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불안을 강함으로 바꾸는 기술
김민소 지음 / 한국경제신문i / 2022년 5월
평점 :
절판
초등학교 운동회 달리기에서 1등을 했을 때도 어른들은 엄마가 없으니까 독기가 눈에 서려 있다고 이야기했다. 골목에서 친구랑 신나게 웃고 있는 나를 보고도 혀를 끌끌 차면서 엄마가 없으니까 외로워서 저러는 거라고 했다.
(p.20)
십대 당시, 가장 큰 불만은 "꼰대짓"이었다. 세상 모든 걸 아는 듯 말하고, 자기 말이 곧 정답이란 어른이 참 싫었다. 그런 왜곡된 눈으로 사람을 이리 재고 저리 재며 판단하고. 거기서 끝내지 않고 기어코 도마에 올려 엄친아와 문제아로 나누어 입방아를 찧는다.
사람은 아는 만큼 보인다. (직접이든 간접이든) 경험이 많을수록 (나와 기질, 사고방식, 성격 등이 다른) 타인을 잘 이해할 수 있다. 이 경험의 기준은 너무나도 주관적이라 어느 정도가 적당한지(?) 알 길이 없다. 문제는 "이 정도면 남을 판단해도 될거야."라고 오판해 다름은 수용하지 못하면서 이래라 저래라 오지랖만 넓은 사람이 사회를 흐린다.
장담컨대 이런 사람만 줄어도 세상의 분노게이지는 엄청나게 줄어들 것이다! 그리고 참견하기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절대 이 책을 읽지 말길 강권한다. 까닭은 저자의 삶이 사람들이 참견하고 싶을만큼 굴곡이 깊기 때문이다.
<불안을 강함으로 바꾸는 기술>은 어떻게 불안을 다스려왔는지 저자 개인의 경험을 통해 이야기한다. 엄마가 없단 이유로 온갖 수군거림 속에서 자라야 했고, 엄마의 부재라는 엄청난 결핍을 온 몸으로 겪어내야 했던 성장기 경험은 그의 불안을 가중시켰고 고슴도치 못지 않은 예민함을 갖게 했다.
저자가 사회 생활을 하며 겪은 일이나 남편의 갑작스런 발병 등의 고비는 사실 누구나 살며 겪는 일이다. 하지만 응급실에 갈 때 아이를 맡길 데가 없다든가 하는 사소한 고비들까지 신경쓰다보면 정작 중요한 일에 집중하기 어렵고 그만큼 정신도 감정도 일찍 고갈된다.
저자는 감정과 육체적 소모 모두 큰 상황에서도 예민함을 다듬어 예리한 무기로 사용했다. 현실을 직시해 해야 할 일이 있다면 지체하지 않고 두 팔 걷고 뛰어들었다.
돌봄을 받지 못하고 자란 것과 타인을 돌보는 직업을 갖게 된 것, 엄마가 되어 아이를 돌보는 것 사이에 어떤 심리적 영향이 있는지 전문가가 아니라 알 수 없지만, 그녀가 엄마이기에 앞서 책임감있는 사람이기에 더 강단있게 결단하고 행동할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과거를 털어놓음으로 남들에게 판단받기보단 그저 한 사람으로 온전히 인정받길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