 루미와는 멀어지게 된다.





몸을 돌린 세희는 턱을 치켜올 려 보리를 내려다보았다. 루미의 집에서 구겨진 자존심을 이렇게라도 세워 보려는 듯했다. 세희가 보리 앞에 침을 퉤, 뱉고는 입을 열었다.

"너 뭐냐?"

보리는 세희의 얼굴을 똑바로 올려다보았다. 가로등 불빛도 닿지 않는 곳이어서 세희의 표정을 제대로 볼 수 없었다. 보리는 픽 웃으며 대꾸했다.

"넌 뭔데?"

세희는 실소를 터뜨리며 바닥에 쪼그려 앉았다.

p.93


학교 숙제로 영상을 제작해야 하는데 세희가 무슨 수를 쓴건지 루미의 동생을 사촌 동생이라며 소개했다. 루미의 동생을 알아본 보리는 몹시 당황했고 화가 났지만 그것도 잠시, 보리는 세희를 한눈에 알아본다.


'나 같은 애구나.'


보리에게 세희는 거짓말을 하는 애가 아니라 상처를 감추는데 모든 노력을 다 쏟는 외로운 아이였다. 그건 보리가 외로웠기 때문에 알아본 것이다. 사실 세희는 (남은 물론) 스스로에게 상처를 주는 가해자였다. 또 다른 면은 (보리와 아주 달리) 공감을 전혀 할 줄 모르는 아이였다. 자신을 거짓으로 포장하고 정당하지 않은 방법으로 인기를 쥐려는 욕심많은 아이의 술수에 보리가 휘말리게 된다.





“나는 네가 이해가 안 돼.”

루미가 딱딱한 목소리로 대꾸했다.

“이해가 안 된다니, 뭐가?” 

“넌 왜 잘 살아?”

“뭐?”

“너희 엄마 아빠 재혼한 거잖아.”

“뭐라고?”

눈앞이 새하얘지는 것 같았다. 보리는 갈색으로 염색한 머리 칼을 위로 쓸어 올리며 말했다.

“너희 엄마 돌아가셨잖아. 그리고 새엄마 들어온 거잖아. 그런데 왜 아무 문제가 없어? 뭐가 그렇게 잘났는데? 너희 아빠, 우리 아빠랑 같은 회사였잖아. 희망퇴직도 했잖아. 직업도 없잖아.

그런데 왜 아무 문제가 없는데? 네가 그렇게 잘났어?”

P.172-173




동전은 앞,뒤면이 있다. 둘 중 하나만 보고도 동전인걸 알 수 있지만 한 쪽 면만 있다면 그건 돈이 아니다. 우리 모습도 똑같다. 선한 모습과 비뚤어진 생각으로 가득찬 모습 모두 나이다. 나는 나의 앞,뒤면을 모두 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우린 내 모습이 아닌 남의 양면성을 보고 상처받고 실망한다.


<열세 살 우리는> 속 보리가 세희의 아픔을 꿰뚫어 본 건 보리도 아팠기 때문이다. 보리는 아픔을 겪어봤기 때문에 공감했지만, 루미는 보리의 어두운 면을 보고도 실망하지 않았다. 보리는 자신의 어둠에 지나치게 몰두한 나머지 자신을 더 어둡게 해줄 세희를 좇았지만 루미는 어려운 현실 속에서도 내면의 힘으로 스스로 빛을 내는 아이였다.


상처없는 성장은 없단걸 알지만 이런 사실을 마주할 때마다 늘 마음이 저릿하다. 필자도 #이중성 에 사춘기가 크게 흔들린 경험이 있다. 그러다 대체로 인생이 선이 더 크게 자리잡아 가는 과정이란걸 배우고 깨달으면서 마음이 풀렸다. 물론, 어둠에 빠져 헤어나오지 못하는 경우도 있지만. 보리에겐 루미가 있어 희망이 보인다. 루미가 보리의 사과를 받아준 것처럼, 마음 속 빛을 나누어가는 일이 더 많아지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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