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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만 모르는 비밀 하나 - 나를 응원하는 작은 목소리
후이 지음, 최인애 옮김 / 미디어숲 / 2022년 9월
평점 :

"티베트 오지마을로 봉사활동을 간 일이 있다.
그곳 아이들에게 방한용품과 의류, 생필품 등을 전달하는 게 목적이었는데 한 여학생이 막대사탕도 사 가자고 했다. 당시 나는 그 돈으로 다른 유용한 물건을 더 마련하는 편이 낫다고 생각해 반대했다. 결국 그녀는 사비를 털어 막대사탕 몇 봉지를 샀다.
결과적으로 그녀가 옳았다.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옷과 생필품이었지만 아이들을 행복하게 한 것은 바로 그 막대사탕이었다. 새로운 세계를 발견한 듯, 혹은 거칠고 힘든 삶에도 이처럼 달콤한 순간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깨달은 듯한 미소였다.
봉사활동을 마치고 떠나려는데 여자아이 하나가 다가와 내게 물었다. "사탕, 더 있어요?" 주머니와 가방을 다 뒤져 보았지만 아쉽게도 사탕은 없었다. 나는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열심히 공부해서 나중에 큰 도시에 가면 사탕을 많이, 아주 많이 먹을 수 있단다." 그 말에 아이의 눈이 크게 반짝였던 것을 나는 아직도 기억한다.
긍정적 에너지는 우리 손에 쥐어진 막대사탕과 같다. 막대사탕 하나로는 추위를 피할 수도, 굶주림을 해결할 수도 없다. 하지만 그것이 얼마나 큰 용기와 희망을 주는지는 경험해 본 사람만 안다."
p.124-126
긍정이 가진 힘이 크단건 삼척동자도 안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긍정, 희망을 노래하는 글은 홀대받기 시작했다. 한 때 베스트셀러를 넘어 사회에 돌풍을 일으킬만큼 뜨거웠던 <영혼을 위한 닭고기 스프>나 <꿈꾸는 다락방>같은 류의 서적은 사라지고, 우리 심리를 들여다보고 무엇이 문제인지 찾고 고치려는 노력으로 방향이 많이 바뀌었다. 마음의 상처를 보듬고, 들여다보고, 문제를 고치려 노력하는 이 흐름은 분명 옳은 것이다. 허나 흐름이 꼬인다면?
유행, 대세를 쫓기 전에 그러니까 심리학, 철학, 인문학 책을 접하기 전에 꼭 마음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건강하게 돌보고 다독여주는 요령을 익힐 수 있는 이런 책을 먼저 읽기를 추천하고 싶다. 다독일줄 모르는 상태에서 상처를 건드리고 분석하면 자칫 덧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대만 모르는 비밀 하나>엔 그동안 놓치고 살았던 날 위해 흘러가는 주변의 선의들을 떠오르게 한다. 한 사람이 살기까지 수많은 이들의 손길이 필요하단걸 알면서도 감사한 마음을 자주 잊어버린다. 몸이 아팠지만 오늘 하루가 평안했던 것도 아이들의 배려와 남편의 선 덕분이었다. 아픈 나를 대신해 세 남자가 빨래를 하고 끼니를 챙기고 서로 숙제와 책가방을 챙겨준 덕분에 편히 쉴 수 있었고 생각보다 빨리 회복되고 있다.
날 배려해준 이름모를 사람들, 사랑으로 보듬어준 친구들, 걱정을 담아 기도로 힘을 보태준 지인들, 존재 자체로 날 살게 하는 가족들. 내 주변의 선을 이루는 사람들은 참 많은데 나는 그들에게 선을 베풀고 있는지, 나는 딸이었을 때 우리 부모에게 이렇게 선을 베푼 일이 있었던가 돌이켜보면 무척 부끄럽다. 최소한 받은 만큼이라도 돌려주어야 할텐데.
어떤 책은 마지막 페이지에 다다라서야 비극이 해결되고 아름다운 결말이 드러난다. 어떤 그림은 마지막 터치가 끝나고 나서야 명암이 분명해지며 전체적인 풍모가 명확해진다. 어떤 일들은 다 지나고 나서야 그때는 별 의미를 두지 않았던 행동들이 사실은 얼마나 많은 사람의 선의와 진심이었는지 깨닫게된다.
p.206
<그대만 모르는 비밀 하나>엔 부드러운 표지 뒤에 숨은 힘이 있다. 가끔 서점에서 책을 고를 때 앞 몇 장 읽고, 후루룩 넘겨보곤 "흠..." 하고 내려놓을 때가 있다. 내 속으로 '이 책은 별로네.'라고 판단한 것이다. 시작은 평범할지라도 뒤로 갈수록 글이 쌓여 힘을 내는 책들이 있다. 이 책이 그랬다. 읽을 땐 미처 느끼지 못했는데 책을 덮고보니 글이 쌓여 마음의 영양분이 되고 있었다. 다 읽기 전에 책을 판단하지 말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