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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어트리스의 예언 ㅣ 비룡소 걸작선 63
케이트 디카밀로 지음, 소피 블랙올 그림, 김경미 옮김 / 비룡소 / 2022년 9월
평점 :

<비어트리스의 예언>은 어느 한적한 마을 슬픔의 수도원 헛간에 한 상처입은 소녀가 들어오며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염소와 함께 쓰러져 자고 있는 소녀를 에딕 수도사는 모두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보살핍니다. 차츰 열이 내리고 몸이 회복되면서 기억을 잃은 소녀는 자신이 글을 읽을 수 있단 사실을 이내 깨닫게 됩니다. 그리고 숨겨야 한다는 것도 알고 있었어요.
하지만 어린 아이에게 무언갈 숨긴다는 건 너무 어려운 일이죠. 곧 들통났고 수도사들은 두려움에 빠집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글을 모르던 시절이었으니까요. 소녀는 누구이며 왜 온 몸에 상처가 난 채 수도원에 숨어들어 온 걸까요.
"사람들이 전쟁과 왕의 부하들을 피해서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것은 새로운 일이 아니었고 흥미롭지도 않았어. 사실, 그런 걸 생각하기에 지쳤던 거야. 어디에 있던 슬픔이 기다리고 있는데, 슬픔을 피할 수 있을 거라고 여기며 여기저기 뛰어다니는 사람들.
빕스피크 할머니는 그런 어리석음에 질렸어. 모든 환상을 포기한 지 오래였지. 이 세상에서 안전한 길은 없어. 빕스피크 할머니는 그것을 알고 있었어. 그래서 있는 자리에 그대로 머물러 있었어. 슬픔이 올 태면 오라지. 결국 지나갈 테니까."
p.58
마을에서 또 다른 외진 곳, 빕스피크 할머니네에도 한 소년이 등장합니다. 소년의 이름은 잭. 강도를 만나 부모를 여의고 무작정 뛰어 산 속을 도망쳐 나온 잭을 할머니는 덤덤하게 품어줍니다. 그리고 안전한 울타리가 되어줍니다. 하지만 시간이 많지 않았어요. 잭이 더 크기도 전에 할머니마저 세상을 떠나고 잭은 다시 혼자가 됩니다.
언젠가 왕을 자리에서 내려오게 하고
큰 변화를 일으킬 여자 아이가 올 것이다.
슬픔의 수도원에는 오래전부터 전해져내려온 예언이 있었습니다. 수도사들의 두려움은 모두 이 예언 때문이었어요. 엄청난 일에 휘말리게 될 것같은 두려움에 모두 아이를 외면합니다. 하지만 에딕 수도사는 그러지 않았어요. 소녀의 머리를 밀어주고, 글을 안다는 걸 들키지 않게 가르칩니다. 그의 노력에도 결국 비어트리스는 수도원을 떠나게 되고 잭과 함께 하게 됩니다.
예언을 두려워한 왕을 피해 비어트리스는 잭, (숲에서 우연히 만난) 카녹과 함께 길을 떠나게 됩니다. 이 예언은 정말 비어트리스의 것일까요?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은 딱 하나, 자신에게 주어진 길을 가보는 수 밖에 없겠지요. 비어트리스는 용감하고 당당하게 운명에 맞섰습니다. 숱한 고난을 겪었으니 예언은 소녀의 것이길, 끝내 여왕이 되고 해피엔딩으로 끝이나길 바랐습니다. 하지만 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너무나도 멀고 험했습니다.
난 도망가지 않아. 비어트리스가 속으로 말했지. 끝까지 견뎌 낼거야.
예언은 늘 결정적인 순간만 언급합니다. 그리고 결과만 주목받게 하죠. 여기에 함정이 있습니다. 우리는 결실, 해피엔딩에 빠져 과정을 놓칠 때가 있어요. 하지만 진짜 이야기는 끝이 아니라 과정에 있습니다. 낮을 가치있게 보낸 사람만이 잠드는 순간, 뿌듯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낮 시간이 나를 빚어내는 시간인 것처럼, 여정 속에 행복이 있고 성장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