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 보니 사람들에게 내가 착하다는 것 말고는 나에 대해서 알려준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p.30이 한 문장에 마음이 와르르 쏟아졌다. 내가 죽고, 내 장례식장에서 사람들은 나에 대해 어떻게 이야기할까. '둘째가 밟혀 어찌 눈을 감았누.', '참 착한 사람이었어.', '나한테도 참 잘 해줬는데...' 이런 말 말고 또 뭐가 있을까? 애석하게도 없을 것 같다. 누군가에게 나는 요리 좋아하는 주부이고, 또 다른 이들은 책 좋아하는 애독가 또는 부지런한 사람으로 기억하기도 하고 드물게는 열혈맘으로 기억하는 이도 있다. 모든 사람이 모여 내 이야기를 할 때 비로소 나라는 퍼즐이 완성된다. 왜 나는 다른 사람에게 이 퍼즐의 완성샷을, 나를 쉽게 오픈하지 못할까. 기억을 거슬러 올라가보면 초등학교 3학년 때이다. 누군가 화장실에서 내 흉을 본다고 다른 친구가 알려주었다. 두 친구 모두 친한 친구들이 아니었고 이름도 얼굴도 기억나지 않지만 그 일만은 또렷하게 기억한다. 그 즈음 난 거식증에 걸려 2주 가량을 물도 못 마시고 내내 앓았다. 돌이켜보니 꽤 충격이 컸나보다. 그 뒤로 학창시절에도 직장에서도 줄곧 내 곁엔 지인들을 흉보는 사람들이 있었다. '사람들의 겉과 속이 이렇게 다르구나. 조심해야겠다. 내 단점, 나쁜 모습을 들키면 나한테 다른 이의 험담을 하던 것처럼 다른 사람들한테 내 흉을 보겠지?' "상처는 마음을 엄격하게 만든다. 과거에 지적받은 잘못은 상처로 남고, 다시 상처받고 싶지 않았던 탓에 지적받은 행동을 하지 않도록 만들었다."그들이 싫거나 밉진 않았다. 어떻게든 모두를 품어주고 싶었다. 그렇게 착한 사람 컴플렉스가 시작됐다. 위 발췌문을 읽기 전까지 정말 몰랐다. 상처받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모두를 품기로 작정했단 사실을. 그저 안좋은 기억 중 하나일 뿐이라고 생각했는데 오늘의 내가 그 날 만들어졌다니. <착함이 아픔이 되지 않으려면>의 저자 우디는 지나친 착함의 기저에 숨어있는 여러 원인을 72가지 질문을 통해 천천히 조명한다. 나처럼 '타인의 비판이 두려움'때문에 착하게 행동하기도 하고, '지나치게 많은 책임감'(p.56)을 느껴 지나치게 착해지기도 한다. 또 '자아 존중감'(p.80)이 부족해 타인에게 온전히 맞추느라 착한 사람이 된 경우도 있다고. 원인이 무엇이든 공통점은 '상처'라는 사실이다. 나는 타인의 비판을 피하기 위해 말을 적게 하고 답은 두리뭉실하게 하는 경향이 있다. 이는 부정적 언어를 지나치게 부정적으로 받아들이는 과용이 문제이다.(p.101)또 (이해받고 싶은 마음에서인지) 타인이 내게 실례를 범해도 어떻게든 이해해보려 다각도로 생각하고 추측한다. 나 스스로 상처를 적당한 선에서 끊어내지 못하고 나를 미워하게 될까봐 타인을 지나치게 수용하려드는데 원인이 있다.(p.51)"감정은 자유를 허락해줬을 때 나의 편이 되어준다."p.101어떤 일이든 내가 기준이 되지 못하면 탈이 나게 마련이다. '정서적 생존을 위해 타인이 원하는 표현을 재빨리 보여주'(p.3)지 말았어야 했는데 평범함이라는 안전지대를 벗어나는게 두려워 상처를 받으면서 수용하는 데 급급했다. 상처가 상처를 되풀이 하는 이 고리를 끊어야겠다. (어떻게?라는 의문은 책을 통해 해결하시길 ;)) 문제부터 원인, 해결책까지 모두 알았으니 이제 내겐 실천만 남았다. 나는 과연 이 고리를 끊어낼 수 있을까. 열 살의 나를 위해 달라져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