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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탐정과 되살아난 시체 ㅣ 바다로 간 달팽이 22
정명섭 지음 / 북멘토(도서출판) / 2022년 8월
평점 :
좀비물이 유행이긴 한가봅니다. 아이들 책에서도 좀비 이야기는 이제 낯설지 않습니다. 대부분은 앞뒤없이 귀엽거나 코믹한게 전부이던데, <명탐정과 되살아난 시체>는 고학년 수준의 소설답게 내용이 더 탄탄하고 표현이 디테일해요.
무작정 설치는 좀비가 아니라 한국형 좀비입니다. 전 소설을 읽으며 <지금 우리 학교는> 속 윤귀남(돌연변이 좀비 빌런 학생;;)이 떠올랐어요. 그만큼 잔인하진 않지만 자기 의식을 갖고 행동하는 모양새가 닮았어요.

<명탐정과 되살아난 시체>는 한 학생이 학교 폭력으로 안타까운 죽음과 복수를 그리고 있습니다. 학교폭력 가해 학생들이 읽으면 훨씬 더 섬뜩할 내용이겠지요. (하하)
그날도 한학이는 또래들에게 둘러싸여 공원에서 맞고 있었어요. 괴롭힘을 참다 못해 결국 담벼락에서 뛰어 내려 생을 마감합니다. 분명 학교폭력이 원인인데 학교는 교내에서 죽은게 아니라며 쉬쉬하기 급급해요. 가해 학생들은 여전히 즐겁게 학교를 다니고, 친구들과 웃고 떠들며 일상을 보내요.

그런데
죽은 줄 알았던 학생을 학교에서 본 친구들이 하나 둘 늘어나더니 가해 학생들이 알 수 없는 사고를 당합니다. 한국형 좀비답게 한을 품은 학생이 되살아나 복수한다는 소문이 학교 내 파다해지죠. 가해자 학생들도 이를 모르지 않습니다. 거기에 피해자 엄마가 용한 무당이라 섬뜩한 이야기에 서늘한 기운을 더합니다. 정말 무당 엄마가 아들의 억울함을 풀기 위해 되살린걸까요??
가해학생 중 우두머리인 최필립은 안상태에게 1주일의 시간을 주며 이 문제를 해결하라고 겁박하고, 안상태는 어쩔 수 없이 평소 친하게 지내는 형(작가 겸 탐정이지만 무엇하나 뚜렷하게 잘하진 않는 듯한...)과 주변 인물들을 조사하며 사건에 뛰어듭니다.

이야기는 제 3자인 상태의 시각에서 쓰여 우리도 한발짝 떨어져 사건을 대할 수 있어요. 그 점이 덜 공포스럽게 느끼게 해 줍니다. (상상해보세요. 소설이 피해자의 시각으로 쓰였다면 읽는게 얼마나 고통스러울까요. 독후활동으로 다른 인물의 시각으로 한 장면을 이용해 써 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또 소설의 마무리가 그리 어둡지 않아 완독한다면 크게 무섭지 않을꺼에요.
공포소설은 부모가 추천하긴 어려운 장르에요. 아이들이 읽기 너무 무서운거 아닌가 정서를 해치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죠. 하지만 작품을 통해 공포를 천천히 꾸준히 접하면 공포심을 줄이는데 도움이 된다고 해요.
두려움을 책으로 마주하면 가장 안전한 공간에서 내가 소화시킬 수 있는 공포의 양을 조절할 수 있어요. 예를 들면 좀비는 귀여운 캐릭터나 코믹한 만화책으로 시작하는거에요. 만약 너무 무서우면 건너뛰기도 하고 조금씩 난이도를 조절해가며 읽다보면 가상으로 느낀 공포여도 훈련이 되어 일상에서 느끼는 불안이나 두려움을 극복하는데 힘이 된다고 합니다.
아이가 누워서 소설을 읽고 있으면 공부는 안하고 놀고 있다고 생각하는 어른들도 계시는데 소설은 재미에만 국한되어 있지 않아요. 일단 읽어보면 깨닫고 느끼고 배우게 되는 것도 참 많습니다. 머릿 속은 무궁무진한 상상의 나래를 펼치고 있는 거에요. 세상을 배우는 중이기도 하고요. 나를 찾고 구체화 시키는 과정 중에 있기도 하고요. 소설이 공부에 도움되지 않는 흥미 위주의 독서란건 큰 오해입니다.
한 해의 반이 지나가고 어느덧 가을이 왔습니다. 개학 후 학교에 다시 적응하고 일상이 다소 무료하게 느껴지기 쉬운 시기인데요.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란 말이 옛말이 되어 우리에겐 고루하게 들리지만 모든게 새로운 아이들에겐 책을 다시 한번 바라볼 수 있는 시간이 되어줄지도 모르겠어요. 이번 가을엔 전집말고 새로운 장르에 도전해보는 건 어떨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