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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에 걸렸지만 살아 있습니다
이기운 지음 / OHK / 2022년 9월
평점 :
품절
<암에 걸렸지만 살아 있습니다>를 쓴 이기운 저자는 감당해야 할 고난을 요란스럽지 않게 인내할 줄 아는 마음 속 심지가 강한 사람이었습니다. 물론 아픈 날들의 연속일 땐 아내에게 불평도 하고 부정적인 생각들이 가득해지기도 했지만 그 정도는 양반아니겠어요? 묵혀뒀던 갈등이 깊으면 암이 관계마저 잠식해 버리기도 하더라고요.
슬픔과 고난에 경중을 따지는게 얼마나 무가치한 일인지 알지만 그가 지나온 길은 결코 가볍지 않았습니다. ‘나 이만큼 고생했소~’하는 자랑섞인 글이 아니라 힘든 길을 먼저 지나온 선배로써 꼭 알려주고 싶은 게 있어 펜을 쥔 듯 보였습니다.

병에 걸리면 어떻게 치료해야 좋을지, 어디서 수술을 받아야 할지, 어떤 치료법을 택해야 하는지 등을 결정해야 합니다. 병원을 정하고, 의사를 만나고 나면 의사가 원하는 수술이나 치료법을 따르게 됩니다. 진짜 어려운 문제는 다시말해 암이 두려운건 이렇게 치료를 받는게 끝이 아니라 시작이란 점입니다.
저자는 결장암 3기C였고 수술 후 림프절로 전이가 된 게 발견되어 항암치료를 시작했습니다. 결장암 3기 생존률은 50%라고 알려져 있어요. 암 발견 후 바로 수술했고 항암치료를 12회 받으며 진짜 암환자가 되어 갑니다.

저는 생로병사를 꾸준히 챙겨볼만큼 건강에 관심이 많아서인지 수술과 치료 과정, 회복해가는 과정이 낯설지 않았는데, 이 책을 통해 암을 처음 접하시는 분들은 살짝 무서울수도 있겠어요. 저자도 크게 아파본 경험이 없어 모든 게 낯설었습니다. 낯설면 두려움이 앞서기 마련이고, 긴장감은 환자의 심신에 좋지 않습니다.
그래서 병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지가 아주 중요합니다. 환자가 병에 대한 지식이 있으면, 진료볼 때 좀 더 구체적으로 묻고 자세히 얘기 들을 수 있어요. 수술을 해야 한다면 미리 수술과정이 적힌 글이나 의학 다큐들을 보호자와 함께 봐두면 덜 막연해 두려움을 줄일 수 있어요. 치료가 어떻게 진행될지 병이 어떤 순서로 악화 혹은 나아지는지 등의 의학적 지식이 있으면 훨씬 본인의 몸 상태를 체크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저자는 하루 세 끼를 국수, 빵, 햄버거, 돈까스, 라면, 치킨으로 떼우며 살았습니다. 여느 가장들처럼 직장에서 종일 일하고, 담배피고, 술마시는 건강과는 거리가 먼 생활을 하고 있었어요. 저자가 스스로 몸이 탈이 날 만 했다 평가할 정도에요.(ㅜ) 그러다 암을 발견하고 수술 후 항암치료를 시작하며 채식 위주의 식단 조절을 가장 먼저 실천했어요.
고기 뿐 아니라 담배, 밀가루, 커피까지 끊고 먹는 음식도 꼼꼼하게 확인해 건강식으로 몸을 바꿔나갔습니다.
내 몸에 맞는 건강식을 찾아 식단을 바꾸고, 생활 습관을 바꾸며 삶 자체를 리셋하는건 쉽지 않습니다. 더군다나 아픈 와중에 하는 건 더 힘든 일일거에요.
저자는 항암치료 중에 하나씩 찾아보고 공부하고 몸에 적용시켰어요. 이런 과정을 암환자 혼자 감당하기엔 무리일 수 있어요. 시행착오를 거치기엔 이미 건강이 많이 쇄약한 상태일테니까 보호자분들께서 읽고 이야기해주시면 좋겠습니다. 건승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