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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이 조조에게 말하다 2 - 진실이 때론 거짓보다 위험하다 ㅣ 심리학이 조조에게 말하다 2
천위안 지음, 이정은 옮김 / 리드리드출판(한국능률협회) / 2022년 12월
평점 :
축구가 끝나자 선수들과 감독에 대한 기사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어요. 우연히 이강인 선수를 가르친 한 감독이 터놓은 스페인으로 유학갈 수 밖에 없었던 이유에 대한 기사를 보았습니다. 골자만 쓰자면 아이가 실력이 뛰어나 월반을 해야 했는데 학부모들의 반대와 선수들간의 마찰이 심했다고 해요. 당시 맘카페의 댓글들도 봤는데 발전에 도움되는 지적 아닌 그저 깎아내리기식의 내용뿐이더라고요. 감독은 이런 이유로 스페인에 갔는데 인천이 키운 선수인 것 마냥 기사가 나오는게 불편하다 밝혔습니다.
남을 무시하는 것으로 자신의 존엄을 세울 수는 없다. 상대 또한 자신을 깎아내리는 당신을 치켜세우지 않는다. 서로 존중하지 않는 관계는 경쟁 관계의 적보다 못하다. 예의를 갖춰 상대를 존중하라. 그것만이 인간관계의 답이다.
p.240

마초를 물리치고 형주에 있던 조조와 장송이 만난 일이 있습니다. 둘 다 오만함이 코를 찌르던 시기였어요. 장송은 자기가 모실 사람이 조조 정도는 되어야 한다 생각해 문지기에게 뇌물을 줘가며 어렵게 그의 앞에 섭니다. 하지만 돌아온건 홀대였어요. 외모콤플렉스가 있는 조조가 보아도 장송이 너무 못생겼거든요. 외모를 보고 장송을 우습게 본 조조는 오만하게 굴고 맙니다.
이에 기분이 상한 장송도 지지 않고 조조의 아픈 곳, 약점을 건드립니다. 손권, 장로, 유비를 언급하고, 조조가 쓴 <맹덕신서>를 한번 읽고 줄줄 외우더니 아이들도 아는 내용이라며 깎아내려요. 그것도 모자라 조조가 5만명의 군사를 세워두고 이런 영웅을 본 적 있냐며 우쭐대는 데 면전에 대고 "우리 촉에서는 인의로 백성을 다스립니다. 이런 군사들은 본 적이 없지요."라고 받아집니다.
조조는 결국 화를 참지 못하고 "목을 베라!"명합니다. 주변의 만류로 장송은 매만 맞고 풀러납니다. 그의 품에는 조조가 서주를 손에 넣을 수 있는 히든카드, 서촌 지형도가 있었는데 말이죠. 제 발로 굴러온 기회를 놓친 조조는 훗날 서천을 유비에게 통째로 빼앗기고 맙니다. 장송이 자신을 그토록 보고 싶어한 까닭을, 무슨 뜻을 품은 자인가 한번만 생각해보았다면 역사가 달라졌을텐데 조조의 기분이 태도를 압도해 일을 그르치고 말았습니다.

'적은 군사로 많은 적을 이긴' 적벽대전에서도 비슷한 모습을 볼 수 있어요. 불타는 백만 대군을 등지고 도망하면서 "큰불이 난 곳에서 멀리 떨어져 한숨을 돌리자 그는 수풀이 우거지고 지형이 험한 주위를 둘러보더니 잡자기 껄껄 웃기 시작"(p.194)했습니다.
조조는 "자신이었다면 이 곳에 매복해 자신의 목을 쳤을"것이라며 주유와 제갈량이 어리석다 비웃습니다. 절대적 우위에 있었지만 화공 한번에 맥없이 무너진 모습은 보지 못했습니다. 저자는 초긍정으로 해석하지만 모든 면에서 24시간 똑똑하진 않았던 거 같습니다. 조조가 어떻게 생각하든 적벽대전은 조조 역사상 가장 큰 대패였고, 지금까지도 영화로, 책으로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습니다.
저자는 조조를 비난하기보단 시대가 그를 전쟁으로 내몰았다고 평가합니다. 영웅이 아닌 성격적 결함이 있는 인간으로 접근해요. 그릇된 행동도 시대와 상황이란 외부 환경의 영향을 받아 행동한거라 봅니다. 어쩌면 우리 모두가 조조였다면 그와 같은 선택을 했을지도 모른단 거에요. 그러니 섣불리 조조의 삶을 평가하기보단 교훈 그리고 타산지석으로 삼아야겠습니다. 남을 비난하는건 내게 도움이 되지 않으니까요.
착한 사람은 착한 사람이 될 수밖에 없는 환경에 처해 있고, 나쁜 사람은 나쁜 사람이 될 환경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다. 심리학자 필립 짐바르도는 상황에 따라 성향이 변하는 현상을 가리켜 '루시퍼 효과 Rucifer Effect'라고 정의했다. 루시퍼 효과는 '착한 사람이 악마가 되는 과정'을 설명한다. 빛의 수호자로 신의 총애를 받던 천사 루시퍼가 지옥에 떨어지면서 악마 사탄이 되었다. 이는 자신이 처한 환경이 성격까지 바꿔놓는 근본적인 원인임을 보여준다.
p.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