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의 <열하일기>를 모티브로 한 한국 전통 스릴러 기담소설"저 끝까지 가면 청나라가 나올까. 선노미는 하늘과 강물의 경계를 굽어보면서 생각했다. 한양 마포나루 어귀에 자리 잡은 삼개주막에서 주모인 어머니를 도와 잡일을 거들던 열다섯 살 소년 선노미가 한양서 천 리나 떨어진 이곳 압록강까지 오게 된 데는 특별한 사연이 있었다."p.9청나라 축하연 사절단으로 뽑힌 연암은 선노미라는 열다섯먹은 남자애 하나를 데리고 간다. 한번 들은 이야기는 모조리 기억해내는 선노미는 그렇게 기담 여행길에 오르게 된다. 여가탈입 閭家奪入 :권세 있는 사람이 백성의 집을 함부로 빼앗아 들어감.한양은 양반들로 북적였다. 한양에 살고 싶어하는 양반은 많은데 집은 한정되어 있으니 중인들의 집을 강제로 빼앗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구복이란 아이도 부모와 함께 양반에게 집을 빼앗겨 쫓겨났다. 우연히 마음씨 좋은 양반을 만나 며칠 쉬어갈 거처를 얻게 되고 그 집에서 또래 친구도 사귀며 잘 지내는 듯 보였는데... 구복의 주변에 이상한 일이 자꾸 생기고, 만삭인 엄마마저 기이한 일들을 겪게 된다. 화피어느 늦은 밤, 한 남자는 화실에 찾아온 아리따운 여인의 초상화 요청에 산 중턱 그녀의 집까지 따라갔다. 돈을 버는 건 뒷전이었고 실은 그 여인이 너무 고와 순순히 따라갔다. 산 속 깊은 곳에 자리한 집을 따라 들어갔는데 벽에 온통 가죽에 사람 얼굴이 그려져 걸려 있었다. 그걸로도 성에 안찼는지 그녀는 세상 가장 평범한 얼굴을 그려 내라 말한다. 그가 말을 듣지 않자 미녀는 얼굴 가죽을 벗고 정체를 드러낸다! "세자는 결국... 숨을 거뒀고, 눈먼 자들의 마을에서 살아 돌아온 소년은 마음의 일부를 잃었다. 이 또한 묘한 우연이었다. 선노미라고 했던가. ..."p.374어두운 그림자에 너무 가까이 다가간 탓이었을까. 연암과 선노미에게도 검은 그림자가 드리운다. 역시나 어둠는 너무 가까이하면 안되는 건가보다. 이들의 결말은? 글쎄. 공포물에 진정한 해피엔딩이 있을 수 있을까. 살아돌아온들 예전과 같을까. +예나 지금이나 서울살이는 빡빡하고겉모습에 쉽게 홀리는건 똑같구나. 교훈도 얻겠지만 이 책은 서늘한 재미가 더 쏠쏠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