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일록의 아이들
이케이도 준 지음, 민경욱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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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해내기만 하면 다음 번에는 과장 자리를 손에 넣을 수 있다. 그때와 모든 게 똑같았다. 그 마지막 공만 처리하면 고시엔 티켓을 거머질 수 있었던 바로 그때. 그런데 또다시 행운은 다케모토의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갔다. 이번 불규칙 바운드는 생각도 못 했던 횡령 사건의 발각이란 형태로 찾아왔다. 부하 직원 하나가 거래처로부터 정기예금 명목으로 모은 1억 엔을 써버린 것이다. 신문에 보도됐을 정도로 큰 사건이었다. 다케모토는 과장과 함께 직속 상사로서 관리가 안일했다는 이유로 결코 지울 수 없는 가위표를 달았다. 유명 지점이 오욕으로 얼룩지고 지금껏 진격만 했던 다케모토가 추락하기 시작한 순간이었다."
p.206


특별할 것 없는 평범한 도쿄제일은행의 나가하라지점에서 어느 날 백만엔이 사라진다. 지점장은 어떻게든 돈을 메꿔 수습하는데 급급할 뿐이고, 다른 직원들도 누가 돈을 훔쳐갔는지 의심하지만 크게 관심이 없다. '그저 내 일이 아니라 상관없다. 불똥만 튀지 마라.' 여기는 눈치다.

그러던 중 니시키 마사히로 대리가 범인을 마주한뒤 실종된다. 니시키 대리가 실종되고 영업과 대리인 다케모토는 뼈아픈 경험 때문인지 어떤 촉이 발동해서인지 뒤를 캐기 시작한다.

니시키 대리의 사물함 속 서랍에는 안자이토목 회사의 통장과 다른 직원들의 물건이 들어 있었다. 물건이라고는 스테이플러, 책, 달력, 통장 표지, 띠지, 클립상자, 거래처 출력 자료 따위와 지문 채취 키트가 들어 있었다. 정말 이 단서로 범인을 추적해 알아낸걸까?


은행은 매일 문을 닫으면 마감으로 서류와 금고의 돈, 어음, 증권 등을 모두 확인한다. 금고 속 돈과 전산이 일치해야 하는데 금액이 모자라 사재로 메꾸기도 한다. 하지만 원칙적으론 사재털이를 금한다.(도난을 돕는 행위로 간주한다.) 이 정도 큰 돈이면 본사에 알리고 경찰을 불러야 할텐데 이들은 왜 돈을 모아 메꿨을까.

감사관이 투입되고 사건의 윤곽을 드러날수록, 번듯한 옷차림과 평범함 뒤에 감춰져있던 직원들의 현실 혹은 낯선 얼굴도 함께 드러난다. 누군가는 실적에 쫓기고 진급에 집착하느라, 도박에 빠져 점점 더 큰 돈을 바라게 되어서... 작은 욕심과 이기심, 무관심이 돈을 만나 눈덩이처럼 사건이 커져간다.

"그때 9회 말 그라운드에 섰던 나는 공이라는 인생을 쫓고 있었던걸까?"
p.207

돈이라는 욕망이 모이는 곳, 돈을 향한 욕심이 집결된 곳인 은행(오해마시길. 소설이 말하고자 하는 상징적 의미일 뿐.)에 물들어 인생을 쫓는게 아니라 돈을 쫓게 된 그들은 사실 너무나도 평범했다. 그 평범함에 처음 1/3정도 읽을 때까진 '이게 사건이 된다고?'하는 의문도 드는데 중반부터 속도감있는 전개가 빠르게 진행되니 조금만 인내심을 갖고 읽으시길. 역시 더위엔 쫄깃한 미스터리 추리소설이 제 맛이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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