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든>차에 취할 때가 있다. 향에 취한다는 말이 더 정확할지도 모르겠다. 차를 마시고 나면 그 향이 온 몸에서 스멀스멀 퍼져나와 아우라(?)가 되는 것 같은 기분이 드는 차가 있다. 녹차를 마시면 죄도 씻겨나가는 듯 성스러운 기분이 들고 히비스커스를 마시면 화려한 석류꽃이 된 기분이 된 것처럼 느껴진다. 향이 짙은 책을 꼽으라면 <월든>만한게 없다. 한번 읽고나면 소로의 생각이 깊게 뿌리 내려 자연을 대하는 시선이 자연스레 넓어진다. "한 목동이 살았네. 그는 고상하여 그의 양 떼들이 시간마다 풀을 뜯는 목초지가 있는 높은 산만큼이나 높은 생각을 품고 있었다네."p.47 (실명 시인의 시)<월든>은 소로가 콩고드 정확히는 자연 속에서 산 2년 2개월의 생활을 담고 있는 일기이다. 가난한 사람들의 얼굴(상징)과도 같은 집을 손수 몇 달에 걸쳐 짓고, 오늘은 무엇을 먹었는지, 세상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등... 지극히 사적인 내용과 자연을 보며 깨달은 것들을 담고 있다. 그와 함께 숲 속을 걷고, 월귤나무와 블루베리 열매로 저녁 식사를 하다보면 그가 전하고자 하는 자연의 이치를 순수하게 깨달을 수 있다. <월든>에는 화학은 알지만 빵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는 모르는 주입식 교육과는 차원이 다른 가르침이 담겨 있다. 그리고 동경하게 된다. 험한 파도가 어서 잔잔해져 육지로 가 닿을 수 있기를. "문명 생활의 험한 바다에서는 먹구름, 폭풍, 유사, 기타 온갖 것을 고려해야 한다. 이런 생활에서 배가 난파하여 바다 밑바닥으로 가라앉지 않고 무사히 항구로 돌아오려면 신중하게 측정해야 한다. ... 단순화하라. 먹는 것이 꼭 필요하다면 ... 백 가지 반찬이 아니라 다섯 가지 반찬으로 충분하고, 다른 것도 이런 비례로 줄이도록 하라"p.123사실 20대에는 <월든>보다 <시민 불복종>을 더 좋아했다. 자연 속에 사는 건 나이 들어 할 일이고 난 아직 해야 할 일이 많다 생각했고 정치에도 (열정적으로) 관심이 많았다. <월든>보다 더 강렬하고 주장이 짙은 글이란 것도 한몫했는데 지난 세월만큼 취향도 바뀌었다. 취향은 세월에 따라 바뀌기도 하지만 '정직한 사고를 품은 사람'이 품고 있는 가치에 대한 평가는 달라지지 않는다. 그게 이 책이 오래도록 읽히는 까닭 아닐까. 당장 숲으로 산 속으로 들어갈 순 없고 아쉬운대로 도시의 묵은 때를 이렇게나마 씻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