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이 아니라고 말할 때 - 아직도 나를 모르는 어른들을 위한 심리학 여행
성유미 지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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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u are what you eat.(당신이 먹는 것이 곧 당신이다.)"(p.111)


우리는 매일 감정을 먹고 산다. 그 날의 컨디션에 따라 조금 억센 감정도 소화가 잘 되는 날이 있는가하면 죽을 먹어도 영 불편한 날도 있다. 내겐 최근 몇 주가 부쩍 힘들었다.


"나는 왜 이렇게 문제가 많지?"


꾸준히 심리학 책들을 읽으며 마음을 들여다보고 나를 이해하려 노력했다 생각했다. 그런데 최근들어 갑자기 "왜 해도 해도 끝이 없지?"란 생각이 불쑥 올라와 마음을 힘들게 했다. 거듭되는 지난한 생각에 과거 에 대한 자책, 원망, 두려움이 더해져 더 힘들었다. "영원히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동화 속 해피엔딩을 꿈꾸는 내 속의 어린 아이는 언제쯤 철이 들까.


"뭔가 느꼈다면 그다음 할 일은 최대한 빠른 시간 안에 많은 단서들을 떠올리는 것이다. 제일 중요한 것은 어느 포인트에서 당신이 '감정 시그널'을 감지하기 시작했는지 찾아내는 일이다. 그리고 그 지점이 타임라인상 어디인지 감이 왔다면, 당신이 처했던 상황과 등장인물들의 말과 행동, 전반적인 분위기의 특이점을 파악하도록 하자."
p.144-145


저자는 '감정이 아니라고 말할 때' 이상 신호를 감지하면 일단 멈추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그대로 물러나라는게 아니라 멈추지 않으면 스텝이 꼬일 수 있고 감정대로 행동이 나올 수도 있기 때문에 잠시 숨고를 시간을 가지라는 뜻이다. 나의 문제는 '좋은게 좋은거지'라며 적당히 넘기려 한다는 것. 문제를 문제로 보지 않으려는 경향이 크다.

꼬인 걸 풀지 않고 넘어가면 이게 당연해지고 무뎌지고 마음은 냉랭해진다. 옳은 길인줄 알고 계속 직진하지만 실은 안정감을 잃고 차가운 것에 길들여져 온도감을 잃게 된다.(p.163) 냉기가 오래된 방일수록 따뜻하게 데우는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 더 오래 방치하면 감정을 읽는 법 조차 잃고 감정적으로만 행동할 수 있다.


"'감정적인 것'과 '감정'은 다르다."

억누르고 참는게 좋다는 보수적인 감정 표현에 대한 인식은 많이 달라졌고 계속 달라지고 있지만, 아직은 '이성적'인 것과 동등한 수준으로 인정받지는 못하는 듯 하다. 성인의 경우, 이성적으로 사고하는 법은 배울 곳이 많은데 감정은 제대로 배울 수 있는 곳이 없다.(정신과?)

사람이 태어나서 가장 먼저 '감정'을 배우는 곳은 가정이다. 집집마다 엄마의 레시피가 다르듯 우리가 물려받는 감정 표현하는 법도 다르다. 오해와 서툰 기술이 되물림되는걸 목격, 경험하면서 이대론 안되겠단 생각이 많이 들었다.


"자기 감정 정도는 적당히 요리해 먹을 수 있게 되면 참 좋겠다. 죽이 필요한 날에는 죽으로, 기름기가 당길 때면 튀겨서도 먹고, 담백한 것들과 곁들여 정갈한 정식으로 먹을 수도 있게 말이다. 날것의 재료를 다듬고 자르고 버리는 것 말고(감정 조절) 본격적으로 '요리(감정 소화와 대사)'를 하는 게 필요하다. 그래야 우리의 마음과 영혼이 조금 더 풍요로워지지 않을까?"
p.112


제대로 배우지 못해 감정 표현이 서툰 어른은 생각보다 많다. 나도 많이 서툴고 참는게 더 편하지만 아이들이 나를 닮아가는걸 보고 내가 달라져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엄마 is 뭔들. 어색하고 창피하고 어려워도 한 발 짝 더 과감하게 노력하는 중이다. 내 감정을 솔직하게 말하고 소화하는 것도 어렵지만 아이들의 감정을 내가 말로 해석(?)해주며 감정을 조절하고 소화시킬 수 있게 도와주는건 또 다른 큰 난관이다. 그래도 감정을 이야기 나눌 상대가 있어 안정감도 들고 서로를 이해하는데 도움도 된다.


"죽을 때까지 자기 자신을 이해하고 알아가는 연습을 통해 '포용과 이해의 품'을 넓혀 가야 한다. 그 품의 크기가 곧 당신이 좋아하고 원하는 것에 도전해 볼 수 있는 실질적 공간이 될 것이다. 품이 좁으면 어쩔 수 없이 나의 성향과 맞지 않는 일들을 할 수 밖에 없고, 마치 식도가 좁아지듯 '고구마 100개 먹은 기분'에 시달리며 살게 된다."
p.69


삶이 계속되는 한 우리의 '요리'는 끝날 수 없다. 끊임없이 누군가와 부딪치고 뚝딱거리는 날도 있을 것이다. 아픈 날도 반복되겠지. 하지만 우리 "몸은 기억한다."(트라우마 전문가 베셀 박사의 저서 제목 <The Body Keeps The Score.>(p.224)) 거기에 희망을 걸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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