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명 소녀 분투기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96
신현수 지음 / 자음과모음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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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요. 학감 선생님 말씀 틀리지 않다고 생각해요. 조선이 힘이 약하니까 일본한테 먹힌 거 맞잖아요. 솔직히 우리 조선인, 일본인한테 뒤떨어지고요. 조선이 없어졌으니 일본 남자한테 시집가는 것도 나쁘지 않죠.” p.40


조선과 일본이 합병된지 16년이 흘렀고 사람들은 하나 둘 일본에 익숙해져 가고 있었다. 학교에는 조선 사람보다 일본인 선생님 수가 많아지고, 길에는 한복을 입은 사람과 기모노를 입은 사람이 뒤섞여 다녔다. 학생들은 조회시간에 기미가요(일본 국가)를 부르고 일본 천황이 사는 궁성을 향해 허리를 반으로 굽혀 절한다. 1912년 조선 모든 학교에 배부되어 각종 의식에서 낭독하도록 법제화 된 문서, 교육 칙어도 빼먹지 않는다.

"그대들 위대하신 천황 폐하의 신민들은 마땅히 충,효를 다하고 모든 사람이 한마음으로 대대로 아름다움을 이루어야 한다. 황국 신민들은 모름지기······."
p.14

십대 소녀들은 학교를 다니지만 일본 남자에게 시집갈 현모양처를 목표로 그에 필요한 교육들을 받을 뿐 남학생들과 동등한 교육은 받지 못한다. 하지만 혜인은 다른 (여자) 어른들을 만나며 여자도 일을 할 수 있음을 깨닫는다! 아이들은 세상에 눈을 떠 가지만 현실은 여전히 암담하다.



귀남은 일본이 좋다. 그래서 일본인선생님에게 익숙해지지 못하고 자꾸 딴지를 거는 친구들이 못마땅하다. 애리와 금선, 혜인은 귀남과 같이 경성 종로통에 있는 은명여자고등보통학교 2학년으로 열여섯 살 동갑이었다. 이 셋은 사회 분위기에 물들지 않았고 조선인이라는 정체성을 뚜렷하게 지니고 있었다. 일본의 세뇌교육으로 더 우월하단 인식이 자리잡히고, 그들의 문화를 좋아하는 사람들도 생겨난다. 마지막 황제가 죽고나자 어른들은 이제 현실을 받아들일 때가 됐다며 체념한다.

날이 갈수록 학교에 새로 부임한 일본인 선생님들의 감시와 통제가 심해지고 통치마 만드는 수업을 없애고 기모노를 가르치자 더는 참지 못하고 학생들이 일어선다. 독립의 의지가 불씨처럼 남아있는 학생들이 모여 동맹휴학을 해 요구사항들을 강력하게 주장했고, 온 나라에 소문이 나자 부담이 된 학교에서 백기를 들어 학생들은 학교로 돌아온다. 하지만 그 자리에서 교장은 아무 요구도 들어줄 수 없다고 말한다. 그리고 조선총독부가 나선다.



"누가 이기나 해 볼래? 손톱 발톱에 생니 뽑힐 때까지 버텨볼래?"(p.117)같은 조선인의 입에서 나온 말이라니. 소설은 실제 있었던 동맹휴학을 모티브로 아주 생생하게 당시 학생들의 모습을 재현하고 있다. 책을 붙잡고 있던 요 며칠, 한복을 입고 기모노 만드는 법을 배우는 짧은머리 소녀들의 모습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아 마음이 아팠다. 학생들에게 조용히 공부나 하라며 뜯어말리던 어른들의 모습에서 부끄럽지만 내 모습이 보였다. 목숨이라도 부지해야지.. 그녀들은 동맹휴학을 과연 성공시킬 수 있었을까? 조선총독부에 맞서 목숨을 지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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