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내가 다시 좋아지고 싶어 - 지금껏 애써온 자신을 위한 19가지 공감과 위로
황유나 지음 / 리드리드출판(한국능률협회)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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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에게는 그에게 부여된 그 사람만의 인생이 있다.’

영화 <패왕별희>의 경극 사부가 들려준 말이다.

내게 부여된 생을 생각해본다. 지금 움켜쥐고 있는 것만이 전부인지, 팔을 뻗어 움켜잡아야 하는지, 여러 생각이 중구난방으로 떠돈다. 아직 증명되지 않은 다중 우주처럼 상상력을 발휘해 초월적 세계를 펼쳐본다. 나만의 이상적인 세계일 때도 있고 현실의 그 어느 곳일 때도 있다. 그곳에서 나는 조연도 해보고 주연도 해본다.

P.58




한 사람이 성장해가는 순간은 언제 마주해도 가슴이 뭉클하다. 나와 비슷한 세대를 살고, 비슷한 결을 가진 사람을 만나면 기뻐야 하는데 어쩐지 이번엔 마음이 편치 않았다. 와 닿는 게 많아 오히려 조심스러웠다. 마치 거울을 볼 때 얼굴에 묻은 티를 발견하고자 눈을 굴리는 것처럼 자꾸 나를 살펴보게 되어 책을 읽는게 몹시 피곤했다.



저자는 미생이 완생이 되도록 하얗게 불태웠지만 돌아온건 비정규직 계약 종료와 동료의 너나 잘하란 충고였다. 동료는 애둘러 ‘너만 챙겨.’라고 말했지만 그냥 네 앞가림이나 잘 하란 말과 활자만 다를 뿐이었다. 말의 행간을 읽는 일, 어떤 의미를 갖고 하는 말인지를 알아맞추는 건 포장된 선물 속 물건을 맞추는 것만큼 어렵다.




“어째 저놈 새끼는 좋은 길 냅두고 물짠(물건의 질이 형편없거나 기대에 미치지 못하다는 뜻의 전라도 방언)길만 밟고 다닐까 몰라.” 

p.219


작은 돌뿌리가 발에 치이던 시기엔 그게 가장 큰 고비같지만, 넘어야 할 더 큰 산을 마주하게되면 지나온 길이 평지처럼 느껴진다. 직장 상사의 성폭력과 ADHD(의 일종인 ADD) 진단이란 거대한 산 앞에 다른 일들은 그저 찰나의 고민이 되고 만다.


재판 판결이 날 때까지 저자는 직장을 다녔다. 가해자가 나가는게 당연한 일이지만, 한편으론 삶의 가장 중요한 시간을, 그것도 매일, 상처를 되새김질 할 수 밖에 없는 곳으로 제 발로 간다니... 괜찮다는 걸 남에게 보여주고 싶었던건지, 스스로 주문을 걸고 싶었던건진 모르겠지만 이 부담이 마음의 짐을 더 무겁게 한 건 아닌지 걱정되었다. 힘들 땐 그냥 힘들다 말하고 쉴 수 있으면 좋겠다.


"모든 3040은 다 이렇게 사나? 왜 이렇게 경험이 비슷하지?"

필자도 (저자의 경험과는 많이 다르지만) 직장 내 성희롱 사건을 경험한 적이 있다. 또 가볍지 않은 병을 진단받고 고비를 넘기던 시간이나, 사람이 죽어가는 순간을 마주하는 경험, 엄마가 되고 모성애가 생기지 않아 당황스러웠던 감정까지 … 책을 덮고 혼란스러웠다. 위 질문의 답은 "No"란걸 알면서도 계속 물음이 머릿 속을 떠다녔다. 혹시 신에게도 ‘사람이 살면서 반드시 겪어야 할 고비 10’ 같은게 정해져 있는걸까? 





“너무 잘하려고 애쓰는 모습도 부담스러워.

한 번에 성과 내려는 조급증 좀 부리지마.

모두가 너를 채점하고 있다는 생각에서 벗어났으면 좋겠어.”



크리스마스가 지났다. 교회의 크리스마스 행사에서 아이들은 신나게 춤을 추고 성경을 암송했다. 무대에서 내려온 아이들은 음악이 너무 재밌어 신이 났었다, 다 외워서 자신 있었다며 저마다 무대를 어떻게 즐겼는지 이야기하기 바빴다. 남의 시선이 아닌 자신이 주인공인 무대를 마음껏 즐긴 아이들을 보며 이대로만 컸으면 좋겠단 마음이 간절했다.


아이들은 아직 채점없는 세상에 살고 있다. 같은 세상을 살고 있는 줄 알았는데 착각이었다. 아이들과 나의 세상이 다름에 안도하고 감사하고, 배웠다. 피터팬이 사는 네버랜드에 어른들도 데려가 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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