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리 철학 클럽 - 소설로 읽는 특별한 철학 수업 즐거운 지식 (비룡소 청소년)
로버트 그랜트 지음, 강나은 옮김 / 비룡소 / 2022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여기 한 아이가 있다. 이름은 마일로. 수업시간에 선생님께 소리를 지르고, 반항하고, 학교를 뛰쳐 나가는 등 교칙을 어긴다. 이 아이는 정상일까? 정상이 아니라고 생각하는가? 혹시 '교육'이 덜 되었다고 생각하진 않았는가? 우리는 "정상"적이지 않은 사람들에게 온갖 00장애라는 이름을 만들어 명명하길 즐겨한다. 학교는 이 아이에게 '반항성 장애'란 이름을 붙였다. 그리고 학교는 이 장애를 '처리'해 마일로를 "모범교육생"으로 만들려 한다. 장애가 무슨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인가.


"우리 학교는 모든 쓰레기를 3% 이하로 줄였습니다.

우리 학교는 올해 말까지 세계 최고의 학교가 되어 있을 것입니다."

P.24



마일로가 사고를 치게 된 건 사실 아픈 친구를 돕기 위함이었다. 세라 루이스는 선생님께 몸이 아프다며 보건실에 보내달라 말했지만 스마트워치는 수업 태도가 좋지 않다며 의자에 전기를 보내고, 교장은 스마트워치가 아프다고 말한게 아니기 때문에 꾀병이라고 말해 마일로가 화를 낸 것이다. 어른에 대한 반항으로 보이는가? 우리 생각이야 어떻든 교장은 반항으로 보았고 이 아이를 빨리 '처리'하고 싶어한다.





이 아이들이 다니는 '평생직장 보장학교'는 아일랜드에서 가장 유명하고, 세계 우수 학교 평가에서 세계 2위로 꼽히는 훌륭한 졸업생들을 배출한 명성이 자자한 명문 학교이다. 학교는 첨단 기술을 적용해 아이들을 '개인별 디지털 데이터베이스' (줄여서 '두페드 DUFED')로 관리한다. 효율적인 교육을 위해, 스마트 워치로 24시간 학생들의 반응을 분석하고 통제한다. 아이들이 수업시간에 졸거나 딴짓을 하거나 집중하지 않으면 스마트워치가 캐치해 의자에 전기를 보내 아이들을 집중하도록 하고 통제 밖으로 나가려는 아이들은 교복으로 (뻣뻣하게 만들어) 움직임을 제한한다.


마일로는 우연히 학교 옆 정원에 들어가게 되고 그 곳에서 어설라 선생님을 만난다. 어설라는 철학 선생님이었지만 교장이 음악, 미술, 체육, 철학은 직장을 구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수업을 없애 교내 텃밭을 관리하는 농부가 되었다. 이 선생님을 통해 마일로는 철학에 눈을 뜬다. 그리고 (당연한 소리지만) 자신이 비정상이 아님을 깨닫게 된다.



"저는 왜 다른 애들처럼 입을 다물지 못했을까요? 전 왜 이 모양인지 모르겠어요. 혼날 걸 알면서도 그랬어요. 이제 저는 어떻게 될까요? 암살당할지도 몰라요."

...

"너는 훌륭하고 합당한 질문을 했어. 내가 보기에 너한테는 아무 문제도 없어."

"문제가 없어요?"

P.77



위안이 되는 선생님을 만나며 마일로는 자기만의 방향으로 가지를 뻗어가며 성장한다. 학교에서 생기는 부당한 일들을 시작으로 기술발전, 죽음 등 어려운 주제를 놓고 이야기 나누지만 선생님의 질문에 아이들은 스스로 생각하며 사고를 확장해간다. 반면 친구들은 하나 둘 생기있는 눈빛과 활기찬 움직임을 잃어가며 교장에게 순종하는 로봇같은 존재가 되어간다. 선생님의 말이 곧 답인 학교에서 아이들은 자유와 개성을 잃어간다. 학교는 그야말로 제품을 찍어내는 공장이나 다름없다. '내 아이들의 개성은 지켜지고 있는가?' 묻지 않을 수 없다.


마일로는 하나 둘 친구들에게 어설라 선생님을 소개하고 철학 모임을 갖는다. 마일로는 친구들을 위해 설득력있게 딱부러진 설명을 하진 못하지만 왠지 그렇게 해야만 할 것 같다 느낀다. 철학은 이렇게 모호한 순간에 우리가 올바른 결정을 하도록 돕는다. 시험도 정답도 없는 질문에 답하다 보면 뇌에 철학이라는 회로가 자연스레 생긴다. 성과주의 사회니까 교육은 꼭 효율적이어야할까?



"철학을 하는 건 수동적인 로봇이 되는 것과는 정반대되는 일이거든. 이의를 제기하고, 질문을 하고, 무엇이 옳고 무엇이 그른지, 무엇이 참이고 무엇이 거짓인지를 알려고 적극적으로 생각하는 일이야. 철학을 하면 남이 말하는 걸 고스란히 받아 들이기만 하지 않고 스스로 생각하게 되지."

p.121



타임머신을 타고 내가 고등학생이던 시절의 일이다. 미술 시간이었는데 선생님은 내 색칠이 마음에 들지 않으셨다. 주변을 몇 번 어슬렁 거리시더니 붓을 빼앗아 들고 선생님이 색칠을 했다. 갈색에 녹색에 보라를?? 덧칠해가며 "이.렇.게. 칠해야 한다"고 정해주셨다. 내가 하고 싶은건 점수에 도움이 되지 않으니 중요치 않았다. 물론 지금은 다르다."다름"을 존중하는 교육 트렌드가 유행인걸 보며 격세지감을 느낄 수 있어 감사할 따름이다.


<미스터리 철학 클럽>도 이 흐름에 발맞춰 나온 소설이란 생각이 들었다. 소설 속 아이들은 세상을 바꿀 수 있을까? 어른들이 이 아이들을 지지하고 신뢰해줄까? 교육은 어디까지 이뤄져야 할까? 학교는 어떤 곳이어야 할까? <미스터리 철학 클럽>은 독자에게 무수하게 많은 질문을 던진다. (1년 1권 읽기 해도 될 정도, 부록까지 있어 충분히 가능하다.) 그리고 모든 의구심의 끝에 다름, 존중이 있었다. 만약, 이 소설을 읽고 부러워하는 아이들이 많다면 우리 교육에 문제가 있단 뜻이겠다. 아이들은 이 책을 어떻게 읽었을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