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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시장의 포식자들
장지웅 지음 / 여의도책방 / 2021년 10월
평점 :
절판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금융시장의 포식자들
"기업의 가장 큰 죄는 부도덕이 아니라 이윤을 못 내는 것이다."
위 말에 동의하는 투자자라면 이 책을 읽는게 어렵지 않겠다. 이 책의 저자는 정의, 도덕, 윤리는 미뤄두고 투자자로서 생존하고 싶은지를 먼저 묻는다. 선뜻 yes가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첫 장부터 (좋아하지 않는) “삼성”을 맞닥뜨려야 했다. 저자는 과감하게 ‘삼성 승계에 의문을 제기하는 관점은 돈이 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여기서 이 책의 호불호가 많이 갈릴듯하지만 투자를 하겠다 마음 먹었거나 혹은 나처럼 투자가 궁금하다면 일단은 못먹어도 고! 해보자.
“금융시장의 포식자들은 특정 사안을 도덕이나 감정의 흐름으로 읽지 않고 돈의 흐름과 방향으로 읽는다.”(p.23)
저자는 개인의 시점으로 시장을 보지 말고 대주주의 시각으로 “내가 만약 대주주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 대주주는 왜 기업구조를 이렇게 개편했을까?” 생각하라고 조언한다. 기업 구조 변화, 인수합병, 핵심 산업 등 기업의 행보를 읽으며 투자 기회를 잡으라는 것이다. 큰 그림을 볼 줄 알아야 투자에 성공할 수 있다.
엘시티는 ‘최정점의 권력자가 뒷배를 봐준 비리’라는 희소성에 가치를 두고 있다. 빚이 2천억인데 2조 7천억짜리 사업을 따내고, 부산 시장, 청와대 관료, 국회의원과 비선 실세까지 아우르는 비리 스케일에 해운대 조망까지 여.러.모.로. 죽여주는 아파트다. 이 말은 곧 다시 이런 아파트가 나오기 어렵다는 뜻이고 그만큼 금전적으로 가치가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책을 읽다보니 오랜만에 다시 여의도로 돌아온 기분이 들었다. 은행에서 일하며 돈으로 세상을 두들겨보는(?=계산해보는) 방식을 배웠다. 무슨 말인고 하니 일상에 돈, 경제의 흐름을 대입해보는 것이다. 예를 들면 바람을 피웠을 때 드는 경제적 손실, 사회적 손실을 계산한다거나, 지극히 개인적인 정치적 신념에 따라 투표하기 보단 내 부동산, 내 주식에 도움이 될 사람에게 투표하는 게 현실적으로 옳다 등…
냉철하고 객관적인 시각을 한번 학습한 경험이 있어서일까? 돈이 대한 욕망 때문일까? 책을 읽는 동안 거부감이 더 들진 않았지만 도덕적 문제가 계속 언급되다보니 유쾌하게 책장을 넘길 순 없었다. 아직 돈을 베팅한 투자자가 아니라서 이런 순진한 생각이 드는 거겠지. 🥲 책의 내용대로라면 난 100% 피식자이다. 백퍼센트 피식자도 포식자가 될 수 있을까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