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이 제갈량에게 말하다 1 - 탁월한 전략으로 승리를 추구하다 현대 심리학으로 읽는 《삼국지》 인물 열전
천위안 지음, 정주은 옮김 / 리드리드출판(한국능률협회)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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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심리학으로 읽는 삼국지 인물 열전

심리학이 제갈량에게 말하다 1





<심리학이 제갈량에게 말하다 1>은 유비와 제갈량의 첫 만남으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유비가 제갈량을 만나기 위해 여러차례 찾아가지만 헛걸음을 합니다. 얼마나 만나고 싶었던지 오며가며 마주친 사람들 중에 풍채가 크고 훤한 선비를 만나면 제갈량이라 착각해 말을 거는 일도 수 차례. 그러면서 유비는 제갈량을 만나고 싶은 마음이 더 커집니다. 시간과 정성을 들인만큼 그가 비범한 인물일거란 생각을 굳혀갑니다. 



사실 유비가 헛걸음을 한 건 제갈량의 치밀한 계산이었어요. 제갈량은 친구, 가족, 집 지키는 동자, 근처에 사는 농부들까지 장기말로 사용해 스스로를 ‘고결한 인품과 출중한 능력을 갖춘 자’로 이미지 메이킹했어요. 타고난 신체 조건(키가 크고 환하고 잘 생긴 용모)도 한 몫했습니다. 



유비를 위한 전략을 미리 짜 둘만큼 제갈량도 유비를 만나길 고대했지만 성급하게 자신을 드러내지 않았어요. 나이도 어리고 경험도 적어 유비를 선뜻 따라 나섰다간 주변의 ‘세상 풍파를 다 겪은 영웅호걸’(p.74)과 비교되어 밑천이 금방 드러날게 뻔했거든요. 유비의 신임이 제갈량에겐 가장 든든한 뒷배가 되어줄 것을 알았기에 제갈량은 유비의 마음을 더 애가 타게 행동합니다. 



이 때 ,제갈량은 본인도 온갖 세상 풍파를 겪게 될거란 걸 예상했을까요? 





유비가 제갈량을 극진히 대하자 관우와 장비는 속이 부글부글 끓었다. 지혜롭고 예민한 제갈량은 매우 심각한 '신임의 위기'에 빠졌다는 사실을 알았다. 관우와 장비는 유비 진영에서 매우 중요한 인물이었으므로 이 둘의 평가를 무시할 수 없었다. p.92


신입이라 안으로도 어수선한데 밖으론 조조가 남쪽으로 출정을 결정하며 제갈량의 큰 그림(유표의 자리, 형주를 차지해 거처를 마련하고 손권과 연합해 조조를 대적하는 계혹)이 틀어지기 시작합니다. 놀라운건 출사가 물거품이 될 위기를 겪으면서도 그는 내면의 불안을 얼굴로 내비치지 않았어요. 결국 하후돈과의 전투로 위신이 선 제갈량은 장비의 신임까지 얻게 됩니다. 



“불을 쓰려면 바람이 불어야 한다.”

P.226



제갈량 하면 날씨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날씨를 귀신같이 맞추는 능력을 보며 지나치게 미화된게 아닐까 생각했습니다만, 저자는 당시 주역과 책을 보면 불가능한게 아니라 말합니다. 책을 통해 학습한 지식을 잘 활용하기도 했지만 제갈량은 안개가 끼면 끼는대로 날씨가 예상과 조금 달라도 이런 변수를 잘 써먹었습니다. 미화된 것으로 볼만큼 재주가 출중했나 봅니다. 



모든 일을 심리학과 같은 과학으로 설명할 순 없습니다. 제갈량의 사람의 심리를 꿰뚫어보는 재주덕분에 난세를 뚫고 지혜로운 사람으로 이름났지만  모든 일이 그의 예측대로 흘러가지도, 머릿 속에서 나온 대로 일이 풀린 것도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제갈량은 자신에게 온 기회를 놓치지 않았습니다. 역경 속에서도 긍정의 끈을 놓지 않은 덕분에 ‘제갈량 죽이기’에서도 살아남았습니다. (P.152)





번번이 제갈량에게 진 주유는 그를 이기기 위해 애썼지만 “이미 주유를 낳았으면서 왜 제갈량을 또 낳았는가!”라는 세상을 원망하는 말을 마지막으로 죽음을 맞습니다. 그의 일생은 제갈량에게 지는 것으로 ’학습된 무기력‘의 영향이 큽니다. 다리를 묶어 쇠사슬을 벗어나지 못할거라 학습된 새끼코끼리는 다 자란 뒤에도 쇠사슬을 끊어내지 못합니다. 


제갈량도 말년엔 결국 이 삶의 교훈을 얻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기산으로 출정해 아무 성과도 얻지 못하는 일을 여섯 번이나 반복하고서야 ’무력한 나’도  있음을 받아들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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