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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에 불꽃처럼 맞선 자들 - 새로운 세상을 꿈꾼 25명의 20세기 한국사
강부원 지음 / 믹스커피 / 2022년 5월
평점 :
"최근 들어 '아름답다'는 평가처럼 복잡미묘한 감정을 촉발시키는 말이 또 있을까. 외모에 대한 언급이 '폄하'와 '혐오'의 가능성을 품고 있다는 염려 때문에, 어떤 경우에도 대상을 외적인 요소만으로 판단하지 않으려 하는 분위기가 우리 사회에 자리 잡고 있다. ... 그럼에도 어떤 대상이나 인물을 설명할 때, '아름답다'는 술어를 사용하지 않을 도리가 없는 경우와 맞닥뜨리곤 한다."
p.52
<역사에 불꽃처럼 맞선 자들>로 꼽힌 25명을 두고 논란이 적잖을 것 같다. 빨갱이라서, 공산당이라서, 이상은 동의하나 과정(종교, 정신적 사랑과 육체적 사랑은 별개라는 연애 유희론)이 옳지 못한 이, 북한의 단독 정부 수립에 깊이 간여한 허정숙 등 정치적 이해에 따라 선호도가 극명하게 갈릴 인물이 팔할이었다.
혁명가 박열은 남에선 이승만을 도와 남한 단독 정부 수립을 이끌었지만 북에서 재북평화통일협의회 의장으로 활동했단 이유로 남한에서 한동안 잊혀져야 했다. 고명자는 함께 사회주의 운동을 했지만 고명자는 여자란 이유로 '아지트키퍼(Agit keeper, 하우스키퍼에서 따온 말)'로 소개되어야 했다. 정칠성은 3.1운동 참여 후 독립운동에 투신한 사회운동가였지만 기생이었단 이유로 차별적 시선 뿐 아니라 '사상 기생'이라는 비꼬는 말까지 들어야 했다.
위 세 사람 모두 나라가 그들을 싸우게 만들었다.
무등산 타자로 불렸던 박흥숙은 무등산에 숨어 살고 있었다. 그는 집을 철거하러 온 철거반원들 넷을 쇠망치로 때려 죽여 1980년 사형 집행을 받았다. 그가 저지른 죄만 보면 두말할 것도 없는 죄인이지만 그와 그의 가족은 한 겨울 마르고 언 땅을 그러모아 (두달만에) 돼지 움막보다 못한 거처를 손수 마련해야 했던 무분별한 도시 개발의 피해자였다. 가난과 개발이 그를 싸우게 만들었다.
책을 읽으며 불편한 부분이 없지 않았지만, 당대에 어떤 논란이 있었든, 오늘날 (개인의) 사상 혹은 사회적 통념과 부딪치는 부분이 있을지언정 그들의 사회를 향한 저.항.은 존중받아 마땅하다는게 내 생각이다. 딱 한 명. 불꽃처럼 맞서긴 커녕, 싸우긴 커녕! 적극적으로 권력에 타협한 사람이 쭉쩡이처럼 끼어 있어 의아했다. 나로썬 도저히 납득이 되지 않아 사회에 끼친 영향, 팩트만 놓고 보자 생각했다. (저자의 의도가 궁금했다. 다른 사람들과 비교되는 반전효과를 노린걸까. 이슈를 노린걸까.)
한국을 대표하는 건축가 #김수근 은 지금의 #아라리오뮤지엄 인 #공간 을 만들어 문화 예술의 발전에 이바지 한 동시에 박정희, 전두환 군사독재 정부 시절 #5.16광장 (현 #여의도광장 ), #올림픽주경기장, #예술의전당, #국립현대미술관, #세운상가 등을 내리 설계하며 살아생전 온갖 명예와 부를 누렸다.
아, 설계부터 의도가 명확했던 #남영동 #대공분실 도 그의 작품이다. 누가 지었나 궁금했지만 한번도 찾아본 적 없었건만 이렇게 마주하게 되다니. 긴 창이며 나선형 좁은 계단, 각방의 수도, 전기 시설 등의 설계로 공포를 자아낸 그는 천재였음이 분명하지만, 담장까지 꼼꼼하게 직접 마감을 신경쓸만큼 심혈를 기울인 사람이 무엇을 두고 싸웠기에 이들 틈에 있는지 나는 끝내 이해할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