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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빨리 감기로 보는 사람들 - 가성비의 시대가 불러온 콘텐츠 트렌드의 거대한 변화
이나다 도요시 지음, 황미숙 옮김 / 현대지성 / 2022년 11월
평점 :
저도 유튜브를 볼 때면 2배속으로 보고, 건너뛰기를 곧잘합니다. 제가 보는 유튜브의 95%가 요리, 제빵 레시피라 가루 체치고, 휘휘 젓는게 상당히 많기 때문입니다. 그런 장면에선 제가 보고 배울 게 없을거라 생각했거든요.
이웃님들은 어떠신가요?

책의 표지를 보고 약간 공포스러웠습니다. 흐린 맨 손과 붉은기가 더해진 검은색, 날카로운(?) 화살표 2개가 무서운 분위기를 자아내는 표지만큼 내용도 예사롭지 않습니다.
“빨리 감기로 보면서, 대화를 나누지 않거나 풍경만 나오는 장면은 건너뛴다."
"넷플릭스에서 한국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을 시청할 때 ‘주인공과 관련 없는 장면은 관심이 없어서’ 빨리 감기로 돌려서 보았다."
책에 따르면 (일본이긴 하지만 우리나라도 결과가 비슷할거라 생각됩니다.) 10-20대 중 절반 이상이 영상을 볼 때 빨리감기, 건너뛰기를 사용한다고 합니다. 저도 아이들이 쓰는 걸 보고 유튜브에 2배속이 있단걸 알았어요. 어떻게 알았냐니까 친구들도 다 그렇게 본다고 하더라고요.

시대는 풍족한 것 같은데 부모 세대보다 가난한 젊은 세대의 짠내는 인터넷을 보는 습관마저 변화시켰습니다. '가성비'를 중요하게 여기는 생활이 '시간'에까지 침투해 이젠 감독이 숨겨둔 작품 속 수수께끼를 스스로 풀 여유도 없습니다.
영화를 직접 보는게 아니라 패스트무비 즉 짧게 영화를 소개해주는 유튜브를 보고 영화를 봤다- 퉁칩니다. 요약본을 읽고 책을 읽었다 말할 수 있을까요. 2시간짜리 영화를 1시간만에 보는게 정말 ‘효율적’인 일일까요? ‘작품’ 감상에 필요한 시간(비용)과 감상으로 얻는 효과를 비교(p,26)하는게 가능한 일이기나 한걸까요.
저자는 영화를 빨리감기 혹은 10초 건너뛰기로 보는 방식을 책은 ‘요리를 믹서에 가는 것’에 비유합니다. "요리를 믹서에 갈아 주스로 만들어 마시는 거죠. 물론 그대로 먹는 것과 같은 영양소를 섭취할 수 있어요. 하지만 그걸 음식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p.56)

알아야 할것도 많고 봐야할 것도 많은데 시간은 부족하니 어쩔 도리가 없습니다. 어떻게든 알아 두어야 친구들 틈에 낄 수 있으니 많이 보아야 하는데 시간이 한정되어 있으니 빨리 볼 수 밖에요. 저자는 실패를 두려워하는 특징(부모의 교육 때문이기도 하고, 일찍 경쟁(치열한 교육)에 내몰린 탓이기도 합니다.) 을 가진 세대라 실패는 적게, 빨리 답을 얻기 원하기 때문이라고 보기도 합니다. (다양한 해석이 책에 있어요.)
책 속의 "이해가 안 되면 안 되는 대로"가 무색하게 그리고 애석하게도 어떻게 행동분석을 하든 "어떻게든 다수에 속해 살아남으려는 몸부림"으로 귀결됩니다. 사람은 왜 이토록 완벽을 추구하는 걸까요. 책을 읽으며 완벽을 추구해서 세상은 더 나아졌는데 사람은 더 고통스러워진 것 같아 마음이 영 불편했어요. 책 속의 이야기가 남의 얘기가 아니라 제 삶이기도 하기 때문이겠지요.
‘잘 모르겠네.’, ‘이해가 안돼.’, ‘몰라도, 이해하지 못해도 괜찮아.’라고 말하는게 부끄러운 일이 아니었으면 좋겠습니다. 내가 이해할 수 있는 만큼 작품을 만끽하고, 부족한 건 차차 채워 나가는 여유있는 생, 사람이 되면 좋겠습니다. '여유'가 배워야 할 과목이 되기 전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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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한줄평(을 다듬었다.)
별 생각없이 2배속, 10초 건너뛰기를 눌렀다. 사소한 행동이 거대한 변화를 가져올 줄도, 이렇게 짠내나는 일인줄 몰랐다. 대중은 ‘감상과 소비’ 사이에서 길을 잃었다. 시간이란 괴수에 쫓기느라 길가의 꽃을 외면하고 만 현대인의 감성이 짠하다. 분명한건 이 책을 빨리감기나 요약본으로 읽어선 절대 작가같은 통찰력을 얻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