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도원 정신 - 절벽에도 길은 있다
고도원.윤인숙 지음 / 해냄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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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도원의 아침편지’의 시작은 라디오 코너였습니다. 책에서 찾은 좋은 문장을 읽어주던 ‘고도원의 어록’이 모여 <못생긴 나무가 산을 지킨다>란 책으로 출간되었습니다. 언제 어느 출판서에서 만들었는지 책에 대한 정보가 하나도 없지만 이 제목은 제게 큰 울림을 주었습니다.


‘너무 멋진 나무는 사람들의 눈에 띄어 산을 떠나게 되겠지. 화려한 정원에 심어져 한 사람을 위한 나무가 되는 건 슬픈 일일지도 몰라. 비록 못생겨도 다른 나무들과 어우러져 살 수 있는 행복한 나무가 되자.’


요즘 무얼 보아도, 무얼 읽어도 눈물샘이 터지는 ‘주의보’기간이긴 하지만 유독 <고도원 정신>은 제 마음을 건드리는 문구가 많았습니다. 


한 사람의 삶을 산봉우리만으로 요약하다 보면 꽃봉오리처럼 보기 쉽다. 그러나 산봉우리가 있다는 것은 그 밑에 계곡이 있다는 뜻이다. 계곡이 없는 산봉우리는 없다. 산봉우리가 높을수록 계곡은 더욱 깊다.

P.53


요즘 전 깊은 골짜기로 떨어지고 있는 중입니다. 언제 끝에 도달할지, 끝을 찍고 나서 다시 올라갈 시간이 내게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그래서인지 이 책이 제겐 유언장같이 느껴졌어요. 심각하고 어둡단 의미는 아닙니다. 유언장이 본래 사랑하는 사람에게 꼭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 그동안의 오해를 풀고 진심을 전하는 글이잖아요. 제겐 그렇습니다. 🙂




사실 책은 희망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기자로 출발해 대통령실에서 글쓰는 사람으로 몫을 하고, 명산 센터와 사이트를 꾸려 엄청나게 유명해 졌으니 겉으로 보기엔 그저 평탄해 보이지만 인생 속 굴곡이 깊었습니다. 불굴, 도전, 꿈, 리더십, 치유, 이타심이란 여섯개의 장으로 쓰여진 고도원님의 삶은 그 어느 잡초보다 강하고 어떤 나무보다 우직했어요. 그렇기에 청년들에겐 이 글이 희망으로 와 닿을 것입니다. 


이렇게 장담하는 까닭은 저의 이십대, 갓 사회생활을 시작해 가족, 친구도 아니지만 가장 많은 시간을 함께해야 하는 동료와의 관계를 만들어 가고, 새벽에 나와 막차타고 퇴근하고, 그러다 야근이 없으면 회식하고, 일이 많으면 점심에 회식하고, 부조리한 일을 눈감아야 하는 상황 등을 겪으며 사춘기때만큼 혼란스러웠어요. 그 때 읽은 아침편지는 지금도 기억에 많이 남아있어요. 바쁜 와중에도 업무용 다이어리 꼭대기에 따라 적어본 문장들은 나를 잃지 않게 해주었어요. 





아침편지를 구독해 매일 글을 읽으며 다이어리에 옮겨적으며 책을 읽지 않던 때에도 고도원님 덕준에 책과의 끈이 끊어지지 않을 수 있었어요. 지금와서 생각해보니 어쩌면 꾸준히 읽을 수 있는 힘의 시작이 그 때부터 움트고 있었는지도 모르겠어요. 가끔 전체가 아닌 일부만 읽고 제대로 글을 이해할 수 있냐며 한 문장의 힘을 작게 보는 분들이 계세요. 저도 그랬구요. 


그런데 지푸라기가 사람을 살리기도 하더라고요. 한 문장이라도 잡아야 살 힘이 생기는 상황도 있더라고요. 한 문장이란 지푸라기를 잡아본 분들이라면 <고도원 정신>이 시원한 그늘을 내어주어 잠시 기대 쉴 수 있는 버팀목이 되어줄거에요. 



사람은 저마다의 순례길을 걸어간다. 인생을 길이라고 비유하지 않는가. 고난의 순간, 행복의 순간 모두 삶의 길 위에 있다. 걷다보면 묻어두었던 아픔과 상처들을 만난다. 바쁜 일상에서 접어두고 묻어두었던 일들, 그렇게 묻어두고 살아도 아무 지장이 없다고 생각했던 일들.

우리는 바쁜 일상에서 부지런히 걷고 습관적으로 걷는다. 그러나 일상의 울타리를 벗어나 걷고 또 걷다 보면 저 깊은 무의식 속에 잠겨 있던 일들이 툭툭 올라온다. 산티아고 순례길에서는 그 감정이 극대화된다. 길 위에서 자기의 과거와 만나고, 그 과거 속에 숨어 있던 고통을 만나고, 그러다 상처가 터져나와 펑펑 울게도 된다.

꼭 산티아고 길이 아니어도 괜찮다. 그 어떤 길이든 …

2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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