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에서 여행을 만나다
동시영 지음 / 이담북스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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낡아서 빛나는 곳

로마는
낡아서 빛나는 곳
무너지지 않은 것은
의미가 없다
낡음이
시간의 미학을 건축하고
무너짐이 낳은
생기의 키를
키워 올린다
...
로마는 모든 것의 젊음이
가장 부끄러워지는 곳
시간의 세포 속에서
낡은 것들이 마음 놓고
낡을 수 있는 곳

- 동시영 시집, <미래 사냥>에서




《문학에서 여행을 만나다》는 여행서이지만 긴 역사를 그대로 품고 있는 나라를 통해 낡은 것 그대로 존중받을 수 있는 것에 대해 고찰한다. 작품을 통해 타인의 삶을 간접경험하고 그것을 내 것으로 소화시키는 것처럼 저자는 여행지에서 작가와 인물의 흔적을 따라가며 나를 빚어간다.

1720년에 연 플로리안 카페는 괴테, 바그너를 비롯해 예술가들의 사랑을 듬뿍 받았다. 당시 드물게 여성을 손님으로 받아준 카페라 아주 핫한 장소였다고. 무척 진지하고 웃는 일이라곤 명절만큼 드물 것 같은 괴테와 핫플레이스라니 괴테가 달리 보인다. 내가 너무 신성시하듯 보고 있었나보다.



"괴테의 《이탈리아 여행기》는 괴테에게 예술혼을 불타오르게 한 이탈리아 여행의 기록이며 예술 기행의 고전이다. 그가 이탈리아 여행을 통해 그의 내면적 학교에서, 어떤 예술적 단련을 하고 어떤 마음으로 예술품을 감상하고 배우는지는 독자에게 실로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인간은 노력하는 한 방황하게 마련이다."란 《이탈리아 여행기》 속의 말처럼 여행 속에서 그는 끝없이 예술적 배움에의 방황을 한다."


앙리 마티스가 (모로코) 탕헤르에서 오래 머물렀던 그랑 호텔 빌라 데 프랑스, <달과 6펜스>의 서머싯 몸과 타히티의 화가 고갱을 이어준 보라보라섬. (고갱이 책(<노아노아>)을 쓴 작가인 줄은 처음 알았다.) <폭풍의 언덕>을 읽으며 상상하던 배경이 그대로 펼쳐져있던 영국의 브론테 마을. 푸시킨과 똑닮은(?) 생가.

여행에서 만난 모든 타자와 역사가 내가 된다니. 그래서 문학의 산실을 지키는 게, 찾아가는 게 중요한가보다. 내가 여행을 갈 때마다 기를 쓰고 그 지역 예술가의 흔적을 쫓는 것도 같은 이유였을까. 1%여도 좋으니 내게도 남아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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